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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졸면 깨워 주세요' 대치동 신종 알바의 기막힌 시급

더 비비드 2024. 7. 3. 15:57
힘겨운 청년 일자리 시장

코로나19 이후 먹고 살기가 팍팍 해진 청년이 많아지자 일자리 시장의 풍경이 달라졌다. 귀농이 매력적인 선택지로 대두되는 등 긍정적인 현상도 생겨났지만 한 푼이 아쉬운 청년층의 마음을 악용한 ‘나쁜 일자리’도 등장했다.

◇10명 중 7명이 귀농인이라는 정부 지원 사업

농촌이 청년들의 도전의 땅으로 변모하는 중이다. /게티이미지뱅크

농촌이 청년들의 도전의 땅으로 변모하는 중이다. 올해 2000명을 선발하는 농림축산식품부의 청년 후계농 영농 정착 지원에 3451명이 지원했다. 1.7대1의 경쟁률을 기록한 것이다. 올해 선발자 10명 중 7명(68.7%)이 귀농인이다.

농식품부의 청년 후계농 영농 정착 지원 사업은 영농 경력 3년 이하인 만 18~39세 청년이 대상이다. 선발된 이들에게는 매달 생활 안정 자금(첫해 100만원, 2년째 90만원, 3년째 80만원)을 지급하고, 이자 2% 융자를 3억원까지 지원한다. 이 외에도 농지 임대, 영농 기술 교육, 경영 컨설팅 등을 제공한다.

잘 정착한 청년 농부의 순수익은 8105만원에 달했다. /게티이미지뱅크

중간에 관둔 청년은 많지 않다. 작년까지 선발된 6600명 가운데 농업을 포기한 경우는 528명(8%)에 그쳤다.

다만 정착 초반에 바로 의미있는 매출을 내는 건 쉽지 않다. 농식품부가 2019년 청년 후계농 552명을 표본 조사한 결과, 후계농 선정 이후 연평균 매출액은 3947만원으로 집계됐다. 연간 순수익은 1540만원 정도에 그쳤다.

하지만 성공 사례가 계속 나오고 있다. 지난해 청년 후계농 우수 사례집에 실린 20명의 연평균 매출액은 1억3175만원이고, 순수익은 8105만원에 달했다. 잘 정착하면 웬만한 대기업 직원 못지 않게 벌어들이는 것이다.

◇고등학생 아들 잠 깨워주면 시급 3000원 드려요

고1 잠 깨우기 구인글. /당근마켓

얼마 전 ‘고등학교 1학년 아들 옆을 지키며, 아들이 잠들면 깨워 달라’는 구인 글이 중고 거래 플랫폼에 올라와 화제였다. 글쓴이는 고1 자녀를 둔 엄마였다. 공고가 올라온 지역은 ‘교육 1번지’로 통하는 서울 강남구 대치동이다.

그는 “고1 아들이 스터디 카페를 이용하는데 평일 2~4시간, 공휴일 6~8시간 카페를 이용하며 인터넷 강의를 보거나 문제를 푼다. 스터디 카페에서 아이 옆자리에 앉아 졸면 깨워주고, 잠이 필요해 보이면 15분 정도 자게 한 후 깨워주면 된다. 시간당 10분 정도 휴식시간을 갖는지 확인해 달라. 10분이 지나면 공부해야 한다고 알려 달라”며 할 일을 적었다. 아르바이트비는 스터디 카페 비용 지원 및 시간당 3000원의 보수였다.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고1 아들을 깨워주면 돈을 준다'는 구인글이 올라와 논란이었다. /게티이미지뱅크

주의사항도 적었다. 글쓴이는 ‘아이보다 자주 일어나 돌아다니지 말 것, 컴퓨터 자판 소리 나는 작업은 아이 인터넷 강의 시청 시에만 하고 문제 푸는 시간에는 하지 말 것, 미디어를 시청하지 말 것’ 등을 요구했다.

이 게시물은 미노출 됐지만 온라인에서 논란이 됐다. 글쓴이가 제시한 알바비가 최저임금(9160원)에 못 미치는데다 컴퓨터 사용이나 미디어 시청 등의 행동까지 통제하는 건 지나치다는 반응이 줄이었다.

청년들이 돈 때문에 삶의 선택권을 좁히는 일을 막기 위해 만들어진 서비스도 있다. /더비비드

청년층의 삶은 갈수록 팍팍해지고 있다. 아르바이트를 해도 당장 필요한 급전을 제대로 마련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청년 스스로 그 틈새를 메우는 노력이 이뤄지고 있다. 예를 들어 스타트업 ‘페이워치코리아’는 근로자에게 임금을 가불해주는 금융 플랫폼 '페이워치'를 개발했다. 하나은행 등 금융권과 연계해 월 최대 50만원까지 가불해준다. 월급날 해당 금액을 제한 급여가 들어온다.

페이워치 개발사 페이워치코리아의 김휘준 대표는 “일만 하고 있다면 최소한 의식주는 어려움이 없도록 하기 위해 서비스를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진은혜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