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를 위한 최신 마음관리기술
“열심히 사는데 행복하지 않아요.”, “남의 기대에 부응하느라 지칠 대로 지쳤어요.”, “훌쩍 떠나고 싶어요.”, “번아웃이 온 것 같은데 어떻게 극복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마음의 병은 무서운 존재다.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방치했다가 대인 관계나 업무를 망치는 독으로 커지기 십상이다. 심한 경우 신체 활동에 대한 의지를 떨어뜨려 몸의 건강까지 해칠 수 있다.
특히 스타트업 창업자들은 성장에 대한 압박, 쉬지 못하는 일상 때문에 번아웃(극도의 신체적·정신적 피로감을 호소하며 무기력해지는 현상)이 오기 쉬운 환경에 놓여있다. 지난 11월 29일, 디캠프 6층 다목적홀에서 스스로 마음을 돌볼 여유가 부족한 스타트업 구성원들을 위한 자리가 마련됐다.
‘리더를 위한 최신 마음관리기술’을 주제로 스트레스 관리법이 소개됐다. 세미나에 직접 참석해 직장인도 참고하면 좋은 번아웃 방지법에 대해 들었다. 주요 내용을 정리했다.
◇우리 마음 속 ‘외상 후 성장 프로그램’ 작동법
윤대현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가 연사로 참여했다. 윤 교수는 25년 동안 병원 상담실 뿐 아니라 TV, 라디오 프로그램을 통해서 속앓이 중인 이들에게 심리처방전을 제공해 왔다. 주요 저서로는 <리더를 위한 멘탈 수업>(공저), <윤대현의 마음성공>, <일단 내 마음부터 안아주세요>, <잠깐 머리 좀 식히고 오겠습니다> 등이 있으며 2015년부터 조선일보에 칼럼도 연재하고 있다.
윤 교수는 “마음 관리 트렌드가 ‘마인드 컨트롤’에서 ‘연민’으로 넘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마인드 컨트롤이란 목적을 위해 생각이나 행동을 절제하고 조절하는 것이다. 역경과 고난 속에서도 긍정적으로 생각하거나 할 수 있다고 다짐하는 행위가 대표적이다. 마인드 컨트롤에는 치명적인 한계점이 있다. 하기 싫은 일도 하게 함으로써 에너지 소진을 앞당기는 것이다. 윤 교수는 “연달아 마인드 컨트롤만 하면 지쳐서 번아웃이 오기 쉽다”며 “하루 10분이라도 내 마음을 안아주는 충전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우리 마음에는 외상 후 성장(after crisis growth) 프로그램이 있다. 똑같이 어려운 상황에 처했는데도 긍정적으로 상황을 타개하는 날이 있고 한숨만 쉬다 끝나는 날이 있다. 둘의 차이는 외상 후 성장 프로그램 활성화의 유무다. 이 프로그램을 활성화하면 위기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을 수 있다. 힘든 상황일수록 내 마음을 안아주면 프로그램이 켜진다. 번아웃 상태에서는 프로그램을 작동시킬 수 없다.
만약 마음 상태가 안 좋다면 몸부터 관리해야 한다. 마음이 소프트웨어라면 몸과 뇌는 하드웨어라, 둘 중 하나만 문제가 생겨도 삶 전체에 지장이 생긴다. 반대로 훌륭한 소프트웨어가 부실한 하드웨어를 받쳐줄 수도 있다. 뇌 상태가 알츠하이머 환자와 유사한 수준까지 악화됐는데, 여행이나 취미 활동으로 소프트웨어 관리를 잘 해서 치매 진단을 받지 않은 사람의 사례도 있다.
같은 맥락에서 가장 쉬운 스트레스 관리법은 몸을 쓰는 것이다. 특히, 가벼운 산책은 약을 먹는 것만큼의 효과가 있다. 이 외에도 압박감을 주지 않는 힐링 액티비티는 마음 관리에 도움이 된다. 윤 교수는 “바쁠수록 놀아야 하는 이상한 원칙을 따라야 한다”며 “그래야 뇌가 살아나고 위기 프로그램이 돌아간다”고 신신당부했다.
