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웰스케어'의 미국 시장 도전기
창업 기업은 한 번 쯤 자금 부족에 시달리는 등 큰 시행착오를 겪는 ‘데스밸리(죽음의 계곡)’를 지납니다. 이 시기를 견디지 못하면 아무리 좋은 기술력, 서비스를 갖고 있다 해도 생존하기 어려운데요. 잘 알려지기만 하면 시장에게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는 중소기업이 죽음의 계곡에 빠지게 둘 순 없습니다. 이들이 세상을 바꿀 수 있도록 응원합니다.
우리나라 근로자들의 평균 퇴직연령은 49.3세다. 100세 시대. 이제 겨우 절반의 나이지만, 회사에선 고령자 취급을 받으며 물러나야 한다. 아직은 너무 젊은 나이. 제 2의 삶을 어떻게 시작해야할지 큰 고민에 빠지게 된다.
스타트업 웰스케어의 장상현(48) CTO(최고기술경영자)도 이런 고민에 빠졌었다. 20년간 의료기기 개발자로 일했던 그는 고민 끝에 스타트업에서 제 2의 인생을 시작했다. 전 직장에서 연구소장이었던 그는 당시 후배였던 이성원(43) 대표를 지금은 새 보스로 모시고 있다. 장 CTO를 만나 중년의 스타트업 생활을 들었다.
◇아마존에서 히트친 한국 의료기기 스타트업
웰스케어는 웨어러블 헬스케어 기기 이아소(IASO)를 개발한 회사다. 관절 등 통증 완화에 도움을 주는 제품이다. 크기가 조약돌만 해서 손목시계처럼 착용해도 되고, 패치를 부착해 불편한 곳 어디나 붙일 수도 있다. 근육, 인대, 관절 등 부위를 가리지 않고 쓸 수 있다.
저출력의 ‘콜드 레이저(Cold Laser)’ 기술을 활용했다. 조약돌 크기 기기에 작은 레이저 광원들이 촘촘히 박혀 있다. 콜드레이저는 세포 재생 능력이 뛰어나 미국에선 통증 완화 목적으로 널리 쓰인다. LG 프라엘 등 얼굴이나 두피 재생을 돕는 마스크 기기에도 활용되고 있다.
이아소는 미국 아마존에서 먼저 히트를 치고 국내에 역진출했다. 손목에 차고 있으면 아이언맨 장갑의 광원 같은 느낌이 나서 아이언맨 마사지기로 불린다. 장상현 CTO는 "동전파스를 연상시키는 크기와 디자인이라 IT동전파스 애칭으로도 불린다"며 "사용한다는 걸 드러내지 않으면서 확실한 효과를 바라는 분들이 많이 찾는다"고 했다.
◇인생 2막 앞두고 스타트업에서 다시 시작
장상현 CTO는 금오공대에서 전자통신 학·석사를 취득했다. 2002년 전공을 살려 전자통신 회사 스트라텍에 입사했다. IT 개발을 하다가 의료기기 제작 부서로 이동했다. 경험을 쌓아 의료기기 전문 회사 하이로닉으로 이직했다. 그곳에서 이성원 현 대표를 만났다.
“저는 연구소장으로 있었고 이 대표님은 특허 관련된 업무를 보는 연구원으로 있었습니다. 높은 강도의 초음파를 한 곳에 집중시켜서 종양을 태우는 하이푸 시술(HIFU)과 관련된 제품 등을 개발했죠.”
2014년 반도체소자(LED칩)를 만드는 회사로 다시 이직했다. 5년간 일했다. “체계가 잡힌 중견기업이다보니, 회사에서 결정한 일만 할 수 있었어요. 저하고는 맞지 않았습니다. 주니어 연구원으로 일할 때가 그립더군요. 제가 주도해서 만든 의료기기를 아픈 분들이 쓰는 모습을 보고 보람 느낄 때가 많았거든요. 그렇다고 쉽사리 이직을 결정하진 못하겠다군요. 어느덧 마흔 다섯이었거든요.”
하고 싶은 일에 대한 갈망이 커질 때 이성원 대표에게서 연락이 왔다. “‘병원용 치료 기술을 대중화하겠다’는 포부가 와닿았습니다. 오랜 기간 의료기기를 연구를 하면서, 통증 환자들은 본인이 아프다는 걸 밝히고 싶지 않아 한다는 걸 알게 됐어요. 기존 가정용 기기들은 뭉툭하고 커서, 쓰려고 꺼내는 순간 ‘내가 환자다’라는 걸 밝히는 셈이 됐죠. 누구나 부담없이 사용할 수 있는 가정용 테라피 기기를 만든다는 취지에 크게 공감했어요.”
