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트렌드

판이 뒤바뀌었다, 대기업 사들이는 스타트업들

더 비비드 2024. 7. 3. 16:21
스타트업 M&A 파헤치기

“야놀자, 인터파크 사업 부문 지분 70% 인수”

“토스, LG유플러스 PG사업부 인수”

스타트업 씬에서 M&A(merger & acquisition. 기업의 인수•합병을 의미)는 그리 드문 일이 아니다. /더비비드

스타트업 씬에서 M&A(merger & acquisition. 기업의 인수•합병을 의미)는 그리 드문 일이 아니다. M&A로 합종연횡을 도모하는 것은 물론,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의 비상장기업) 기업이 업력이 더 오래된 회사의 사업부를 사들이는 일도 이제 낯설지 않다. 야놀자나 토스의 운영사 비바리퍼블리카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모든 M&A가 좋은 결말로 귀결되는 것은 아니다. M&A를 성공적으로 완수하기 위해서는 M&A의 취지와 각 이해관계자들의 입장, 협상 조건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야 한다. 지난 20일 서울 마포 프론트원에서 열린 M&A 성공 기법 강연의 주요 내용을 정리했다.

◇투자와 M&A의 차이

강연을 이끌었던 다산회계법인 홍용준 회계사. /디캠프

이날 강연은 다산회계법인의 홍용준 회계사가 이끌었다. 벤처캐피탈, 대체투자, 2차전지, 반도체 등에서 전문성을 쌓은 홍 회계사는 파이브락스 CFO(최고재무책임자)를 비롯해 벤처 생태계에서 굵직한 경력을 쌓았다.

그는 M&A의 정의부터 설명했다. M&A는 사전적으로 기업의 인수와 합병을 뜻하지만 실무적으로는 특정 기업의 지분을 매입하거나 경영권이나 영업권을 획득하는 것을 뜻한다. 즉 M&A란 경영권을 사고 파는 것이다. M&A의 이해관계자는 크게 인수참여자, 자문기관, 매도참여자로 구성된다.

M&A의 일반적인 절차. /다산회계법인 홍용준 회계사, 디캠프

간혹 M&A와 투자를 혼동하는 이들이 있는데 둘은 엄연히 다른 개념이다. 보통 초기 기업 대상으로는 소수지분 투자 방식으로 ‘투자’가 이뤄진다. 초기기업은 창업자가 회사의 핵심자산이라 경영권을 인수하는 것이 큰 메리트가 없는 탓이다.

반면 M&A는 성장이 많이 이뤄진 후기 기업을 대상으로 자주 진행된다. 특정 회사의 영업권, 보유설비, 시스템, 독점력 등을 확보하기 위해 M&A를 추진하기 때문이다. 경우에 따라 인수 이후에도 기존 창업자가 남아있기도 하지만 대부분 인수 기간을 거쳐 경영자가 바뀐다.

요즘은 유니콘 기업들이 신성장 동력으로 M&A를 활용하는 추세다. /다산회계법인 홍용준 회계사, 디캠프

요즘은 야놀자, 비바리퍼블리카, 무신사 같은 유니콘 기업들이 신성장 동력으로 M&A를 활용하는 추세다. 보통 유니콘 이전 단계에서는 창업 당시의 성장모델로도 급격한 성장을 이룰 수 있어서 인수합병을 고려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덩치가 커진 유니콘 이후 단계에서는 최초의 성장모델을 그대로 적용하는데 현실적인 한계가 있다. 또한, 안정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선 시장에서 검증된 비즈니스 모델을 적용해야 하기 때문에 M&A를 적극 검토하는 것이다.

◇M&A는 도구일 뿐 목표가 아니다

인수자, 매도자 측면에서 본 M&A의 목적. /다산회계법인 홍용준 회계사, 디캠프

M&A의 목적은 인수자와 매도자의 측면으로 나눠서 봐야한다. 인수자는 보통 스타트업 성장을 경험한 고급인재 확보, 특허 및 기술 자산 인수, 사용자 및 시장 점유율 확보 등을 이유로 M&A를 추진한다. 페이스북이 인스타그램을 인수했던 것처럼 성장 잠재력이 큰 신생기업의 등장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M&A를 활용하는 경우도 있다.

매도자들은 창업자나 투자자의 엑시트(Exit), 성장의 한계 등을 이유로 M&A를 고려한다. 특히, 안정성 보다는 다이내믹함을 선호하는 창업가들은 새로운 도전을 위해 열심히 키운 회사를 내놓기도 한다.

디캠프 오피스아워에 참석한 스타트업 창업자들. /디캠프

여기서 중요한 건, M&A가 조직 운영의 목표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역설적으로 대기업이나 유니콘 스타트업이 이 회사를 인수하지 않더라도 독자 성장할 수 있어야 인수대상으로 고려될 수 있다. 매각 시 기업가치 산정에도 유리하다.

◇인수자가 유리한 M&A 시장에서 매도자에게 유리한 판 까는 법

이날 M&A를 고려중인 스타트업이 알면 좋은 팁들도 공유됐다. 대기업과 거래 중이라면 실무자와 자주 의사 소통을 해서 진척 상황을 수시로 공유하는 것이 좋다. 큰 조직과 교류할 때 최종의사결정자의 의중을 알아내는 데까지 오랜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반면 스타트업 또는 유니콘기업과 거래할 때는 거래의 속도가 빠르다.

열띤 세미나 현장. /디캠프

M&A 시장은 여러모로 인수자가 유리한 생태계다. 그럼에도 매도자가 자신에게 유리한 판을 만들고 싶다면 제2, 제3의 인수자까지 찾아서 인수자 간의 경쟁구도를 만들어야 한다. 이때, 협상 기간이나 조건 등을 미리 짜두는 게 좋다. 시간을 끌면 사업에 지장이 생길 수도 있는데, 같은 이유로 인수자들이 시간을 무기로 협상을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자신이 인수자의 입장이라면 ‘정서적 교감’을 쌓는 일도 중요하다. 세미나에 참가한 한 스타트업 대표는 “인수를 희망하는 기업에 여러 번 찾아갔고, 창업자에 대한 존경심을 아낌없이 표현했다”며 경험을 공유했다. M&A도 결국 사람과 사람이 결정하는 일이기에 인수자와 매도자를 둘러싼 다양한 맥락을 파악하고 접근해야 서로 만족하는 결과를 도출해낼 수 있다.

/진은혜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