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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매진인데 대금 못받는 처남 보고 SK 직원이 떠올린 아이디어

간편 통합 선정산 서비스 올라핀테크 김상수 대표 인터뷰

올라핀테크 김상수 대표. /더비비드

부족한 수입 채우느라 부업하는 사람이 많다. 대표적인 부업이 ‘온라인 쇼핑몰 창업’이다. 많은 자본 없이도 일단 도전해 볼 수 있다.

하지만 시작 만큼 유지는 쉽지 않다.  오픈 마켓이나 소셜 커머스에 도전했다가 판매 대금을 정산 받는 데까지 짧게는 일주일 길게는 두 달까지 걸리는데, 이 기간 운영자금이 부족해 중도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개인 셀러와 중소상공인들의 고충 해결을 돕는 선정산 서비스 ‘올라’를 개발한 올라핀테크의 김상수(43) 대표를 만났다.

◇전자상거래에 꽂힌 영문학도

김 대표는 결제시장, 오픈마켓 등에서 경력을 쌓았다. /올라핀테크

직장 생활만 14년, 아직은 월급쟁이 생활이 더 긴 창업가다. “한양대 에리카캠퍼스 영문학과를 졸업했습니다. 당시 유통 대기업이나 종합 상사가 인기 직장이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온라인 상거래 시장에 주목했어요. 오픈 마켓과 인터넷 쇼핑몰이 막 태동하던 시기라 성장성이 커 보였거든요.”

전자상거래의 기본인 ‘결제’가 눈에 들어왔다. 2006년 현금자동입출금기(ATM), 무인 티켓 발매기 등을 운영하는 기업 '한네트'에 들어갔다. 4년을 일하고 2010년 결제 솔루션업체 KSNET으로 이직했다. "신규 결제 수단 기획, 가맹 영업 등의 업무를 했습니다. 이제는 익숙한 간편결제 같은 서비스가 막 도입되던 시기라 결제 시장의 빠른 성장을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완판됐는데 당장 돈이 없는 처남 모습 보고 아이디어

김 대표는 직장 경력이 길다. /더비비드

2016년 오픈마켓인 11번가로 직장을 옮기면서 처음 셀러의 존재를 알게 됐다. “오픈 마켓의 물건은 모두 본사가 파는 줄 알았어요. 그런데 알고 보니 11번가, 쿠팡이 마련한 가상의 장터에 ‘셀러’라 불리는 개인사업자들이 입점해서 파는 방식이더군요. 셀러가 대금을 정산받기까지 시차인 ‘정산 주기’라는 용어도 이때 처음 접했어요. 판매자는 플랫폼으로부터 짧게는 1주일, 길게는 두 달 뒤에야 판매 대금을 입금 받더군요.”

‘물 들어왔으니 노 저어야 할 시점'에 정산 주기에 발목 잡히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처남이 오픈마켓과 스마트스토어 등에서 강아지 옷을 팔았는데요. 전량 매진이 됐는데도 대금 정산이 빠르게 이뤄지지 않은 바람에 추가 물량 살 돈이 없어 발만 동동 구른 적이 있었습니다. 자금력이 부족한 개인사업자나 중소 상인들은 판매가 발생하는 족족 돈을 메꿔 가면서 판매 창구를 늘려야 성장할 수 있는데, 당시 정산 제도 하에서는 빠른 성장이 어려워 보였습니다.”

'셀러들은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고 있을까' 궁금해서 알아봤다. 처참했다. “사업 자금 확보를 위해 대출을 내는 사업자가 많더군요. 대부업체까지 손 내민 분이 많았습니다. 결국 이자 갚느라 수익 못 챙기는 악순환에 빠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정산 시기만 앞당겨도 대부분 문제가 해결될텐데' 생각이 들더군요. 구매비, 사업운영비를 바로 확보할 수 있으니까요. 2018년 가을 선(先)정산 서비스 기획을 시작해 약 1년 반 동안 직장생활과 창업 준비를 병행하다가, 2019년 12월 올라핀테크를 설립했습니다.”

◇’셀러친화적’ 선정산 서비스 개발

올라핀테크가 유저들에게 지급하는 선물. 셀러의 매출이 이 서비스를 통해 올랐으면 하는 마음을 담아 서비스명을 '올라'라고 지었다. /더비비드

셀러들의 의견을 부지런히 모았다. 기존 선정산 서비스는 대부업과 비슷한 방식인 게 문제였다. “국세납부증명서, 대부업체 이용 내역 등의 금융 서류 등을 첨부해서 대면으로 서비스 이용 계약을 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선정산을 해줘도 되는지 판단할 명확한 근거가 부족해, 서비스 상담 직원의 개인적 판단의 의해 셀러의 운명이 좌우되는 경우가 많았죠. 선정산을 받을 수 있다는 승인이 떨어져도,  서비스 업자 명의의 계좌를 통해야 했습니다. 선정산을 신청하는 셀러를 ‘돈을 돌려주지 않을 수 있는 사람’이라고 전제하고 서비스가 짜인 거죠.”