2019년 7월 이직 제안을 흔쾌히 수락했다. 이아소 개발 마무리 작업에 투입됐다. “프로와 아마추어의 가장 큰 차이점은 제품의 완성도라고 생각합니다. 누구나 90% 정도의 제품은 완성할 수 있어요. 10%를 어떻게 채우는지에 따라 아마추어와 프로가 갈린다고 생각해요. 제가 웰스케어에 들어왔을 때 이아소는 완성도가 부족했어요. 제품 안정화 작업을 통해서 최대한 A/S가 안 나오도록 작업했죠. 인증도 마찬가지였어요. 최소 6개월에서 1년 정도 걸리는데, 7개월 안에 마무리한 것 같아요.”
◇미국서 먼저 데뷔…글로벌 유통망 확장
이아소는 대형병원에서 쓰는 물리치료기기의 원리를 그대로 활용한 것이다. 동그란 조약돌 모양의 기기에서 ‘콜드 레이저’가 나오는데, 이를 통증 부위에 쏘여 근육통·통증·붓기 등을 완화한다. 콜드 레이저를 통증 부위에 쏘면 세포 내에서 아데노신 삼인산(ATP) 에너지가 활성화된다. 이 에너지로 인해 통증 부위의 세포가 활성화되며, 통증이 완화된다.
통증이 완화되는 것은 산화질소(NO) 덕이다. 특정 파장대역의 빛을 통해 미트콘드리아에서 생성되는 산화질소는 영양소와 산소전달을 용이하게 해 세포 재생을 돕는다. 활성 산소(ROS)를 생성해 세포 신호 전달을 통해 세포의 증식과 분화도 조절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3등급 의료기기 허가를 받고, 미국 FDA에서 효능과 안전성 검증을 받았다. FCC(전자파 적용 제품), 유럽 CE(안전, 건강, 환경 및 소비자보호), 한국의 KC(국가통합인증마크) 인증도 받았다. 임상시험에서 89%의 경우에 통증 완화 결과가 나왔다.
2019년 미국 아마존에서 판매를 시작했다. 이후 뉴에그(Newegg), 스택소셜(Stack Social) 등 다양한 해외 온라인 시장에서 판매 중이다. 미국 시장 성공 후 작년 국내 시장에 역진출했다.
일에서 오는 뿌듯함을 다시 느끼고 있다. “팔이 올라가지 않던 오십견 환자가 이아소를 쓴 후 다시 팔이 올라간다는 후기를 봤습니다. 연구자로서 굉장히 뿌듯했습니다."
◇”스타트업 오며 월급 줄었지만..”
장 CTO는 개발, 인증 등 제품 개발 전반을 관리한다. 전 직장보다 직책은 높아졌지만, 월급은 줄었다. 그런데도 스타트업을 택한 이유는 ‘자율성’ 때문이다. “큰 회사에 있을 때는 제가 하나의 부품이 된 느낌인데, 이곳은 제가 모든 걸 이끌어요. 그 점이 가장 좋아요.”
웰스케어 직원의 평균 나이는 30대 초반이다. “젊은 친구들답게 눈치 보지 않고 본인의 의견을 피력합니다. 덕분에 좋은 아이디어가 계속 나와요. 대기업이나 중견기업에선 제 나이가 되면 청년들과 어울릴 기회를 억지로 만들어야 하는데, 여기선 자연스럽게 어울려요. 생각이나 실행방안을 제안하는 모습들을 보면서 제가 배울 때가 많아요.”
스타트업에 입사했다는 소식을 듣고 은퇴를 앞둔 또래들이 고민상담을 요청해 오는 경우가 많다. “기성회사보단 조직이나 문화가 덜 여문 스타트업에선 ‘동기’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본인이 스타트업에 가서 무엇을 할 수 있고, 무엇을 하고 싶은지 스스로 되새기는 일이 필요하죠. 그 외의 조건은 모두 부수적이고, 방법을 찾으면 됩니다. 스타트업을 일반 기업처럼 생각하고 오면 힘들어요. 직원 수가 적어서 혼자 담당해야 하는 일이 굉장히 많고, 월급도 큰 회사보다는 아무래도 작고요. 이런 부분을 이겨내기 위해서 동기 부여할 만한 것들을 스스로가 만들 수 있어야 합니다.”
/김수지 에디터
'인터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고속 승진한 IT개발자, 돈가스집 차리고 남들과 달랐던 딱 하나 (0) | 2024.07.04 |
---|---|
7개월 만에 78만개, 입맛을 감쪽같이 속인 가짜 고기 (0) | 2024.07.04 |
고졸 개발자 출신의 투자 좀 한다는 사람들 열광시킨 아이디어 (1) | 2024.07.04 |
LG 부장이 회사 사표 내고 퀵서비스 기사 된 이유 (1) | 2024.07.04 |
20대 딸이 아버지의 일을 잇고 있는 방법 (0) | 2024.07.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