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대 58조원 온라인 식품 시장, 창업가의 생존 전략
오픈마켓 전성시대입니다. 컴퓨터 한 대만 있으면 누구나 창업할 수 있고, 직장 다니면서 투잡도 할 수 있습니다. 많은 분이 오픈마켓 셀러를 꿈꾸는데요. 하지만 막상 실행하려면 난관이 한두가지가 아닙니다. 성공한 오픈마켓 셀러들을 만나 노하우를 들어 보는 ‘나도 될 수 있다, 성공 셀러’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2021년 온라인 식품 시장 규모는 58조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코로나 사태가 발발하기 전(2019년 26조원)의 두 배로 늘었다. 시장이 커지면서 제품의 ‘질적 개선’도 이뤄지고 있다. 직접 식당을 찾아야 제대로 된 요리를 즐길 수 있다는 고정관념은 깨진 지 오래다. 밀키트 등 간편식으로 집에서도 고급스럽고 맛있는 음식을 즐길 수 있게 됐다.
프리미엄 간편식 시장을 공략해 오픈마켓에서에서 단기간에 높은 매출을 달성한 셀러가 있다. 2020년 11월 쿠팡 마켓플레이스에 입점해 현재 월평균 6000만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 프리미엄 냉동 돈가스 기업 ‘잇퀄리티(Eat Quality)’의 송재윤(38) 대표를 만나 프리미엄 온라인 식품 시장에서의 생존법을 들었다.
◇대기업 IT 개발자가 냉동 돈가스 사업 할 수 있는 이유
송 대표는 외국계 대기업 개발자 출신이다. 2010년 컴퓨터공학과 졸업 후 10년 동안 개발자 생활을 했다. 실력을 인정받아 34살에 개발팀의 부서장 자리에 앉았지만, 승진을 빨리했다는 기쁨은 잠시였다. ‘워라밸(Work-life balance의 준말. 일과 삶의 균형을 이르는 말)’이 문제였다. 가정을 꾸린 후에도 새벽 퇴근이 잦았고, 실적 압박에 시달려 스트레스가 컸다.
어린 시절 막연히 꿈꾸던 ‘내 사업’을 펼칠 시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이 아니면 용기 내기 쉽지 않겠다는 생각에 2019년 12월 31일, 직장 생활을 정리하고 사업을 시작했다.
-냉동 돈가스를 온라인으로 판매할 결심을 한 이유는요.
“퇴사 직후 식당을 차렸어요. 프랜차이즈 돈가스 가게를 운영하는 친구를 알게 돼 강남역에 돈가스 가맹점을 열었죠. 당시 ‘프리미엄 돈가스’로 SNS에서 인기몰이하면서 운영이 잘됐습니다. 그러다 코로나 사태로 거리두기가 본격화됐고, 손님이 확 줄더군요. 오프라인 사업만으로는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또 제 브랜드를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죠.
반년 정도 돈가스 가게를 운영하면서 다양한 레시피를 익혔고, 축산물 유통에 대한 지식도 쌓인 상태였어요. 좀 알아보니 냉동 돈가스는 한 번에 연상되는 독주 상품이 없더라고요. 아이템을 확정하고 2020년 3월 사업 준비에 들어갔어요. 가게 운영도 병행하고요.”
-단순 짐작으로 온라인 식품 사업에 도전한 건가요.
“제 판단에 대한 근거를 찾기 위해 개발자 시절에 했던 데이터 분석을 십분 활용했어요. 각 오픈마켓이나 포털사이트에서 인기 있는 냉동 돈가스의 판매량 순위를 30개씩 매겨서 전부 주문했죠. 주변 지인, 가족들과 함께 먹어보며 점수를 매겼어요. 맛있거나 품질이 좋다고 느낀 제품은 성분표, 제조사까지 전부 기록해뒀습니다. 초기 자본금이 1억원이었는데, 제품을 분석하는 데만 1000만원 정도 들었습니다.
조사 과정에서 냉동 돈가스는 오픈 마켓별로 순위가 모두 제각각이라는 점을 깨달았어요. 만두와 같은 다른 냉동식품은 오픈 마켓별로 순위가 대동소이한데, 돈가스는 편차가 컸죠. 소비자들이 특정 브랜드만 구매하는 분야가 아니란 증거입니다. 6월 ‘잇퀄리티’ 이름으로 사업자 등록을 마치고 온라인 사업에 집중했습니다.”
◇경쟁력 있는 제품 뒷받침되면 성장은 시간 문제
철저한 사전 조사를 바탕으로 제품 개발에 돌입했다. 냉동 돈가스 분야에서 독주 상품이 없다고 하더라도, 대기업이 아닌 개인 사업자가 냉동식품 사업에 도전하는 건 쉽지 않았다.
-제품 개발할 때 어디에 중점을 뒀나요.
“잇퀄리티라는 브랜드의 인지도가 없으니 품질 경쟁력을 갖추는 방법밖에 없었어요. 맛이 있어야 소비자들이 재구매를 하니까요. 팬데믹 상황이 맞물리면서 온라인 식품 시장이 급성장했어요. 소비자들이 외식을 안 하면서 대체재로 냉동식품을 찾는 거죠. 원가를 낮추기보다, 용기를 갖고 품질 제고에 집중했습니다.”