결국 심리적 장벽 때문에 섣불리 선정산을 신청하지 못하는 셀러들이 많았다. 신청자 스스로 초라해지는 기분이 들지 않는 서비스를 만들기로 했다. 유저 시각으로 서비스를 구축해 작년 6월 선정산 서비스 ‘올라’를 정식 론칭했다. “쿠팡, 위메프, 티몬, 11번가, 지마켓 등 12개 플랫폼에서 올라를 이용할 수 있어요. 아이디어스, W컨셉 같은 전문몰에서도 이용할 수 있죠. 저희 홈페이지에서 플랫폼별로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입력해서 정산금을 조회한 뒤 선정산 신청을 하면 됩니다. 오후 5시 이전에 신청하면 당일 지급받을 수 있어요.”

서비스 이용 수수료는 하루 0.04%(VAT별도)다. 올라가 셀러에게 지급한 선정산금을 회수할 때까지 수수료가 발생하는 구조다. 정산일에 납부가 되면 수수료를 뺀 금액이 선정산 금액(원금)에서 차감된다. “저희는 채권매입업을 하고 있는 겁니다. 쇼핑몰의 정산금을 저희에게 양도해 선정산하는 방식으로, 대출이 아니기 때문에 셀러의 신용등급에도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죠.”

통합 선정산 서비스 '올라' 서비스 화면. /올라핀테크
통합 선정산 서비스 '올라' 서비스 화면. /올라핀테크

'올라'와 타 선정산 서비스 또는 대출 상품과의 차이점.

1. 공정한 평가: 판매금액, 취소금액, 배송현황 같은 정량 지표뿐만 아니라 고객 리뷰, CS처리 속도 같은 정성 정보까지 수집해서 데이터 기반의 평가 엔진을 구축했다. 0점에서 99점 사이에서 책정된 셀러의 점수에 따라 선정산 사용 가능 여부와 사용한도가 결정된다. 셀러는 서류 제출과 대면 심사를 거칠 필요 없이 서비스를 신청할 수 있고 올라핀테크는 부실한 곳에 선정산금을 지급할 위험을 막을 수 있다. 내부에서는 이 과정을 ‘다차원적 채권평가’라고 일컫는다.

2. 자율성: 기존의 선정산 서비스는 첫 가입 시 의무 약정 기간이 있다. 자금 사정이 나아져도 굳이 수수료를 써가며 서비스를 이용해야 했던 것이다. 반면 올라 유저는 자금사정이 나아졌을 때 곧바로 서비스를 중단할 수 있다. 만약 자금 사정이 나아질 때까지 매일 선정산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라면 ‘자동 선정산 활성화’를 해 두면 된다.

3. 부분 집금 시스템: 타사 서비스는 상환일을 지정해서 이날 전액을 갚게 한다. 반면 올라는 셀러가 선정산 이용 금액을 완납할 때까지 정산일에 정산금만큼 자동이체로 집금한다.

◇셀러들의 포털로 키우는 게 목표

디데이 우승 현장. /올라핀테크

서비스 론칭 1년만에 약 1300명의 유저를 확보했다. 지난해 10월 은행권청년창업재단(디캠프)이 주최한 창업경진대회(디데이)에서 우승한 데 이어 2021년 코리아핀테크위크의 IR경진대회에서 준우승을 차지했다. IBK기업은행에서 운영하는 ‘창업육성 플랫폼 IBK창공’ 마포 6기 혁신창업기업에도 선정돼 액셀러레이팅을 받고 있다

“올라의 가장 큰 역할은 선정산을 ‘용기를 내야 비로소 받을 수 있는 것’에서 ‘누구나 쉽고 간단하게 받을 수 있는 것’으로 전환한 데 있다고 생각합니다. 채권의 정산 주기를 단축해서, 사업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 거죠. 이용자 중에 ‘선정산 받은 덕에 새로운 오픈마켓과 전문몰까지 사업을 확대했다. 사업 성장 속도가 빨라졌다’는 후기를 남겨 주신 분이 계세요. 의도가 통한 것 같아 뿌듯했습니다.”

올라핀테크 구성원들. /올라핀테크

김 대표는 빠른 성장의 비결로 ‘중후하지만 노련한 구성원’을 꼽았다. “올라핀테크 핵심 팀원 9명의 평균나이가 30대 중반입니다. 스타트업 치고는 젊지 않죠. 그만큼 패기만으로 일하지도, 쉽게 좌절하지도 않아요. 구성원 대다수가 큰 조직에서의 업무 경험을 쌓은 덕에 치밀한 검토와 전략적 판단 하에 일을 진행하죠. 덕분에 짧은 기간에 다양한 성공 사례를 쌓은 것 같습니다.”

1등 선정산 서비스가 되는 게 목표다. “제1 금융권, 대부업 모두 선정산 서비스를 운영 중입니다. 다만 ‘셀러 친화적이면서도 단순 명료한’ 선정산 서비스는 아직까지 저희 밖에 없다고 자신합니다. 연내에 프리A 투자 유치에 성공하면 개발과 마케팅 인력을 충원해서 서비스 규모를 크게 키우고 싶어요.

궁극적으로는 올라를 셀러들의 포털 서비스로 키우고 싶어요. 지금까지 쌓인 빅데이터를 활용하면 셀러들에게 판매 컨설팅이나 물류회사 매칭이 가능하거든요. 셀러가 올라 홈페이지 내에서 판매 계획부터 자금 조달까지 끝낼 수 있도록 성장하는 게 저희 장기 목표입니다.”

/진은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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