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한국만 605만명, 이 질병의 극복에 도전하는 한국 기업들

더 비비드 2024. 6. 25. 17:20
당뇨 환자의 구원투수가 된 스타트업


서구화된 생활 습관 및 고령화로 국내 당뇨병 환자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2022년 대한당뇨병학회가 발표한 당뇨병 팩트 시트에 따르면, 2020년 기준 30세 이상 당뇨 유병자는 약 605만 명으로 집계됐다. 30세 이상 성인 약 6명 중 1명(16.7%)이 당뇨병으로 진단받은 셈이다. 10년 전 2050년 당뇨병 환자 수가 591만 명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보다 30년 앞당겨진 수치다.

혈당 확인을 위해 채혈하는 모습. /게티이미지뱅크

이제 당뇨병 예방 및 관리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참신한 아이디어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당뇨병 환자들의 고통을 덜어주는 스타트업을 알아봤다.

◇고통 없는 채혈기

당뇨 환자들은 식전·후마다 혈당을 확인해야 한다. /더비비드

당뇨병의 최대 고충은 매일매일이 관리 대상이라는 점이다. 당뇨 환자들은 식전·후마다 혈당을 확인해야 한다. 하루 5~6번 생살을 찔러야 한다는 두려움을 안고 사는 것이다. 소독을 제대로 하지 않을 경우 2차 감염 위험 우려까지 있다.

스타트업 라메디텍은 당뇨 환자들의 일상 고충에 착안해 고통 없는 채혈 기기 핸디레이(HandyRay)를 고안했다. 피부과에서 피부 재생에 주로 쓰는 프락셔널 레이저를 사용한다. 레이저 조사 부위가 빨리 아물도록 고안된 레이저다. 레이저가 피부에 접촉할 때 순간 강한 에너지가 발생하는데 0.001초도 안 되는 시간에 주변 피부를 증발시켜 구멍을 내는 원리다. 레이저를 쏘는 동시에 살균이 되기 때문에 바늘로 하는 채혈보다 훨씬 안전하다. 고통도, 상처도 없다.

핸디레이로 채혈하는 모습. 상처가 거의 없다, /더비비드

핸디레이는 우리나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3등급 의료기기 인증을 받았다. 유럽의 CE(유럽연합 통합규격) 인증은 물론 의료기기 품질관리 시스템 인증(ISO 13485)도 획득했다. 대학병원과 함께한 임상시험에서 란셋 채혈(기존 바늘 채혈)과 레이저 채혈을 했을 때 아이들의 산소포화도를 측정해 통증 점수를 매겼다. 레이저로 채혈하면 통증이 75%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편리할 뿐만 아니라 경제적이다. 핸디레이 라이트의 수명은 약 2만회다. 기기 값에 일회용 캡 비용까지 더하더라도 채혈 1회당 비용은 80원꼴이다. 기존 바늘 채혈의 회당 비용이 적게는 60원, 많게는 300원인 것과 비교해 보면 합리적이다.

핸디레이로 자신의 손을 채혈 중인 최종석 대표. /더비비드

라메디텍의 최종석 대표는 당뇨를 앓고 있는 조카를 보며 핸디레이를 떠올렸다. 태어날 때부터 당뇨를 앓은 조카가 하루 5~6차례 채혈하느라 손과 팔 곳곳에 굳은살이 박힌 것이 안타까웠던 것이다. 20년간 반도체 연구원으로 일한 최 대표는 보유한 기술로 고통 없고 상처가 작은 채혈 도구를 만들었다.

라메디텍은 핸디레이로 세계 최대 IT·가전 박람회 ‘CES 2023’ 에 참가해 디지털 헬스케어 부분 혁신상(Innovation Award)을 받았다. 최 대표는 “미국, 독일, 한국은 물론이고 중국에서도 ‘레이저’에 주목하고 있다.”며 “물리적인 처치가 언젠간 모두 레이저로 대체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혈당 상승 걱정 줄인 밥솥

자신이 개발한 저당 밥솥을 보여주는 카도스의 이문석 대표. /더비비드

철저한 식단 관리를 통한 식이요법도 당뇨 환자들의 과제다. 스타트업 카도스는 백미의 최대 단점인 '높은 당함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저당 밥솥을 개발했다. 저당 밥이란 조리 과정에서 백미의 탄수화물 함량을 낮춘 밥을 말한다. 통상 흰쌀밥 1공기(200g)에는 65g의 탄수화물이 들어있는데, 저당 밥솥으로 조리하면 탄수화물 함량이 31%에서 최대 49%까지 줄어든다.

카도스의 이문석 대표는 가전 분야에서 굵직한 경력을 쌓았다. 그는 “은퇴 후 건강관리에 관심이 생기면서 ‘한국형 저당 밥솥’을 개발하기로 마음먹었다”고 설명했다.

카도스 저당 밥솥으로 지은 밥의 모습. 상단 트레이에 당질이 포함된 밥 지은 물이 모인다. /카도스

통상 저당 밥솥은 ‘밥 짓는 물을 분리하는 방식’에 따라 두 가지로 나뉜다. 쌀을 채반에 올려 물이 아래로 빠지게 하는 방식과 내솥 위에 트레이를 둬서 위로 올라오는 수증기를 트레이에 모으는 방식이다. 이 대표가 택한 것은 두번째 방식이다.

시중 저당 밥솥의 트레이는 스테인리스 그릇에 원기둥 모양으로 구멍이 뚫린 형태였다. 이 대표는 수증기가 올라오는 주둥이 부분을 더 좁게 만들어 수증기를 더 많이 가두는 효과를 구현했다. 새로운 구조로 실험해 보니 당질 저감 효과가 10% 이상 커지고, 저당 밥의 고질적인 문제인 물기도 과하지 않았다. 새로운 설계도로 국내 특허를 등록했다.

(왼쪽부터) 내솥에 표시돼있는 저당 조리용 물 투입 눈금과 물을 눈금 이상으로 넣고 조리했을 때 트레이에 모이는 물의 양 차이. /카도스

우리나라 저당 밥솥 최초로 인체 적용시험도 진행했다. 2022년 4월 경희대학교 건강노화힐링케어산업 실증거점센터에서 진행한 밥솥의 임상 시험을 통해 일반 밥솥과 같은 조건으로 밥을 지었을 때 열량과 탄수화물 함량이 최대 수치상 줄어든다는 것을 증명했다. 13명 피실험자의 식후 혈당과 식감, 포만감도 분석했다. 피실험자들이 동일 중량의 백미 저당 밥을 먹었을 때의 평균 혈당 수치가 백미 일반 밥을 먹었을 때보다 매번 낮게 측정됐다.

이용법은 간단하다. 밥솥에 쌀과 물을 넣고 그 위에 전용 트레이를 올려주면 된다. 트레이 가운데를 보면 밑이 넓고 위로 올라갈수록 좁아지는 고깔 모양의 구멍이 나 있다. 밥솥 안의 압력과 온도차를 이용해, 당질이 녹은 물이 트레이로 올라온다. 이 대표는 “혈관은 차이를 아는데, 혀는 그 차이를 모르게 하는 것에 주력해서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진은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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