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트렌드

덜덜 떨리는 발표, 상대를 움직이는 진짜 설득의 기술

더 비비드 2024. 7. 4. 11:31
우리 기업 투자자 찾는 법

K-스타트업 전성시대다. 2021년 기준 한국에서만 12만3300개의 스타트업이 활동하고 있다. 스타트업 육성의 마중물인 투자금도 많이 몰렸다. 2021년 한 해 동안 비공개 투자 등을 제외한 스타트업이 유치한 공식 투자 금액만 10조5000억원에 이른다. 국내 연간 스타트업 투자액이 10조를 넘은 건 처음이다.​

투자액이 많다고 해서 누구나 쉽게 투자 유치를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일부 스타트업에 돈이 몰릴 뿐이다. 나머지 스타트업이 투자 유치에 성공하는 것은 여전히 하늘의 별 따기다. 누적 투자액이 1500억원을 넘는 스타트업은 전체 12만 곳 중 30여 곳에 불과하다. 현실에서는 단돈 1억원 내어줄 투자자 찾기도 쉽지 않다.

디캠프 CEO 살롱 시즌 6 특강 현장. /디캠프

신생 스타트업 대부분 투자 유치가 절실하다. 자금이 들어와야 당장 성과를 내고, 사업의 속도를 높일 수 있다. 효과적인 IR은 투자를 받기 위한 필수 관문이다. IR(Investor Relations)은 투자자나 투자심사역을 대상으로 기업이 직접 홍보하는 활동을 뜻한다.

투자자의 마음을 활짝 여는 IR은 어떻게 해야 할까. 답을 찾기 위해 2월 24일 오후 7시, 마포 프론트원 4층 다목적홀에서 열린 디캠프 CEO 살롱 시즌 6의 네 번째 특강을 찾았다. 연사로 나선 김영덕 은행권청년창업재단(디캠프) 상임이사는 참석한 8명의 창업자 앞에서 ‘IR을 준비하면서 꼭 알아야 할 점’에 대해 설명했다.

◇IR 시작 전 마음에 새겨야 할 것들

디캠프 김영덕 상임이사. /디캠프

김영덕 이사는 IR을 대하는 CEO의 마음가짐에 대한 당부로 강연을 시작했다. 그는 ‘IR은 관계를 만드는 활동’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비즈니스 모델의 논리 구조에 대해 고민하는 것도 맞지만, 그보다 투자자의 직관과 감성에 대한 이해가 먼저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 이사는 “자금 확보에 혈안이 된 CEO들은 투자자를 만나 비즈니스 모델 타당성을 설명하는 데 급급하다”며 “투자자에게 신뢰감을 주는 것이 우선”이라 강조했다. 이어 “신뢰보다 목적이 우선된 관계는 갑을 관계가 명확해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게티이미지

투자자의 직관을 건드리는 매력적인 IR을 위해서 투자자에 대한 사전 조사는 필수다. 주변의 친한 창업가나 투자심사역(VC)에게 조언을 구하는 방법이 좋다. 사소한 것까지 알아둬야 한다. 투자자가 좋아하는 자료 형식, 발표와 질의응답 시간 비율 등이다. 투자자마다 선호하는 IR의 형식이 다르기 때문이다. 김 이사는 “모 스타트업의 CEO는 투자자가 선호하는 미팅 시간까지 알아내 IR을 준비했다”며 철저한 준비가 다른 결과를 낳을 수 있음을 당부했다.​

투자자와의 만남이 성사됐을 경우, 창업가는 과유불급의 자세를 잊지 말아야 한다. 첫 미팅의 목표는 두 번째 만남을 기약하는 정도로 충분하다. 김 이사는 “한 번에 모든 것을 보여주려 하는 것이 IR에서 가장 많이 저지르는 실수”라고 강조했다.

◇현장에서 이렇게 대응하세요

디캠프 CEO 살롱 시즌 6 특강 현장. /디캠프

CEO는 누구나 내 사업 아이템에 애정을 갖는다. 기업의 가치를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투자 심사역이 비즈니스 모델이나 경영 방식에 대한 맹점을 공격하면 속상할 수밖에 없다. 김 이사는 수용적인 자세로 IR에 임할 것을 강조했다. 수억원이 오가는 투자 현장에서 투자자와 논쟁해봤자 얻을 게 없다는 것이다. 김 이사는 “IR을 할 때만큼은 평정심을 유지하라”며 “투자자의 조언을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모습이 투자자에게는 더 매력적으로 보인다”고 조언했다.

IR 도중 나오는 질문에는 최대한 간결하게 답해야 한다. 철저한 준비를 보여줄 수 있는 자세한 답변이 적절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반대다. 처음엔 핵심만 답하고 추가 질문을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긴 답변은 투자자의 집중도를 낮추고 주고받는 대화를 불가능하게 만든다.​

투자자의 호기심을 일으키기 위한 ‘의도된 허술한 답변’을 하는 것도 방법이다. 핵심을 일부러 빼고 답변하는 것이다. 이 방법은 투자자로 하여금 핵심 질문을 유도해 소통의 몰입도를 높인다. 김 이사는 “그렇다고 모든 질문마다 사용하기에는 위험하다”며 “투자자에게 기업에 대한 인상을 확실히 심어주고 싶거나, 주의 환기해야 하는 상황에만 이용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

◇기업 매력 100% 담는 IR은 한 끗 차이

디캠프 CEO 살롱 시즌 6 특강 현장. /디캠프

투자자를 의아하게 만드는 추상적인 형용사, 미사여구를 쓰는 것도 좋지 않다. 가령 ‘최고의 기업이 되겠다’는 식의 발언이다. 김 이사는 “문장에 형용사를 많이 사용하면 객관성이 떨어져 보인다”며 가능하면 아예 사용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또 “사실에 기반한 IR을 가감 없이 보여주면 투자자가 알아서 판단할 것”이라며 “사실에 입각한 수치나 성과를 IR에서 강조하라”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IR에 최소 두 명이 참석하는 것이 좋다. 동업자 혹은 믿을만한 직원이 대표적이다. CEO가 발표를 담당하면, 나머지 한 명은 투자자의 행동이나 표정을 비롯한 피드백을 기록하는 식이다. CEO가 IR 자료 발표에 집중하다 보면 투자자의 손짓, 몸짓, 표정, 시선 등을 놓칠 수 있다. 김 이사는 “IR은 자금 확보의 목적도 있지만, 사업의 피드백을 객관적으로 들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며 “더 나은 IR을 위해 피드백 기록은 필수”라고 조언했다.

은행권청년창업재단(디캠프)이 주최한 디캠프 CEO 살롱은 성장단계가 비슷한 창업자들을 모아 경영에 꼭 필요한 부분들을 점검하고, 성장을 위한 기반을 다지는 그룹 멘토링 프로그램이다. 참여 대상은 시리즈 A(기업이 시장 진출을 준비하는 단계에 유치되는 투자) 이전 단계의 초기 스타트업이다. 지금 여섯 번째 시즌을 진행 중이다.​

/김영리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