-품질을 높이기 위해 어떻게 했나요.
“1+ 등급의 국산 무항생제 돼지고기를 사용했고요. 치즈 돈가스의 경우 임실 치즈를 사용했습니다. 튀김옷은 국산 밀가루와 쌀가루를 사용하죠. 그다음 공정을 믿고 맡길 수 있는 공장을 찾았는데요. 튀겨서 포장하는 유탕처리 방법을 택하면 기름을 계속 교체하는 데 어려움이 있더군요. 우선 튀김옷까지 입힌 상태인 생돈가스 제품을 만들기로 했어요. 제조사마다 직접 방문하거나, 전화를 걸어 조건에 맞는 업체를 찾았죠.”
-가격 책정은 어떻게 했나요?
“다른 냉동 돈가스 대비 2배 이상 원가가 높습니다. 그렇다고 가격을 2배로 올리면 수요 확보에 문제가 생기니, 평균 가격보다 10% 비싼 수준으로 책정했습니다. 그래도 밖에서 사 먹는 것보다 훨씬 저렴하죠. 한 팩에 4장씩 포장해서 가족의 한 끼 식사가 가능하도록 구성했습니다.
이슈 몰이만 하고 끝낼 브랜드가 아니었기 때문에 마진은 최소화하고,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데 집중한 선택입니다. 합리적인 가격으로 제공하는 대신 할인 정책은 펼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할인하지 않는 브랜드’라는 브랜드 이미지가 생겨 좋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해요.”
◇치열한 온라인 식품시장에서 살아남으려면
2020년 10월 판매를 시작한 잇퀄리티 돈가스는 금방 입소문을 탔다. 하지만 곧 신규 고객 유입에 한계를 느꼈다. 그렇다고 마케팅 비용을 쓸 여유는 없었다.
고민하던 찰나, 지인이 오픈 마켓 입점을 추천했다. 2020년 11월 쿠팡 마켓 플레이스에 입점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입점하고 두 달이 채 지나지 않았을 무렵 신규 고객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이다. 입점 초부터 월 2000만원대 매출을 찍은 잇퀄리티는 현재 월평균 5000만원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그중 70%가 쿠팡 주문을 통해 들어오는 매출이다.
-오픈 마켓에서 제품을 팔 때 어떤 점을 유념해야 하나요.
“오픈 마켓 별로 고객군과 주로 찾는 상품이 다릅니다. 예를 들어 쿠팡은 30~40대 주부가 식품을 살 때 가장 많이 방문하는 채널이에요. 내 제품을 살 만한 '실질 소비자가 모여있는 곳인가' 면밀히 판단해야 합니다. 저의 경우 쿠팡에 입점한 지 두 달도 안돼 인기순으로 10위까지 올랐어요. 별다른 광고 없이 이룬 성과죠.
오픈 마켓별로 판매 방식이 다 다른데, 어떤 게 내게 맞는지도 철저히 조사해야 합니다. 쿠팡의 경우 매출 성과가 좋은 업체는 '로켓배송'을 이용할 수 있는데요. 로켓배송 상품으로 등록되면 배송에 대한 걱정이 크게 줄어듭니다. 거기에 배송 관련 소비자 응대와 포장재 비용까지 쿠팡이 부담 해줍니다. 그래서 사업 규모가 커져도 1인 운영이 가능해요. 신선도가 중요한 냉동식품을 파는 제게 최적의 선택이었습니다."
-대표님만의 판매 전략이 있었다면요.
“다른 식품 사업자보다 제가 더 잘할 수 있는 분야는 ‘키워드 분석’이었어요. 소비자들이 어떤 키워드로 유입되는지, 제품의 가격대와 시간대별로 키워드가 어떻게 다른지 분석했어요. 매일 키워드 조합을 달리해 제품을 등록해보기도 했습니다. 어떤 키워드로 했을 때 제품이 잘 팔리는지 실험한 겁니다. 쿠팡은 최대 20개까지 키워드 세팅을 할 수 있어 가능한 일이었죠.”
-단일 제품으로 사업을 유지하기는 힘들 것 같은데요.
“지금까지 약 60만장을 팔았어요. 안정 궤도에 접어든 2021년 말부터 제품 다양화에 집중한 결과입니다. 오픈마켓에서의 성과를 사업 포트폴리오로 활용하고 있어요. 임실치즈농협에 찾아가 협업을 제안한 거죠. 제안은 성공적이었습니다. 제품 개발 협업은 물론, 임실군의 투자까지 받았어요. 그 지원으로 잇퀄리티 핫도그를 출시했습니다. 오픈마켓에서의 성과가 사업 다각화로 이어진 겁니다.”
-식품 사업에 도전하는 예비 창업자에게 조언이 있다면요.
“요즘에는 식품 사업을 1인 기업으로 도전하는 분들이 많아요. 모든 과정을 자체적으로 해결하지 않아도 되니까요. 내 사업에 정말 도움이 되는 좋은 협업 플랫폼을 찾는 법을 익혀야 합니다. 서툴러도 사업 초기에 제조, 포장, 유통 등 전 과정에 관심을 갖고 직접 경험해보세요. 일을 맡길 업체를 선정하는 눈이 생깁니다. 제품과 브랜드의 주인은 나라는 것을 잊지 마세요.”
/김영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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