◇하루 10분 산책의 위력
스트레스 관리의 중요성과 몸과 마음의 관계에 대해 설명 후 연민의 방법론을 공유했다. 연민의 첫 단계는 자신에게 훈장을 주는 것이다. 예를 들어, 코로나19 상황에서 비즈니스가 잘 되지 않을 때 ‘이런 상황 하나 이기지 못하고 번아웃에 빠진 내가 한심하다’, ‘일이 풀리지 않아 자존감 떨어지고 우울하다’고 생각하기 쉽다. 윤 교수는 “이럴 땐 ‘지금 상황이 꽤 어렵지만 그 와중에도 최선을 다한 내 자신이 대견하다’는 식으로 마음부터 달래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 다음 방법론은 ‘연결’이다. 방전된 스마트폰에 전력을 공급하듯이 우리 마음도 에너지원과 연결해야 한다. 전문가들이 꼽은 가장 훌륭한 에너지원은 ‘사람’이다. 누구나 엉뚱한 사람의 한마디나 예상치 못한 연결로 힘을 얻는 경험을 해봤을 것이다. 이처럼 타인을 통해 마음을 치유하는 메커니즘을 ‘사회적 회복 탄력성’이라고 한다.
사회적 회복 탄력성을 작동하기 위해 윤 교수는 1년에 최소 한 명씩 새로운 ‘힐링 친구’를 사귈 것을 권했다. 힐링 친구는 얽히고설킨 네트워크가 많고 속내를 다 털어놓기 어려운 오랜 친구와는 다른 개념이다. 윤 교수는 “예전에 마음이 잘 통했던 친구를 오랜만에 다시 만나면 새로운 힐링 친구가 될 수 있다”며 “전문상담사나 정신과전문의도 힐링 친구의 범주에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연결 못지 않게 ‘공간’도 중요하다. 몸과 마음이 끈끈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점을 잘 증명하는 활동이 산책이다. 하루 10분만이라도 내 몸의 움직임을 느끼고 자연과 호흡하며 산책하면 치매도 예방되고 체력 증진 효과도 크다.
무엇보다 산책의 힘은 ‘메타뷰’에서 나온다. 메타뷰란 바닷새처럼 관객이 되어서 나를 개관적으로 바라보는 행위를 뜻하는데, 산책을 할 때 활성화된다. 내 삶을 ‘관객’의 시선으로 보는 것만으로도 심리 치유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윤 교수는 “영화 속 등장인물을 보며 ‘죽을 듯이 힘들겠지만 결국 성공할 거야’란 생각을 하듯 나를 바라볼 줄 알아야 한다” 며 “항상 주인공의 심정으로만 살아가면 쉽게 지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성공의 키는 ‘하면 된다’는 마인드 컨트롤과 스스로의 마음에 공감하고 위로하는 연민의 균형을 유지하는 것에 있다고 강조했다. 이때 좋은 감정 상태에만 집착하는 ‘행복 중독’은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는 “인생을 살면서 느끼는 감정의 3분의 2가 외로움, 슬픔, 우울, 분노”라며 “이런 감정은 나의 잘못에서 비롯한 것이 아니니 ‘우울하니 커피 맛이 좋다’, ‘화가 나니 소주 맛이 좋네’ 하는 식으로 부정적 감정을 즐기는 연습을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행권청년창업재단(디캠프)는 올해 심리적 어려움을 겪은 스타트업 창업자들을 위해 전문 심리 상담, 세미나 등의 ‘마인드케어’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내년에도 스타트업 구성원들의 마음건강을 위해 다양한 마인드케어 프로그램을 진행할 예정이다.
/진은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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