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1억5000만원 코인 빚, 정직한 사업으로 월 매출 1억원 인생 역전

더 비비드 2024. 6. 26. 17:55
건강식품 온라인 셀러 고소한마켓 백종완 대표

오픈마켓 전성시대입니다. 컴퓨터 한 대만 있으면 누구나 창업할 수 있고, 직장 다니면서 투잡도 할 수 있습니다. 많은 분이 오픈마켓 셀러를 꿈꾸는데요. 하지만 막상 실행하려면 난관이 한두가지가 아닙니다. 성공한 오픈마켓 셀러들을 만나 노하우를 들어 보는 ‘나도 될 수 있다, 성공 셀러’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비트코인으로 1억 5000만원을 빚을 졌지만 재기에 성공한 고소한마켓 백종완 대표. /더비비드

비트코인 광풍은 한때 어른들의 꿈과 희망이었다. 주식에서는 쉽사리 볼 수 없었던 수직 상승 그래프를 보며, 로또에 당첨된 듯한 기분을 만끽한 이들이 적지 않았다. 그 꿈은 오래 가지 않았다. 24시간 거래할 수 있다는 점은 장점이자 단점이었다. 비트코인 거래 앱이 파란 불, 빨간 불을 오갈 때마다 밤낮이고 애간장이 탔다.

기대가 큰 만큼 실망도 컸을 터. 가상화폐의 가치가 급격히 떨어지면서 일상이 흔들렸다. 고소한 마켓 백종완 대표(32)도 그중 하나였다. 종자돈 3000만원으로 뛰어든 가상화폐 시장에서 2억4000만원까지 벌었다가 1억5000만원의 빚을 지고 말았다. 비트코인에 쏟았던 열정을 평소 부업으로 하던 온라인 판매로 옮겨 1년 만에 월 매출 1억원을 달성했다. 백 대표를 만나 일확천금을 뒤로하고 사업에 몰두할 수 있었던 비결을 들었다.

◇하늘이 내려준 기회

대학 생활을 하면서도 ‘어떻게 하면 빨리 대기업에 취업할 수 있을까’하는 생각 뿐이었다. /백종완 대표 제공

어려서부터 집안 형편이 썩 좋은 편은 아니었다. 오히려 나쁜 쪽에 가까웠다. “전화 요금을 못 내서 고지서가 쌓이기 일쑤였고, 중·고등학교 시절엔 문제집 살 여유도 없었어요. 그러다보니 학창시절부터 제 삶의 목표는 ‘돈’이었습니다. 대학 전공을 ‘국제경영학’으로 선택한 이유 역시 ‘돈’입니다. 당시엔 해외 영업직이 돈을 제일 잘 번다고 생각했어요.”

2011년 국내 수도권의 한 대학에 입학했다. “대학 생활을 하면서도 ‘어떻게 하면 빨리 대기업에 취업할 수 있을까’하는 생각 뿐이었어요. 졸업 후 대기업 채용 공고를 보니 ‘영업 관리직’을 제일 많이 뽑더군요. 2018년 한 대기업 유통회사의 영업 관리 직원으로 입사했습니다. 마음속으론 해외영업직으로의 직무 전환을 꿈꾸고 있었어요.”

한 대기업 유통회사에서 영업관리직으로 일하며 300만원 언저리의 월급을 받았다. /백종완 대표 제공

통장엔 꼬박꼬박 300만원 언저리의 월급이 꽂혔다. “편의점 14~15개 점포를 다니면서 점주와 상담하는 것이 주 업무였는데요. 외근이 잦다보니 다른 직장인보다 비교적 업무 시간이 유동적이었습니다. 직무 전환 생각보다는 다른 아이디어가 문득 떠올랐습니다.”

2019년 6월 ‘고소한 마켓’이라는 이름으로 사업자 등록을 하고 온라인 셀러가 됐다. 부업 삼아 와이셔츠 목 때 방지 패드, 여드름 패치, 차량용 공기청정기, 접이식 장바구니 카트 등 다양한 생활용품을 위탁 판매했다. 온라인 쇼핑몰에 제품 정보를 올려놓고 주문이 들어오면 그 내역을 제조사에 전달하기만 하면 된다. “상품 선정 기준은 오로지 ‘내 관심사’였어요. 그래서인지 아무리 잘 팔아도 한 달 순 이익이 10만~20만원에 그치더군요.”

