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 출신의 창업 도전기
많은 아이디어가 발상의 전환이나 우연에서 시작되지만, 상품으로 시장에 나오려면 부단한 노력과 시행착오가 필요합니다. 좋은 아이디어가 있어도 실행은 엄두내기 어려운데요. 나만의 아이디어로 창업을 꿈꾸는 여러분에게 견본이 될 ‘창업 노트 훔쳐보기’를 연재합니다.
단단한 소도구를 이용해 피부 근육을 문지르는 괄사 마사지. 최근 사람들의 높은 관심을 받으면서 빠르게 퍼지고 있다. 보통 얼굴 부기를 완화하거나 혈액 순환을 돕기 위해 사용하는데, 괄사(刮痧)는 원래 ‘긁어서 병을 치료한다’는 뜻이 있다.
뉴브리스 유범석(48) 대표는 아픈 아내의 팔다리를 매일 주물러주다가 직접 괄사 마사지기를 만들었다. 소비자에게도 진심이 통했는지 2021년 11월 출시 이후 월매출 1억원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유 대표를 만나 개발노트를 엿봤다.
◇애처가의 직업이 마침 사업가일 때 벌어지는 일
뉴브리스의 ‘로이로사 마법괄사’는 얼굴을 자극하는 시중 괄사와 모양새가 확연히 다르다. 사람의 실제 손을 본뜬 인체공학적 디자인이 특징이다. 괄사 마사지기의 각 부위를 손날존, 검지존, 엄지존, 주먹존 등으로 다양하게 만들었다.
크기는 성인 손바닥만 한데, 무게는 160g으로 묵직해서 쥐는 느낌이 좋다. 인체에 무해한 세라믹 소재를 썼다. 손에 쥐고 피부를 문지를 때 감기는 감촉을 좋게 하고 마사지에 적절한 마찰력을 내기 위해 무광 유약을 칠해 구웠다.
평범한 회사원이었다. 대학에서 경영학과 컴퓨터공학을 전공하고 2000년 졸업과 동시에 온라인 포털 서비스를 운영하던 ‘엠파스’에 입사했다. “2008년까지 검색광고 사업부에서 근무했습니다. 포털에 광고를 집행하고 홍보대행사들과 소통하는 일을 했죠.”
퇴사 후 온라인 광고 대행 사업을 하다 2013년 미용용품 해외 유통으로 업종을 전환했다. “국내 화장품 기업의 중국 유통을 돕는 일을 했습니다. 광고 대행업을 할 때 한 고객사가 해외 유통을 문의해서 하나하나 배워가며 시작한 일입니다. 당시 중국에 한국 화장품이 알려지며 수출 붐이 일던 때라 운영이 잘 됐어요.”
2020년 유방암 진단을 받은 아내의 병간호로 일을 잠시 쉬게 됐다. 아내는 항암 치료의 부작용 중 하나인 근육통으로 힘들어했다. 매일 어깨와 다리를 주물러줬다. 무작정 일을 쉴 순 없어 그의 손발을 대신할 제품을 아내에게 선물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병간호 초반엔 사드 이슈로 일감이 줄어든 상태라 간호에 집중할 수 있었는데요. 일을 다시 시작하게 되면서 낮에 아내 혼자서도 근육을 풀 수 있는 마사지기가 있어야 했어요. 마음에 쏙 드는 게 없어 직접 만들기로 했습니다.”
◇뉴브리스의 마법괄사 개발노트
1. 시장조사는 소비자 관점으로(제품 발상: 2021년 4월)
전동 마사지기는 고려하지 않았다. “아내는 근육통이 심해 약한 압력을 선호했어요. 자동 마사지기의 최소 강도보다도 약해야 했죠. 사람이 마음대로 압력을 조절할 수 있는 가정용 수기 마사지 도구를 수소문했습니다.”
괄사를 구매하려는 소비자의 눈으로 접근했다. “괄사 요법을 알게 돼 검색해보니 시중에 얼굴용 괄사밖에 없더라고요. 써보니 신체 여러 부위의 근육을 풀어주기에는 작았어요. 모양별 기능도 달라서 각 신체 부위에 맞게 여러 개의 괄사를 구비해야하는 구조였죠. 괄사의 크기를 조금 키우면서, 도구 하나만으로 여러 기능을 낼 수 있는 제품을 고안하기 시작했어요.”
