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인터뷰

17살 때 아이디어로 전세계 200만명 반하게 한 한국 청년

내 말에 반응하는 움직이는 이모티콘 앱 개발기

창업 기업은 한 번쯤 자금 부족에 시달리는 등 큰 시행착오를 겪는 ‘데스밸리(죽음의 계곡)’를 지납니다. 이 시기를 견디지 못하면 아무리 좋은 기술력, 서비스를 갖고 있다고 해도 생존하기 어려운데요. 잘 알려지기만 하면 시장에게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는 중소기업이 죽음의 계곡에 빠지게 둘 순 없습니다. 이들이 세상을 바꿀 수 있도록 응원합니다.

비트바이트 안서형 대표. /더비비드

스마트폰이 많은 부가 산업을 만들어 내고 있다. 서비스와 아이디어가 천차만별. 저런 생각은 도대체 어떻게 했을까 혀를 내두르게 하는 스타트업이 많다.

'비트바이트'는 스마트폰 키패드 앱을 만드는 회사다. 자판을 꾸며주는 테마, 자판 위에서 움직이는 캐릭터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좋아하는 연예인 사진이나 캐릭터로 키패드를 구성할 수 있다. 한국어와 영어 서비스를 제공하며 누적 다운로드 수 200만 건을 돌파했다. 비트바이트의 안서형(23)대표를 만났다.

◇17살 패기로 도전한 공모전에서 수상

비트바이트 안서형 대표 학창 시절. /본인 제공
삼성 투모로우 솔루션 공모전. /본인 제공

중학생 때부터 컴퓨터를 좋아했다. 게임을 하거나 각종 기기를 사서 뜯어 보는게 즐거움이었다. 2014년 IT 특성화고인 선린인터넷고에 진학해 안드로이드 앱 제작법을 배웠다.

-어떤 학창시절을 보냈나요.

“각종 공모전에 도전장을 내밀며 개발자로서의 꿈을 키웠어요. 고등학교 1학년 때는 ‘삼성 투모로우 솔루션 공모전’에 참가했죠. 사회 공헌 아이디어를 제출하는 대회로, 참가를 위해 학교 친구들 5명이서 팀을 꾸렸어요. 당시 비속어를 많이 사용하는 10대들의 언어 습관에 착안해, ‘바른말 키패드 앱’을 기획했어요. 비속어를 쓸 때마다 키보드 위에 귀여운 이모티콘이 등장해 언어 습관을 자각할 수 있게 하는 거죠. 2014년에는 이 아이디어로 우수상을 받았고, 이듬해에는 최우수상을 거머쥐었습니다.”

-바른말 키패드는 어떻게 됐나요.

“고등학교 2학년이었던 2015년 10월, 한글날 직전에 바른말 키패드를 정식 출시했어요. 첫 달에만 다운로드 5만건을 기록할 정도로 반응이 좋았어요. ‘비속어 사용이 줄었다’는 등 긍정적인 반응이 나왔죠. 소프트웨어 기술로 사람들의 일상을 가치있게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고등학생 신분으로 계속 사업을 한건가요.

“공모전 참가를 위해 꾸린 팀이라, 대회 후 팀은 바로 해체됐습니다. 대신 2016년 저 혼자 개인사업자 등록을 했습니다. 키보드는 우리가 폰을 사용하는 동안 제일 많이 쓰는 도구잖아요. 매일 보는 공간이 아름답고 재밌어야 기분이 좋아져요. 키보드로 그런 즐거움을 선사하고 싶어서 본격적인 사업화를 결심했습니다.”

◇1학년 1학기까지 다니다 휴학한 이유

창업 초기 안서형 대표. /본인 제공

혼자 1년 넘게 바른말 키패드 앱을 운영하다가 어려움에 부딪혔다. 앱의 좋은 취지에는 동감하지만 비용까지 지불하며 사용하려는 사람이 드물었던 것.

2017년 국민대 소프트웨어 학부에 입학해서도 사업을 계속 이어 나갔다. 사업과 학업을 병행하는 일이 쉽지 않았다. 결국1학년 1학기까지 다니다 휴학했다. 기존의 앱 키보드 제작 경험을 살리되, 서비스에 활기를 불어넣어 줄 ‘한 방’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플레이키보드. /본인 제공

지하철에 앉아 가다가 문득 ‘키보드 위에서 움직이는 이모티콘’을 떠올렸다. 채팅창이 아닌 키보드 위에서 이모티콘이 내가 입력 중인 말에 반응하면 재밌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곧바로 디자이너와 개발자를 채용해 개발에 들어갔다. 9월에 개발을 시작해서 이듬해인 2018년 1월 안드로이드 전용 ‘플레이키보드’를 출시했다. 인터렉티브 키보드 제공 방법 및 시스템으로 특허 등록까지 했다.

-플레이 키보드가 뭔가요.

“채팅창이 아니라 키보드 바로 위에 이모티콘이 뜨는 소프트웨어입니다. 플레이 키보드 앱에서 원하는 이모티콘이나 키보드 템플릿을 구매 후 내 폰에 적용하면 됩니다. 내가 작성하는 단어에 맞춰 이모티콘이 울거나 웃는 식의 반응을 하죠. 문자 메시지창, SNS(사회관계망서비스)창 등 가리지 않고 어떤 창에서든 실행할 수 있어요. 카카오톡 이모티콘은 카카오톡을 쓸 때만 사용 가능하잖아요. 우리 앱은 키보드 사용 때 항상 사용할 수 있습니다.”

