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트렌드

"이상하게 우리 회사는 일 못하는 사람만 모인 것 같아"

더 비비드 2024. 7. 4. 10:22
스타트업 성장통 극복법

스타트업이 초창기부터 위기관리 전문 조직을 갖추기는 쉽지 않다. /게티이미지뱅크

초창기부터 위기관리 전문 조직을 갖춘 기업은 그리 많지 않다. 어려운 여건에서 시작하는 스타트업은 더욱 그렇다. 위기관리의 중요성을 모르는 창업가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생존을 위해 급한 업무부터 처리하다 보면, 미래에 발생할 문제까지 대비할 여력이 없다.

기업 경영의 위험 요소는 다방면에서 도사리고 있다. 시장 변화, 내부 인력 유출, 구성원 간 불화 등 비가 새는 집처럼 한곳을 막으면 다른 한곳이 터진다. 위기에 봉착했을 때의 잘못된 대처는 상황을 급격히 악화시킨다.

한정된 재화를 가진 스타트업이 준비해놓을 수 있는 최선의 위기 대비책은 무엇일까. 이 답을 찾기 위해 3월 23일 오후 7시, 마포 프론트원 20층 다목적홀에서 열린 D.CAMP CEO Salon S.6의 다섯 번째 특강을 찾았다. 연사로 나선 김영덕 은행권청년창업재단(디캠프) 상임이사는 이날 참석한 7명의 창업자 앞에서 ‘스타트업의 성장통과 위기관리’에 대해 설명했다.

◇모두 나 같을 수 없다

D.CAMP CEO Salon S.6 특강 현장. /디캠프

김영덕 이사는 조직이 커지면서 기업이 겪게 될 크고 작은 문제의 예시를 들면서 강연을 시작했다. 그는 “앞으로 찾아올 위기를 인식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된다”며 위기 없이는 성장도 없음을 강조했다.

김 이사는 “동일한 위기여도 직위에 따라 상황을 바라보는 눈높이가 다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직원마다 회사나 위기 상황에 대한 정보량이 다르기 때문이다. 등산할 때 높이에 따라 눈에 들어오는 풍경이 다른 것처럼 기업 또한 직위에 따라 위기를 체감하는 정도와 방식이 다를 수밖에 없다.

예컨대 CEO들은 대부분 ‘과몰입 상태’다. 사업에 지나치게 빠져있다는 뜻이다. 기업에 대한 정보량도 가장 많고 애정 또한 남다르다. 문제는 이 사실을 모르는 창업가가 많다는 것이다. 투자자나, 직원들도 모두 자신과 같은 마음일 것으로 생각하면 오산이다. 오히려 한 걸음 뒤에서 봐야 문제를 객관적으로 짚을 수도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일 잘하는 직원과 일 못하는 직원의 차이

D.CAMP CEO Salon S.6 특강 현장. /디캠프

인적 자원을 잘 관리하는 것은 위기 대응의 초석이다. 기업의 내밀한 정보까지 공유해야 하기에 직원을 신중하게 고용할 수밖에 없다. 김 이사는 설명에 앞서 참가사 CEO에게 ‘편애하는 직원이 있는지’ 물었다. 대다수가 손을 들었다.

이어서 그는 “CEO 눈에 일 잘하는 직원과 못하는 직원이 구분되는 것은 이해한다”며 다만 그 판단이 항상 정답은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모든 사람은 장점을 갖추고 있다. 개인의 역량을 최대한으로 끌어내는 것은 CEO의 몫이다.

CEO의 역량에 따라 능력이 뛰어난 직원이 일을 못하게 될 수도, 일을 못하던 직원의 실력이 일취월장할 수도 있다. 기업이 한가지 비전을 갖춰야 하는 건 맞지만 모든 구성원을 같은 방식으로 성장시킬 필요는 없다. 그는 “각 직원의 성향과 업무 패턴을 존중하는 포용력을 갖추라”고 당부했다.

핵심 인력의 이탈을 막는 법도 공유했다. 동업자의 경우 상호 합의한 약속을 미리 만들어 두는 게 좋다. 분쟁이 일어났을 때에 대비한 계약이면 된다. 핵심 직원의 경우에는 세심한 관찰이 중요하다. 김 이사는 “주요 구성원은 갑자기 회사를 떠나지 않는다”며 “직원이 보내는 ‘이탈 신호’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탈 징조를 발견했다면, 추가적인 보상 등으로 직원이 기대하는 바를 미리 충족시키라고 조언했다.

◇갈등은 당연한 것, 관건은 해결 방식

D.CAMP CEO Salon S.6 마지막 특강에서 수료식을 마친 참가사 CEO들의 모습. /디캠프

기업이 겪을 수 있는 갈등 상황은 다양하다. 투자자, 직원, 고객, 협력사, 지역사회, 가족 등 기업과 관련된 이해관계자가 수없이 많기 때문이다.

김 이사는 크고 작은 문제가 생겼을 때 1순위로 고려할 요소를 ‘문제해결’로 꼽았다. 제대로 된 해결법을 찾지 못하면 조직 구성원 모두가 부담을 짊어지게 된다. 이때 중요한 것은 갈등의 잘잘못을 따지는 게 아니라 문제 해결을 위해 모두가 머리를 맞대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다. 한번 해결법을 찾으면 비슷한 상황이 일어났을 때 쉽게 대처할 수 있게 된다.

마지막으로 많은 CEO가 잘못 알고 있는 개념을 짚었다. ‘카리스마’와 ‘리더십’이다. 사람들을 따르게 하는 힘을 의미하는 카리스마와 지도자의 역량을 의미하는 리더십은 엄연히 다르다. 대부분의 사람은 ‘카리스마 있는 것이 좋은 리더십’이라고 생각하지만 잘못된 발상이다.

D.CAMP 김영덕 상임 이사. /디캠프

그는 “CEO의 의사 결정이 항상 옳을 수 없다”며 “결정을 번복하는 것이 리더십에 손상을 준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오히려 직원들에게 최대한 많은 의사 결정권을 부여하고, 구성원이 자유롭게 실력을 발휘하도록 뒤에서 보조하는 것이 진정한 리더의 자세다.

은행권청년창업재단(디캠프)이 주최한 D.CAMP CEO Salon은 성장단계가 비슷한 창업자들을 모아 경영에 꼭 필요한 부분들을 점검하고, 성장을 위한 기반을 다지는 그룹 멘토링 프로그램이다. 참여 대상은 시리즈 A(기업이 시장 진출을 준비하는 단계에 유치되는 투자) 이전 단계의 초기 스타트업이다. 3월 23일 다섯 번째 특강을 마지막으로 여섯 번째 시즌을 끝마쳤다.

/김영리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