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관리 애플리케이션 ‘루시드 아일랜드’ 개발기
창업 기업은 한 번쯤 자금 부족에 시달리는 등 큰 시행착오를 겪는 ‘데스밸리(죽음의 계곡)’를 지납니다. 이 시기를 견디지 못하면 아무리 좋은 기술력, 서비스를 갖고 있다고 해도 생존하기 어려운데요. 잘 알려지기만 하면 시장에게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는 중소기업이 죽음의 계곡에 빠지게 둘 순 없습니다. 이들이 세상을 바꿀 수 있도록 응원합니다.
초연결, 초고속, 초경쟁의 시대. 온전히 휴식을 취해야 하는 집에서조차 자극적인 정보가 넘쳐 난다. 코로나19가 세계적 대유행이 되며 우울증인 ‘코로나 블루’를 겪는 사람도 적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온전한 ‘나’를 찾아준다는 서비스가 있다. 마음 관리를 해준다는 ‘루시드 아일랜드’다. 이용자 수가 출시 2년 만에 5만 5000명을 넘었다. 투이지주식회사의 박준민(33) 대표를 만나 현대인의 정신건강에 주목한 이유를 들었다.
◇마음 관리 콘텐츠 구독 플랫폼
투이지주식회사는 마인드 웰니스(마음 및 정신 관리) 애플리케이션 ‘루시드 아일랜드’를 운영하고 있다. 루시드 아일랜드는 일상 속에서 받는 스트레스나 마음을 관리할 수 있는 앱으로 명상 콘텐츠를 제공한다. 모든 콘텐츠는 투이지 주식회사가 직접 제작한 것이다.
힐링 에세이, 매 순간 자신의 마음 상태를 확인하는 ‘마음 체크인’ 기능 등을 제공하며 콘텐츠 범위를 확장하고 있다.
◇디지털 아트 전공자가 스타트업 생태계에 눈 뜬 이유
서울예대에서 디지털 아트를 전공했다. 디지털 아트는 IT기술을 기반으로 새로운 형식의 예술 장르를 창출하는 것이다. 뜻밖의 계기로 창업에 눈을 떴다. “2010년 페이스북 창업자인 마크 저커버그의 실화를 다룬 영화 ‘소셜 네트워크’를 봤어요. 완전히 반했습니다. 페이스북 같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야 말로 제가 전공한 디지털 아트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저커버그처럼 많은 사람이 이용하고 세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서비스를 만들고 싶었어요.”
바로 창업 생태계에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2013년 음악을 들으며 사회적 교류를 할 수 있는 소셜 뮤직 플랫폼을 만들기로 했어요. 플랫폼을 구축할 외주 개발 업체도 찾았죠. 오랜 기간 협업해서 앱을 만들었는데, 출시 직전에 업체가 소스 코드를 주지 않겠다고 횡포를 부렸어요. 결국 출시가 무산되고 말았죠. 소송을 걸 수도 있었지만, 어린 나이에 그 시간과 비용을 쏟을 수 없었어요. 결국 기본적인 소스만 받고 그 일에서 손 떼야 했죠.”
상심하던 중 기회가 주어졌다. 커뮤니티에서 유사한 플랫폼을 홍보하는 게시물을 본 것이다. 홍보 문구를 보자마자 해당 기업의 대표에게 메일을 보냈다. “제가 당했던 일, 했던 일을 그 회사의 대표님과 공유했어요. 함께하고 싶다고, 청소라도 하겠다고 했는데, 그 대표님이 합류해달라고 손을 내밀더라고요. 메일로 입사 지원을 해서 입사한 셈이죠.”
2014년 1월 음악 자동추천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 비트패킹컴퍼니에 합류했다. 멀티 플레이어로 일했다. “노래 추천 알고리즘 서비스를 만들었어요. 구상했던 바를 실천하니 일하는게 신나더라고요. 100만 다운로드 달성이란 결실도 보았죠. 그렇게 성과를 내니 다시 창업 욕심이 다시 솟구치더라고요. 재창업을 결심하고 그해 11월 퇴사했습니다.”