2. 콘텐츠 기획력으로 제품 설계까지(제품 설계: 2021년 5~7월)
전문가에게서 받는 경락 마사지 과정에 착안해 모양을 그렸다. “‘전문가의 손맛’을 구현했어요. 전문가가 검지, 주먹, 손날, 팔꿈치 등 신체 구조를 다양하게 활용하듯, 괄사도 다양한 마사지 효과를 낼 수 있도록 설계해보기로 했죠.”
소비자가 기능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제품 부위별 명칭을 정했다. 광고 마케팅을 하던 실력이 활용됐다. “손의 부위별 명칭을 응용했어요. 미리 기능을 정리해두면 본래 취지에서 벗어나지 않게 제조할 수 있고, 나중에 상세페이지를 만들 때도 소비자에게 제품을 쉽게 알릴 수 있어요. 부위별로 어디에 사용하면 좋은지 특징을 정리했습니다. 주먹존은 어깨·복부 등 넓은 근육에, 꿈치존은 강한 지압이 필요할 때. 이런 식으로 말이죠.”
유기, 옥, 나무 등 다양한 소재가 있지만 도자기처럼 구워서 만드는 ‘세라믹’을 택했다. “항균과 열 보존 능력이 탁월합니다. 전자레인지에 30초만 돌리면 온기를 느끼며 마사지할 수 있어요.”
3. 생산 단계에 정말 중요한 건(제품 생산: 2021년 7월~)
시제품을 먼저 제작했다. 사업을 하며 알게 된 제조사에 부탁했다. “인맥의 도움을 받았다고 할 수 있는데요. 그냥 얻어진 건 아닙니다. 10년 동안 미용품을 유통하고 제작하며 일군 결과죠. 물론 제조사도 친분이 있다고 아무 제품이나 만들어주진 않아요. 제품의 상품성이 있다고 판단해야 만들죠.”
시제품 단계에선 제품 수정에 협조적인 제조사를 찾는게 중요하다. “제조 사업에 처음 도전하시는 분들이라면 수정 과정이 굉장히 많습니다. 3D 도안 그대로 공장에서 제품을 만들어도, 막상 나오면 생각했던 것과 다른 경우가 많아요.”
제작한 시제품으로 거푸집 틀을 만들고, 여기에 흙물을 넣고 구워냈다. 제품 겉면에 유약을 바르고 한 번 더 구우면 괄사가 완성된다. 유약은 무광 유약으로 택했다. 피부와 닿을 때 마찰력이 늘어 힘을 적게 들여도 시원한 마사지가 가능했기 때문이다. “무광 공법이 불량률이 커 유광 처리 대비 단가가 20% 정도 높아요. 체감하는 만족도는 20%보다 더 커서 무광 처리로 결정했습니다.”
4. 크라우드 펀딩으로 제작 비용 확보(2021년 11월~)
2021년 11월, 크라우드 펀딩으로 판매를 시작했다. 얼굴용 괄사가 아닌 전신 마사지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인기를 끌었다. 8300만원을 모았다. “펀딩에서 제작비가 충당돼 빠른 공식 유통이 가능했습니다. 지금까지 2만개가 국내에 유통됐고, 일본과 대만, 홍콩 수출도 시작해 월 1억원 정도의 매출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제품과 궁합이 잘 맞는 오일도 자체 제작했다. 제품 사용성을 올리면서 구매 단가를 올리기 위한 전략이다. “로즈마리, 티트리, 라벤더, 호호바 오일을 혼합한 정제 오일을 출시했어요. 아내가 시중의 마사지 오일은 너무 끈적여 자주 사용하기 꺼려진다는 피드백을 줘서 제작했죠. 피부에 트러블을 막기 위해 불순물을 완전히 제거한 정제 공법을 이용했습니다. 원심 분리 작용으로 분자가 크지 않아 모공을 막지 않아요. 제품과 함께 구매하시는 소비자가 80% 이상입니다.”
소비자는 진심을 알아본다고 당부했다. “제작의 전 과정을 꼼꼼하게 살폈어요. 아내가 사용할 제품이니 그랬죠. 지금까지 제가 유통하거나 제작한 어떤 제품보다 진심을 담았어요. 부끄럽지만 젊었을 때는 ‘어떤 제품이 잘 팔릴까’라는 생각으로 임했어요. 그런데 오히려 욕심을 내고 만든 제품보다 진심이 통한 제품이 성과가 더 좋더라고요. 저도 늦게 깨달았어요. 창업을 준비하시는 분이라면 제품에 진정성을 담기 바랍니다.”
/김영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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