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막 규제 논란
직장인들의 주말 별장 용도로 각광받던 ‘농막 활용’이 법으로 금지된다. 배경을 알아봤다.
◇주말농장족에 인기
농막은 원래 농기구나 농작물을 보관하거나 농사일 중간에 잠깐 쉬는 용도의 임시 건축물이다. 말 그대로 논이나 밭 옆에 짓는 움막이다. 주택 수에 포함하지 않으며 ‘20㎡ 이하’라는 면적 규제만 있었다.
전국 농막 설치 신고 건수는 2014년9175건에서 2021년 4만6057건으로 약 4배로 늘었다. 이들 중 상당수가 도시 사람들의 주말농장 활동 또는 귀촌과 연관된 것으로 추정된다. 면적 규정(20㎡)에 맞춰 창고, 침실, 화장실, 부엌을 갖춘 조립식 주택 형태의 농막들을 전문적으로 내놓는 기업들도 생겨나고 있다.
예를 들어 서울의 한 중소기업에 근무하는 강 모(51)씨는 은퇴 후 귀촌을 계획 중인데, 미리 강원도 홍천에 150평(약 495㎡)짜리 땅을 매입해 텃밭으로 쓰고 있다. 여기에 길이 6m, 폭 3m짜리 컨테이너를 개조한 농막을 설치했다. 주말마다 1박 2일로 들러 채소를 가꾸고, 식구들과 야외에서 식사하면서 잠도 잔다. 강 씨는 농막 설치를 위해 돈을 들여 전기를 끌어오고, 정화조도 설치했다.
◇별장처럼 활용 비판에 3대 규제
이런 상황에서 앞으로 ‘야간 취침 금지’ ‘휴식 공간 면적 제한’ ‘농지 면적에 따른 농막 규모 제한’ 등 규제가 생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관련 농지법 시행규칙을 5월 12일부터 6월 21일까지 입법 예고 중이다.
이 규제가 나온 것은 ‘농막을 별장처럼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 때문이다. 농막은 주택 수에 포함하지 않아 1가구2주택 규제를 피할 수 있다. 그러면서 실질적으로 별장을 갖는 효과가 생긴다는 비판이 나오자 규제에 나선 것이다.
구체적으로 앞으론 농지가 660㎡ 이하면 농막은 7㎡까지, 660~1000㎡는 농막13㎡, 1000㎡ 초과면 농막 20㎡까지 지을 수 있다. 또 농기구·농산물 보관이라는 농막 본래의 목적을 지킨다는 명목으로, 신발을 벗고 쉴 수 있는 휴식 공간은 농막 면적의25% 이하로 제한된다. 농지가 660㎡(약 200평)보다 작은 경우, 농막 내 휴식 공간은 최대 1.75㎡로 공중 화장실 한 칸 정도 크기다.
여기에 농막을 주거지로 쓰는 것을 막기 위해 전입신고는 물론 야간 취침도 금지했다. 시행규칙이 시행되면 현재 갖고 있는 농막은 면적을 줄일 필요는 없지만, 야간 취침 금지는 바로 시행된다. 내 농막에서 잠을 자면 안되는 것이다.
바뀐 규정을 어기면 건축법, 농지법 등 관련 규정에 따라 5000만원 이하 벌금을 물어야 하고 농막을 해체하거나 규정에 맞춰 재시공하는‘원상 복구’ 명령도 받게 된다.
◇내 농막에 내가 못잔다니
농막을 지었거나 지으려는 사람들은 불만이다. 별장처럼 호화롭게 꾸며 사용하는 농막은 단속해야겠지만, 컨테이너를 고쳐 만든 소소한 농막까지 규제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지방 소멸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그나마 주말농장족들이 지역 상권 등에 활기가 될 수 있는데 그 가능성을 차단할 수 있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농촌 토지 거래나 인구 유입이 끊기면서 지역 활력이 떨어지고 도시와의 격차가 더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논밭이 주거지에서 떨어진 전업 농민들도 불편을 겪게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 ‘국민참여입법센터’ 홈페이지에는 6월 7일 기준으로 농지법 시행규칙에 대한 의견이 1300건 가까이 접수됐다. 이 홈페이지는 입법 예고된 법령에 대해 국민이 의견을 제시하는 곳인데, 정부 부처의 제도 변경에 1000건 넘는 의견이 제기되는 건 이례적이다. 농막 규제를 반대하는 내용이 압도적으로 많다.
◇기존 제도 악용 사례 많아
하지만 제도를 악용하는 사람이 많아서 규제가 불가피하다는 지적도 만만찮다.
지난 2021년 한국토지주택공사(LH) 퇴직 직원을 비롯한 일부 공직자들의 땅 투기 의혹이 제기될 당시 농막을 투기에 활용하거나 별장으로 쓰는 사례가 대거 밝혀진 바 있다. 또 감사원이 전국 20개 시·군의 농막 3만3140개를 실태 조사한 결과, 절반 넘는 1만7149개가 불법 증축됐거나 용도 외의 목적으로 사용되고 있었다.
농림부는 “농막이 본래 목적과 달리 이용되며 농지를 훼손하고 있어 구체적인 기준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규제 취지는 살리면서 지역 경제에도 도움이 되는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정순우 객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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