홀로 회사를 세워 영상 기반 메신저 등 2개의 서비스를 론칭했다. 실력도, 경험도 있었지만 예상치 못한 복병을 만나 고전했다. “팀원없이 혼자 개발부터 운영까지 하는 건 역부족이었어요. 시간이 턱없이 부족해 비즈니스를 챙길 수 없었고 서비스 기획도 날카롭지 못했죠. 전 그냥 어린 학생이었던 겁니다. 지난 시간을 객관화해 봤어요. 창업자이자 리더로서 사람을 이끌려면 실질적인 성과가 있어야 한다고 판단했어요. 함깨할 사람도 필요했죠. 취업해서 실력과 경험을 쌓은 후 제대로 창업하겠다고 다짐했습니다.”
2017년 12월, 유명 블록체인 기업 체인파트너스의 CPO(최고제품책임자)로 일했다. “블록체인 거래소 관련 프로젝트를 모두 총괄했어요. 거래소가 없던 시절 입사해 문 여는 것까지 지켜봤죠. 가장 큰 성과는 사람인데요. 이곳에서 투이지 주식회사의 공동창업자인 윤서호 COO(총괄 운영책임자)를 만났어요. 윤 COO와 사회적으로 큰 울림을 줄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나누다가 공동 창업까지 하게 됐죠."
◇주변 사람들의 ‘죽겠다’는 말에 떠올린 아이디어
2019년 4월 일단 투이지 주식회사 법인부터 설립한 후 창업 아이템 선정에 들어갔다. 아이템을 정할 때 고민했던 점은 6가지였다. 공감할 수 있는 시장이어야 하는 것, 사회적으로 임팩트가 있을 것, 남녀노소 사용할 수 있는 것, 혼자서도 사용할 수 있는 것, 초반에 모든 것을 제작할 수 있는 것. 마지막으로 이미 커진 시장이 아니라 한 발자국 빠르게 들어갈 수 있는 시장일 것.
이 모든 점을 고려하니 답은 의외로 가까이 있었다. "마인드 웰니스(mind wellness, 마음건강)에 주목하게 됐어요. 여러 회사에 몸담은 덕에 다양한 사람을 만났는데요. 동료들과 친구들, 가족 등 누군가를 만날 때마다 ‘힘들다’, ‘죽겠다’는 소리를 하더라고요. 모든 사람이 그 얘기를 달고 사는 것 같았죠. 아주 보편적인 문제인데 그것을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정신과에 가거나 상담을 받는 것밖에 없었어요.”
운동으로 체력을 다지듯 일상에서 마음을 챙길 수 있는 수단이 있는지 찾아 봤다. “미국에는 캄(calm), 영국에는 헤드 스페이스(Head space) 등의 명상 플랫폼이 있어요. 이미 유명한 곳이지만 그들 역시 명확한 답을 찾은 것 같진 않았어요. 마음을 달래주는 오디오 콘텐츠를 제공하는 데 그치더라고요. 운신의 폭이 있는 시장으로 보였죠.‘우리도 아직 늦지 않았고, 잘하면 시장에서 성장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국내에는 마인드 웰니스 플랫폼이 거의 없어서 개척해야 하는 상황이었으니까요.”
◇스타트업 대표가 '명상' 공부에 들어간 이유
서비스 개발에 앞서 ‘명상’부터 공부하고 스스로 실천했다. “매일 저녁 하루를 돌아보며 어떤 것을 느꼈는지, 왜 그런 감정을 느꼈는지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제 행동이나 생각을 관찰하면서 자기 관찰을 많이 했는데요. 이것 또한 ‘마음 챙김’의 일환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꾸준한 운동으로 근육을 단련하는 것처럼, 일상 속에서 마음을 관리하고 챙긴다면 마음의 근육을 단련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죠.”
