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대학 자퇴 후 이불 하나로 월 매출 5000만원

더 비비드 2024. 7. 2. 10:00
이불 도소매 시장 햇병아리의 온라인 셀러 성공기

오픈마켓 전성시대입니다. 컴퓨터 한 대만 있으면 누구나 창업할 수 있고, 직장 다니면서 투잡도 할 수 있습니다. 많은 분이 오픈마켓 셀러를 꿈꾸는데요. 하지만 막상 실행하려면 난관이 한두가지가 아닙니다. 성공한 오픈마켓 셀러들을 만나 노하우를 들어 보는 ‘나도 될 수 있다, 성공 셀러’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드림베딩 김상훈 대표는 부모님이 운영하는 이불공장을 이어받아 온라인 판매에 뛰어들었다. /더비비드

목욕탕에서 뜨거운 탕에 들어가려면 ‘간 보기’가 필요하다. 한 발을 넣었다 뺐다를 몇 차례 반복한 뒤 마음의 준비가 됐을 때 두발을 푹 담근다. 곧이어 뜨거운 물에 온몸을 집어넣으면 잠시 저릿하다가 따뜻한 기운이 감도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드림베딩 김상훈 대표(33)는 인생을 건 '간 보기'를 했다. 부모님이 운영하는 이불 공장을 이어받을 상황이 되자 길거리에서 이불 판매부터 해 본 것. 이후 새로운 유통망을 뚫기 위해 온라인 판매를 시도했다고, 온라인 플랫폼으로만 월 3000만원의 고정 수익이 생기고 나자, 이제 온라인에 몸을 푹 담글 참이다. 김 대표를 만나 셀러 성공기를 들었다.

◇이불 공장 아들내미의 꿈

남다를 것 없는 학창 시절을 보내며 대학 입시를 준비했다는 김상훈 대표. /김상훈 대표 제공

이불 공장은 부모의 삶터이자 그의 놀이터였다. “초등학교 5~6학년 무렵 부모님께서 이불 공장 문을 열었는데요. 일손이 부족할 때마다 용돈을 줄 테니 공장에 와서 이불을 개고 정리하는 일을 도와달라셨어요. 하기 싫다고 툴툴거리다가도 돕곤 했습니다.”

남다를 것 없는 학창 시절을 보내며 대학 입시를 준비했다. “주변 친구들이 모두 대학이라는 목표를 바라보면서 달려가는 상황에서 다른 선택지가 있을 것이라곤 생각하지 못했어요. 그렇게 성적에 맞춰서 2008년 대구가톨릭대 컴퓨터공학과에 입학했습니다.”

비수기인 봄·가을철엔 이불 재고가 성인 키를 훌쩍 넘을 만큼 쌓였다. /김상훈 대표 제공

대학생이 된 후 이불 공장을 자주 찾게 됐다. “기왕 용돈벌이를 할 거라면 부모님 일이나 도와드리자는 마음으로 공장에 한 번씩 찾아갔습니다. 어릴 땐 안 보이던 것들이 곧 보이더군요. 봄·가을마다 팔리지 않아 쌓아둔 이불이 대표적입니다. 알고 보니 성수기인 여름·겨울 두철 장사로 봄·가을의 적자를 메꾸는 구조더군요.”

1톤 트럭에 이불을 싣고 다니며 직접 팔아보기로 했다. 가까운 아파트 단지부터 공략했다. “처음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쭈뼛거렸어요. 넉살 좋은 아주머니께서 먼저 다가와 이불 얼마에 파는 거냐고 물어보더군요. 나중엔 아주머니들 사이에서 도매가로 저렴한 이불을 살 수 있다고 소문이 나면서, 나갈 때마다 2~3시간 만에 100만원 어치를 파는 날이 많아졌습니다.”

◇햇병아리가 마음먹고 공부하면

부모님의 이불 공장을 이어받기 위해 2012년 대학을 자퇴했다. /김상훈 대표 제공

2012년 대학에 자퇴서를 제출했다. 이불 공장을 이어받기로 결심한 것이다. “학교에서 하는 공부는 이제 무의미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의외로 부모님은 덤덤하게 받아들이셨어요. 그때부터 아버지를 대신해 운전대를 잡았고 주요 거래처 담당자들과 안면을 텄죠.”

무기가 될 줄 알았던 젊은 나이는 도리어 걸림돌이 됐다. “아버지 없이 거래처를 다닐 때면 ‘어린놈이 뭘 알겠냐’는 태도로 대하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몇십 년간 이 업계에 있었던 사람의 눈엔 제가 햇병아리처럼 보였겠죠. 사실 틀린 말이 아니었어요. 이불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어떤 이불이 고급이불인지도 몰랐으니까요.”

4년간 생산 라인 공정에서 일하며 이불 공부에 매진했다. “이불 가격은 시간당 얼마나 많이 생산할 수 있는지에 따라 결정돼요. 홑겹이불은 박음질 한 번이면 완성되니 1장을 만드는 데 5분이면 충분한데요. 두 원단 사이에 솜을 넣거나, 겹친 원단을 고정하기 위해 중간에 바느질을 덧대는 등 공정이 추가되는 만큼 생산 속도가 더뎌집니다. 5개 이상의 공정 과정이 필요한 제품은 고급 이불로 분류해 가격을 높게 책정하죠.”