한창 비트코인에 빠져있던 시절에 캡처한 앱 화면. 한때 2억원 이상의 수익을 냈다. /백종완 대표 제공

그때 눈에 띈 것이 바로 ‘비트코인’이었다. 그동안 모은 3000만원을 쥐고 가상화폐 시장에 뛰어들었다. “드디어 하늘이 내게 기회를 주는구나 싶었어요. 비트코인 앱은 연일 빨간불 행진이었고 2억4000만원까지 수익을 냈습니다. 그런데 최고점을 찍고선 바로 내리막길을 걸었어요. 대출까지 끌어다 투자했지만 최종적으로는 1억5000만원의 빚만 남았습니다.”

한 달에 대출 이자만 150만원씩 빠져나갔다. 월급만으론 먹고 살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일확천금의 꿈은 접었습니다. 요행을 바라지 말고 진짜 내 노력으로 돈을 벌어야 한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은 것이죠. 그러자 부업으로 하던 ‘온라인 판매업’이 달리 보이더군요. 기회가 올 때까지 기다리는 게 아니라 내가 직접 만들겠다고 결심했습니다."

◇초심자의 행운이 통하는 곳

새 출발을 앞두고 그동안 판매하던 생활용품을 처분했다. /백종완 대표 제공

2022년 1월 새 출발을 위해 카테고리 대청소를 했다. 일반 생활 잡화류 판매를 접고 취급 제품군을 ‘건강기능식품’으로 좁혔다. “단가가 낮은 카테고리는 정리하고 건강기능식품에 주력했어요. 건강기능식품은 단가가 수만원대로 높고 재구매율도 높은 품목입니다. 저만 해도 평소에 오메가3, 마그네슘 같은 영양제는 동나기 전에 사다 놓거든요.”

수중에 남은 돈 200만원에 아버지의 지원금 500만원을 보태 ‘주업’ 같은 ‘부업’에 착수했다. “상품을 납품해 줄 제조업체를 찾는 일이 우선이었습니다. 검색창에 ‘건강식품 도매 제조’ 같은 단어들을 쳐보거나 식품 박람회를 찾아가서 명함을 받아왔어요. 상품 뒷면에 있는 제조원이나 유통판매원에 직접 전화를 돌리기도 했습니다. 50통 정도 걸면 1명 정도는 받아주더군요.”

매입으로 들여온 물건은 차 트렁크에 실어놓고 주문이 들어올 때마다 직접 포장·배송했다. /백종완 대표 제공

초보 셀러에게 단가 협의는 사치다. “저처럼 판매 경력이 거의 없는 셀러가 전화를 걸면 대부분 납품을 꺼립니다. 최후의 카드는 ‘매입’이에요. 이를테면 100만원 어치를 먼저 사들인 다음 판매하는 방식이죠. 제조업체 입장에선 100만원 어치를 한꺼번에 판매할 수 있으니 반길 수밖에 없지만 셀러에겐 위험부담이 큽니다. 사들였다가 안 팔리면 휴지 조각이 되니까요.”

온라인으로 물건을 팔 때는 적어도 3~4개 채널을 동시에 운영한다. 각 플랫폼은 장단이 뚜렷하다. “가령 쿠팡 마켓플레이스는 초심자의 행운이 통합니다. 처음 쿠팡에 입점한 셀러일지라도 고객 경험을 계속해서 좋게 쌓아 나간다면 상품이 고객들에게 잘 보여질 수 있는 기회가 분명히 찾아오죠.”

고소한 마켓의 주 거래처 제조공장 전경. /백종완 대표 제공

다른 직장인보다 딱 2시간 더 일했다. “아침 출근 전에 도매처에 발주를 넣고, 퇴근하면 업체에서 송장을 받아서 온라인 몰에 업로드해서 출고 처리를 했습니다. 일부 매입 제품은 차 트렁크에 싣고 다니다가 주문이 들어올 때마다 박스 포장을 해서 편의점 택배로 보냈어요. 상세 페이지는 의외로 손이 많이 가지 않아요. 주성분과 함량만 잘 기재하면 됩니다.”