2020년 초, 약 2달의 개발 기간을 거쳐 명상 플랫폼 ‘루시드 아일랜드’를 출시했다. “오픈 초기에는 명상 콘텐츠와 ASMR(일상 소음 혹은 백색잡음)과 같은 사운드 스케이프(자연 음이나 인공 음을 제어해 조성하는 소리) 등의 오디오 콘텐츠 70여개를 제공했어요. 오픈 직후 앱 스토어의 ‘오늘의 앱’에 선정됐죠. 사용자 평점이 기대 이상으로 높았고, ‘루시드 아일랜드가 없으면 잠을 못 잔다’는 리뷰에 잠 못 이뤘습니다. 이후 콘텐츠를 1500개 이상으로 늘렸어요. 서비스 출시 6개월 후부터는 월 구독료 4500원으로 유료 전환했습니다.”
이용자가 일정 수준 증가한 이후부터는 플랫폼 ‘확장’에 집중했다. 유저를 플랫폼에 잡아 둘 ‘유인책’을 제공하는 게 관건이었다. “고민 끝에 ‘참여형 명상 코치’를 도입하기로 했습니다. 내부적으로는 루시디스트라고 부르는데요. 아나운서, 작가 등 다양한 직군에서 활동하는 70여명의 루시디스트가 본인이 잘할 수 있는 분야를 살려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어요. 누구는 명상을 안내하고, 누구는 요가를 가르치죠. 힐링 에세이를 읽어주는 이도 있고요.
루시디스트는 아주 사소한 행동도 마음 관리의 일환이라는 걸 보여줌으로써 이 시장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역할을 해요. 각자 몸담고 있는 분야도 달라서 콘텐츠의 양적 확대뿐만 아니라 다양성에도 큰 도움이 되죠.”
-루시디스트의 자격이나 활동 방식이 궁금합니다.
“저희가 먼저 제안을 하기도 하고, 회사 측에 루시디스트로 활동하고 싶다고 연락을 주시기도 해요. 계약하게 되면, 초기에 콘텐츠 제작 관련 교육을 진행합니다. 콘텐츠를 처음 올릴 때 까지는 밀착해서 돕고 그 후에는 자유롭게 활동하게 하죠. 콘텐츠 재생 빈도에 비례해 루시디스트분들과 수익도 공유하고 있고요. 본업을 하다가 시간이 날 때 콘텐츠를 제작하면 되기 때문에 큰 부담 없이 활동할 수 있습니다.”
◇가입자 5만5000명 돌파
스스로 ‘우리나라 마인드 웰니스 시장에서 한 걸음 뗀 수준’이라고 설명했지만 유의미한 성과가 나고 있다. 지금까지 5만5000만 명의 이용자를 유치했다. 이용자 수가 증가하자 협업 기회도 많아졌다. “작년 CGV와 손잡고 서울 5개 영화관에서 한 달간 명상 영화 2편을 개봉했어요. 제가 감독으로 메가폰을 잡은 작품이었죠. 같은 해에 스켄케어 브랜드 클레어스와 명상 전시회도 열었어요. ‘마음 관리’라는 영역이 워낙 외연이 넓어서 협업의 여지가 많은 것 같아요. 그만큼 현대인이 필요로 하는 요소이기도 하고요.”
마음 관리 영역에서 ‘나이키’같은 기업이 되는 게 목표다. “올해는 콘텐츠의 범위를 넓히는데 주력할 계획이에요. 마음 관리에 도움이 되는 필라테스, 요가, 상담 등의 콘텐츠와 커뮤니티 기능을 추가할 생각입니다. 그렇게 기반을 잡은 후 영어 버전을 론칭해서 해외에도 진출하고 싶어요. 우리나라 소비자 뿐만 아니라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일상 속에서 어렵지 않게 정신 건강을 관리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거듭나고 싶어요.”
예비 창업자들에겐 아이디어에 목숨을 걸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창업의 이유를 보다 깊게 고민하면 좋겠습니다. 진정성 있는 이유를 찾는다면 수많은 난관과 어려움을 잘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저도 지칠 때마다 본질을 돌아보곤 해요. ‘내가 왜 이 사업을 하는지’, ‘왜 삶을 걸고 이루고 싶은지’에 대한 강력한 답이 있다면 어려운 상황에서도 방향이 보이고 강해지더라고요. 강력한 이유와 진정성을 기반으로 조사하고, 분석하고, 실행해 혁신을 이뤄내세요.”
/김수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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