-어떤 점에 주안점을 뒀나요.

“기존의 키보드 꾸미기 앱의 단점을 보완했어요. 가령, 어떤 앱은 극히 일부의 키보드 종류만 지원한다는 한계점을 지니고 있었어요. 대부분 모바일 기기가 쿼터, 단모음, 나랏글, 스카이 등 10가지 정도의 자판 종류가 있는데도요. 반면 저희는 모든 종류의 키보드에 호환할 수 있도록 했어요. 이용자는 원하는 것을 선택하기만 하면 되죠.

기본 키보드와 동일한 기능을 제공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기존 키보드와 살짝만 배열이 달라도 오타가 나게 되고 사용감이 떨어지니까요. 기존 키보드의 자판 크기와 배열을 동일하게 하기 위해서 노력했어요. 픽셀 단위로 오차를 줄여나갔죠. 단어 자동완성 기능도 옵션으로 추가했고요.”

플레이키보드. /본인 제공

-이모티콘은 자체적으로 제작하는 건가요.

“이모티콘 작가와 라이선싱 계약을 했어요. 더 많은 이모티콘을 제공하기 위해 지난 8월 ‘플레이키보드 스튜디오’ PC용 홈페이지를 출시했어요. 작가가 자신이 만든 이모티콘 출시 제안을 하면, 저희가 출시할지 말지 결정하는 플랫폼입니다. 정식 출시하게 되면 판매된 금액에 맞게 매월 정산해드려요.”

-출시 후 반응은 어땠나요.

“2달 만에 다운로드 수 2만 건을 기록했어요. 8개월이 지나니 10만건을 돌파했어요.  한국 뿐 아니라 인도네시아 이용자가 많이 유입된 게 비결이었어요. 인도네시아에서 K팝 열풍이 불면서 한국어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던 것 같아요. 이용자 절반이 ‘한국어 키보드’라는 검색어로 유입한 인도네시아인이었죠. 이때 해외 시장에서의 성공 가능성을 엿보고 출시 2달 만에 인도네시아어와 영어 버전을 출시했어요.”

◇영어 버전 출시 후 누적 다운로드 ‘200만’ 돌파

비트바이트 안서형 대표. /본인 제공

영어 버전 출시 후 다운로드수가 가파르게 증가했다. 출시 이후 누적 다운로드는 200만 건이 넘는다. 전체 사용자 중 50%는 해외 사용자다.

자신감을 얻어, 사업 초기 아꼈던 마케팅 비용도 늘려가며 홍보 활동을 펼쳤다. 키패드 위에서 귀엽게 움직이는 이모티콘을 효과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광고 영상’도 준비했다. 지난 5월 미국 이용자를 타깃으로 한 유튜브 광고 영상을 낸 후 국가별 이용자 중 미국인이 10위에서 6위로 껑충 오르기도 했다. 현재 국내 월간 사용자 수(월에 한번이라도 사용한 사용자)는 13만명이다.

지난 5월에는 아이폰 사용률이 높은 20대의 특성을 겨냥해 ios앱을 출시했다.

비트바이트 팀 사진. /본인 제공

-인기 비결이 뭔가요.

"키패드 위에서 움직이는 이모티콘이 신선하게 느껴진 것 같아요. 이용자의 선호도에 맞춰 빨리 움직인 전략도 한 몫 했습니다. 처음엔 키패드를 가리지 않게끔 이모티콘을 흐리게 표현했는데, 이모티콘이 잘 보였으면 한다는 피드백을 많이 받았어요. 이후에 투명도를 조절해서 잘 보이게 했어요.”

-수익은 어떻게 내나요.

“그동안 무료와 유료 서비스로 양분화해서 제공했는데, 지난 4월부터는 모두 유료로 전환했습니다. 유료로 제공되는 콘텐츠가 주목받지 못한다는 점이 문제였거든요. 무료 서비스를 지속하면 콘텐츠 가치가 계속 떨어지게 됩니다. 결국 돈을 지불하고서라도 저희 앱을 쓰려는 분들에게 집중하기로 했습니다.”

플레이키보드 안서형 대표. /더비비드

-남은 과제는 무엇인가요.

“유료 고객 수를 늘려야 합니다. 현재 10대 이용률이 가장 높아요. 구매력이 있는 20대 이상의 이용자를 집중 공략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최대한 많은 소비자를 소구 하기 위해 세부 기능을 고도화 중입니다. 현재는 ‘ㅋㅋ’ 혹은 ‘ㅠㅠ’ 같은 단어를 사용할 때만 이모티콘이 반응하는데요. 단어나 글자가 아니라 문장의 맥락에 맞춰 이모티콘이 반응할 수 있도록 개발하고 있어요. 1년 안에 구현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예비 창업자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이거 아니면 안된다는 마음으로 해야해요. 특히 저처럼 어린 나이에 사업을 시작하면, 외로울 때가 많고 주변에서 유혹도 많거든요. 위기 순간마다 ‘사업은 혼자서 하는 게 아니다. 내가 망하면 회사 식구들 인생에도 영향을 끼친다’고 되뇌었습니다. 외롭고 힘든 순간이 분명 오는데, 그 순간을 이겨내면 반드시 좋은 순간이 온다고 꼭 말쓴드리고 싶어요. 그러니까 포기하지 마세요.”

/윤채영 에디터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