◇컨닝페이퍼는 홈쇼핑

새로운 제품을 판매하기 전엔 늘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운영하는 홈페이지 '식품안전나라'에서 원료에 대한 공부를 해야 한다. /식품안전나라 홈페이지 캡처

온라인 셀러들 사이에서 ‘건강기능식품’은 진입장벽이 높다는 인식이 있다. 틀린 말은 아니다. “성분 하나라도 잘못 썼다가는 신고가 접수돼 쇼핑몰에서 제품이 아예 삭제되거나 심한 경우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경고를 받을 수 있어요. 새로운 제품을 올리기 전엔 늘 식약처가 운영하는 홈페이지 ‘식품안전나라’에서 성분 하나하나까지 공부합니다. 어떤 단어를 쓸 수 있고, 쓰면 안 되는지 누가 가르쳐 주지 않아요. 스스로 공부해야 합니다.”

선발주자가 많은 건강기능식품 판매 업계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차별화가 필수다. “남의 뒤꽁무니만 쫓는 건 승산이 없었어요. 이미 잘 알려진 오메가3, 종합비타민은 손댈 엄두도 안 냈죠. 아직 유명하지 않은 글루타치온, 락토페린, 류신 같은 신규 원물에 주목했습니다.”

올데이원 글루타치온 콜라겐 맥스 정을 꺼내보이는 백 대표. /더비비드

타 판매 채널과의 시너지도 적극 활용했다. “가장 좋은 힌트는 홈쇼핑 채널 편성표에 있어요. 편성표를 확인하고 해당 시간대에 판매하는 제품과 같은 성분이 있는 제품을 미리 등록해뒀더니 하루 매출이 250만원에서 800만원까지 뛰었습니다. 홈쇼핑을 보다가 최저가 제품을 찾기 위해 인터넷으로 검색해보는 소비자의 심리를 노린 거죠.”

2022년 6월 새로운 목표를 세웠다. “자체 브랜드를 만들기로 결심했어요. 위탁 판매는 당연히 제조사가 가장 많은 수익을 가져갑니다. 판매만 해서는 매출 성장에 한계가 있었어요. 자체 브랜드 상품을 개발하기 위해 거래처 제조공장 대표님과 머리를 맞대고 원료를 찾았죠. 첫 제품으로는 밤 열매를 싸고 있는 얇은 속껍질 ‘율피’를 발효해 알약 형태의 제품을 만들기로 했습니다. 브랜드명은 ‘하루 건강을 책임지는 한 알’이라는 의미로 ‘올데이원’이라 짓고 글루타치온 콜라겐 맥스 정, 링곤베리 퓨레 프리미엄 정 등을 연이어 출시했습니다.”

백 대표는 판매만 해서는 매출 성장에 한계가 있다고 느끼고 자체 브랜드 '올데이원'을 만들었다. /더비비드

올데이원 제품을 곧장 쿠팡 마켓플레이스에 등록했다. “저는 무료 노출 프로모션을 적극적으로 활용했어요. 제가 판매했던 제품 중에는 무료 노출 프로모션 전과 후로 매출이 3배 이상 차이가 난 경우도 있었어요. 덕분에 2023년 1월 한 달에 쿠팡에서만 3000만원 이상의 매출을 냈습니다.”

◇나태한 나에게 던지는 말

백 대표는 매년 목표를 설정하고 과거형·현재 완료형으로 써서 집안 곳곳에 붙여둔다. (왼쪽) 하루에 10번씩 쓴 노트와 (오른쪽) 목표를 붙여둔 모습. /더비비드

매년 목표를 설정하고 과거형·현재 완료형으로 써서 집안 곳곳에 붙여둔다. 2022년에 붙여뒀던 ‘월 매출 1억원, 순 이익 2000만원 달성했다’는 문구는 떼어냈다. 목표를 이뤘다는 뜻이다. 지금은 ‘2023년 연 매출 50억원, 순이익 5억원 이상 달성했다’고 적힌 A4 용지가 붙어있다. “매일 10번씩 손으로도 씁니다. 전 제가 얼마나 나태한지 너무나 잘 알아요. 그렇게 되지 않기 위한 장치를 마련해두는 셈이죠.”

2022년 8월 사직서를 냈다. 자체 브랜드 올데이원에 집중하기 위해서다. “염치 불고하고 아버지께 손을 벌렸던 게 불과 1년 전입니다. 이젠 제가 용돈을 드려요. 사업이 잘 풀리면서 ‘다시 비트코인 할 생각 없냐’는 질문을 자주 들어요. 그럴 마음은 0.1%도 없습니다. 사업을 하면서도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그만큼 스스로 성장한다는 느낌이 듭니다. ‘일확천금’보다 ‘성장’이 더 가치 있다는 것을 배웠어요.”

/이영지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