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교수가 된 기능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사회초년생 영지 기자의 취재 기록을 브이로그 형식으로 담아봤습니다. 자신의 색깔을 분명히 아는 사람들을 만나 어떤 경험이 자신의 색을 찾는 데 도움이 됐는지 물었습니다. 브이로그 인터뷰 시리즈 ‘인터뷰로그’를 게재합니다. 인터뷰로그 6-1화에선 한국폴리텍대학 익산캠퍼스의 양진호 교수를 만났습니다. 영상을 통해 확인하시고 ‘구독’과 ‘좋아요’ 부탁드려요!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를 만나기 위해 서울에서 차로 3시간 떨어진 전북 익산까지 달려갔습니다. ‘올림픽’이라고 하면 스포츠 선수를 떠올리게 마련인데요. 이번에 만난 한국폴리텍대학 익산캠퍼스 컴퓨터응용기계과 양진호 교수는 1995년 국제기능올림픽 기계설계 캐드(CAD) 종목 금메달리스트입니다.
1995년은 우리나라가 10번째로 종합우승을 차지한 대회였습니다. 당시 우리나라는 기계설계 캐드 종목 외에도 CNC(컴퓨터수치제어)선반, 정보처리 등 32개 종목에 33명의 선수가 참가해 금메달 10개, 은메달 5개, 동메달 3개를 획득했죠.
양 교수가 기다리고 있는 한국폴리텍대학 익산캠퍼스에는 난생처음 보는 장비·기계가 가득했습니다. 어릴 적에 가지고 놀았던 과학상자가 떠올랐죠. 양 교수를 만나 국제기능올림픽이란 대회의 정체부터 금메달리스트 이후 현재의 삶까지 들어봤습니다.
<영상으로 내용 바로 확인>
영지)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진호) “1995년 국제기능올림픽 기계설계 캐드(CAD) 종목의 금메달리스트 양진호 입니다. 지금은 한국폴리텍대학 익산캠퍼스 컴퓨터응용기계과에서 교수로 재직하며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영지) 국제기능올림픽은 어떤 대회인가요?
진호) “운동 종목을 기술 종목으로 대체한 대회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개최 주기와 참가 자격은 조금 달라요. 국제기능올림픽은 2년에 한 번씩 개최되고 만 17세 이상 22세 이하의 청년들이 참가할 수 있죠. 국가대표 선발과정이나 출전 과정은 스포츠 올림픽과 동일합니다. 1995년 당시 전 만 18세였는데요. 한국 나이로는 20살이었지만 빠른년생이다보니 ‘최연소 금메달리스트’라는 타이틀까지 얻게 됐습니다.”
◇재능vs노력
영지) 어떤 한 분야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재능’과 ‘노력’ 중 어떤 것이 더 중요할까 하는 궁금증이 들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국제기능올림픽을 준비하지만 그 준비 과정을 견디는 사람이 1000명 중 한두 명도 안 된다더군요. 그만큼 힘든 과정을 견디고 대회에 출전해 국제대회에서 금메달까지 목에 걸었다면, ‘노력’보다는 ‘재능’의 비중이 높지 않았을까요?
진호) “장담하건데 절대 아닙니다. 전 누구보다 많이 노력했다고 자부할 수 있어요. 올림픽을 준비하면서 ‘내가 다른 선수들의 들러리가 아닐까?’라는 생각을 정말 많이 했습니다. 전 지방대 출신인데다 지역 예선전에서 3등으로 겨우 전국 대회 출전권을 따냈어요. 우승 후보는커녕 관심 밖의 선수였죠.
그래서 더 간절했습니다. 오기가 생겼어요. 다른 선수를 뛰어넘으려면 더 연습하는 수밖에 없었죠. ‘노력’과 ‘열정’, ‘끈기’란 단어가 참 아이러니해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많이 알고 있지만 직접 실천하기는 굉장히 어렵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건 ‘재능’보다 더 확실한 길이란 사실입니다.”
<좀 더 자세한 답변 영상으로 확인>
◇내가 잘하는 일
영지) 성공한 이들의 인터뷰를 보면 ‘꾸준히 열심히 했다’는 대답이 자주 등장하는데요. 당연한 말이지만 한편으론 답답하기도 했습니다. 결국 좋아하는 일이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노력 그리고 결과가 아닌가 싶었죠.
진호) “진로를 고민하는 이들에게 ‘화려한 언어에 현혹되지 말아야 한다’고 꼭 말해주고 싶습니다. 일부 매체를 보면 ‘좋아하는 일을 해라’ 또는 ‘즐기는 일을 해야 성공할 수 있다’고 하죠. 그런데 즐겨서 성공한 경우가 과연 얼마나 될까요? 2015년 무렵 가수가 되기 위해 준비하는 연습생이 100만명이 넘는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습니다. 그중 몇 명이나 아이돌로 데뷔해 성공했을까요? 소수의 성공이 결코 다수를 대변할 수는 없습니다.
‘좋아하는 일’보다 ‘잘하는 일’을 선택하는 것이 훨씬 현실적입니다. 잘하는 일이 무엇인지조차 알 수 없다면 현재 하고 있는 일을 ‘잘하는 일’로 만들어보려고 하는 게 중요해요. 저도 처음엔 뭘 잘하는지 잘 몰랐어요. 일단 눈앞에 주어진 기계설계 캐드를 열심히 했더니 칭찬을 듣고 성과를 낼 수 있었죠. 그러자 어느샌가 ‘잘하는 일’이 됐고 ‘좋아하는 일’이 됐습니다.”
영지) 공감되는 부분이 있어요. 어떤 선택을 내렸을 때 그 선택이 올바른 선택이길 바라는 마음에서 열심히 한 적이 있습니다.
진호) “대부분의 사람들이 무언가를 선택할 때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확신할 수 없기 때문일 겁니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선택 중 하나인 ‘진로’에 대한 거라면 더욱 어렵겠죠. 일단 주어진 일을 잘 해내다 보면 그와 연관된 다른 일을 찾아갈 수 있는 기회가 열릴 거예요. 개인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다가 지상파 방송으로 진출하는 방송인처럼요.”
◇‘운’도 딱 한 만큼만
영지) 그래도 기왕이면 타고난 재능이 무엇인지부터 먼저 찾아봐야 하지 않을까요?
진호) “처음부터 정답을 찾아야겠다는 마음으로 접근하는 것보단 오답을 소거한다는 관점으로 접근하길 권하고 싶습니다. 노력만으로는 넘어설 수 없는 일이 분명히 존재하기 때문이죠. 열심히 했는데도 성과가 안 난다면 과감히 이별해야 합니다. 여기서 ‘열심히’의 기준은 남들이 세워주는 게 아니라 스스로 세운 기준이어야 해요. 열심히 했는지, 적당히 요령을 피웠는지는 본인이 제일 잘 알죠.”
<양진호 교수의 육성 영상으로 확인>
영지) 교수님은 운이 좋았다고도 볼 수 있겠네요. 재능이 있는 영역을 만 18세라는 나이에 빨리 찾았으니까요.
진호) “운도 한 만큼 따라온다고 생각합니다. 아무런 준비와 노력 없이 시간을 보냈다면 그 운을 잡지 못했을 거예요. 누구보다 간절하게 파고들었고 열정을 다해 준비했습니다. 그런 정성이 갸륵해서 그런 운이 따라주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이영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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