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사각지대 놓인 긱워커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일하는 근로자가 정석이던 시대가 저물고 있다. 출퇴근 시간과 무관하게 일한 시간만큼 받는 플랫폼 일자리로 옮겨가는 ‘긱 이코노미’(gig economy·임시직 경제) 종사자가 늘어난 탓이다. 이와 같은 일자리 생태계 변화는 예상치 못한 부작용도 야기하고 있다.
◇요즘 직장 트렌드는 ‘긱워커’와 ‘월급고개’
코로나19 이후 일자리 시장이 재편됐다. 고용노동부·한국고용정보원이 지난 11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배달 라이더나 대리기사 같은 긱 이코노미 종사자가 66만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한국노동연구원이 추정한 22만3000명의 3배로 늘어난 수치다. 이들 중 상당수는 배달, 물류 관련 인력이다.
같은 시기, 팬데믹으로 생활경제가 어려워지면서 월급을 모두 써버려서 경제적으로 어려워지는 ‘월급고개’가 보편적인 문제로 대두됐다. 지난 10월 구인구직 플랫폼 사람인이 직장인 140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직장인의 60.7%가 '평소 월급고개를 겪는다'고 답했다. 직장인들이 월급을 받은 후 모두 소진하는 데 평균 12일이 걸리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들은 월급을 모두 소진한 후 생긴 비용을 신용카드(66.4% ·복수응답), 비상금 (30.3%), 마이너스 통장 (8.6%) 등으로 충당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부모님께 손을 내밀거나(7.5%), 현금서비스 이용(4.9%)한다고 답한 응답자도 있었다.
◇월급고개가 긱워커에게 더 위험한 이유
문제는 긱워커들이 '월급고개'의 악순환에 빠지기 쉽다는 점이다. 금융 이력이 부족하거나 신용점수가 낮은 생계형 긱워커에게 신용카드 같은 대안은 먼 나라 얘기다. 결국 고금리 대부업자들의 먹잇감이 되기 쉬운 구조다. 최악의 경우 한번의 실수로 평생 금융 사각지대에서 못 벗어날 수도 있다.
자금난을 겪는 긱워커로서는 딜레마에 빠질 수밖에 없다. 고금리 대출 상품은 부담스럽고, 지인들에게 도움을 요청하기엔 면목이 없기 때문이다. 결국 한 푼이라도 더 벌기 위해 위험한 운전 등 무리를 하게 된다.
이 같은 고민에 빠진 긱워커와 중소기업 근로자가 늘자 이들의 고충을 겨냥한 서비스도 나왔다. 급전이 필료한 근로자에게 곧 받을 임금을 가불해주는 플랫폼 '페이워치'가 대표적이다.
1일 인출 한도는 10만원으로 월 최대 50만원까지 받을 수 있다. 이후 실제 월급날에 가불금을 제외한 월급이 들어온다.
페이워치의 설문에 따르면 긱워커와 중소기업 근로자의 66%가 ‘(임금 가불 서비스가) 생활에 도움이 되고 있다’고 응답했다고 한다. 이들의 33.3%는 ‘(페이워치가) 고금리 현금 서비스나 대출 서비스를 대체했다’고 답변했다. 그만큼 임금 보릿고개가 힘든 사람이 많다는 뜻이다.
자신을 ‘아이 둘 키우는 싱글 맘’이라고 소개한 한 40대 여성은 “아이들 양육비가 미지급돼 생활이 빠듯한 상황에서 아이 피부에 문제가 생겨 막막했는데, 가불로 문제를 겨우 해결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긱워커들을 위한 제도적인 해법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한 국책연구원 관계자는 "긱워커들은 모래알처럼 흩어져 있어 조합 결성 등이 어렵다"며 "긱워커를 위한 안전망 마련이 필요하다"고 했다.
/진은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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