초반엔 아버지를 대신해 운전대를 잡는 일부터 시작했다. 3개월에 1만㎞ 정도를 달렸다. /김상훈 대표 제공
부모님의 박리다매 전략을 과감히 버리고 고급 이불을 만들기로 했다. /김상훈 대표 제공

부모님은 20년간 박리다매 전략으로 이불을 만들어 팔았다. “주로 취급하는 이불은 낮은 등급의 하급 이불이었는데요. 더 좋은 이불을 만들고 싶은 욕심이 생겼습니다. 요즘 유행한다는 스티치 자수를 넣거나 마감을 더 꼼꼼하게 마무리해 고급이불을 만들었지만 거래처 반응은 시원찮았습니다. 이미 고급이불을 공급해주는 공장이 있다며 원래 만들던 하급 제품을 계속 만들어달라더군요.”

더 큰 문제는 매년 두 번씩 찾아오는 비수기를 견디는 일이었다. 새로운 전략이 필요했다. 고민 끝에 온라인 시장에 뛰어들기로 결심했다. “비수기 매출이 성수기의 10%도 따라가지 못합니다. 공장 가동 비용, 인건비 등 월 고정비용을 제하고 나면 사실상 이익은 0원에 가깝죠. 가만히 앉아있느니 뭐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온라인 쇼핑몰을 찾아보게 됐습니다.”

◇편견이 작동하지 않는 온라인 시장

김 대표가 스마트폰으로 직접 촬영한 이불 사진. 이 사진으로 만든 상세페이지로 월매출 3000만원을 기록했다. /김상훈 대표 제공

간절기용 세트상품(침대 패드·이불·베개커버)을 구성해 2014년 온라인 쇼핑몰 쿠팡에 입점했다. 스마트폰으로 찍은 사진으로 상세페이지를 만들었다. “사무실 한쪽을 깔끔하게 치우고 이부자리를 연출해 나름 공들여 촬영한 사진인데요. 지금 보면 무슨 용기로 그런 사진을 올렸나 싶어요. 신기하게도 그해 6월 쿠팡에서만 월 1000만원이 넘는 매출이 났습니다."

성수기엔 온라인 판매를 중단했다. “여름·겨울철엔 물건이 없어서 못 팔만큼 수요가 많기 때문이에요. 그러다가도 비수기가 되면 다시 판매창을 열었습니다. 오프라인에서는 성수기가 끝나자마자 판매가 확 줄어드는데, 온라인에서는 비수기라는 말이 무색하게 판매가 계속되기 때문이었죠.”

아버지의 이불 사업에서 가능성을 본 김 대표는 과감히 대학을 자퇴하고 아버지 사업을 이어 받기로 했다. /더비비드

2015년 드림베딩(꿈꾸는 자리)이라는 이름을 짓고 온라인 판매를 본격화했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신제품을 하나씩 내놓았다. “소비자의 반응을 확인하기 위해 쿠팡에 가장 먼저 제품을 공개합니다. 쿠팡에서는 인지도가 없는 신생브랜드나 신제품도 제품 경쟁력만 있다면 빠르게 구매로 전환됩니다. 일주일이면 충분해요. 고객 수가 워낙 많은 플랫폼이기 때문에 쿠팡에서의 소비자 반응은 거의 틀리지 않더라고요.”

드림베딩의 온라인 매출을 견인하는 효자 상품은 모달 이불이다. “모달은 민감성 피부에도 자극적이지 않아 속옷의 소재로도 흔히 쓰이는 원단인데요. 모달 이불을 만들기 위해 작년 가을에 4000만원짜리 기계를 들였어요. 단일 상품으로만 온라인으로 월 5000만원 매출을 찍었으니 큰맘 먹고 투자한 보람이 있습니다.”

효자 상품인 모달 이불 세트. 단일 상품으로 월매출 5000만원을 달성했다. /김상훈 대표 제공

온라인으로 만나는 소비자들은 냉정하지만 그만큼 공정하다. “도매로만 판매할 땐 ‘하급 이불만 만드는 공장’이라는 편견이 있었어요. 온라인 시장에서는 제품 그 자체로만 평가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승산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지금 온라인으로 판매하는 제품은 적어도 중급 이상만 취급하고 있습니다. 공장에서 생산한 이불을 중간 유통 과정 없이 판매하는 구조라서 소비자 입장에서도 질 좋은 제품을 저렴하게 받아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죠.”

◇온라인으로 사업 주력 무대 변경

현재는 도매와 온라인 판매를 병행하고 있지만 수년 안에 온라인 판매 100%로 만들 계획이다. /더비비드

오프라인 도소매 이불 시장 규모는 해마다 눈에 띄게 줄고 있다. “거래처 담당자들과 만날 때마다 ‘이번 달이 최하점일 거야’라는 말을 인삿말처럼 합니다. 다음 달에도 어김없이 같은 말을 하죠. 실제로 도매 매출이 6~7년째 매년 10% 이상 떨어지고 있습니다. 일주일에 4일간 도매 관련 일을 했지만 지난달부터는 3일로 줄였어요.”

올해는 처음으로 성·비수기를 가리지 않고 온라인 판매창을 계속 열어뒀다. “물건이 부족한 성수기에도 온라인 물량을 따로 빼두는 방식으로 재고를 관리했어요. 현재 전체 매출에서 온라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40% 정도인데요. 수년 안에 100%로 만들 계획입니다. 도매 시장은 비수기가 되면 매출이 10분의 1로 줄어드는, 반면 온라인 판매량은 2분의 1수준을 유지하기 때문이죠. 편견 없이 제품력으로만 승부를 보고 싶다면 온라인 시장이 기회입니다.”

/이영지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