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동안 아이오닉6 풀옵션 타보니
드림카부터 현실카까지 츄라이(try)! 자동차 마니아만 관심 갖는 자동차 시승기가 아닌, 차를 전혀 알지 못하는 사회초년생도 즐길 수 있는 시승기 콘텐츠 ‘월간 시승 츄라이!’를 시작합니다. 매월 마지막 주, 운전 경력 4년차 20대 사회초년생 카츄라이더 에디터가 주말 동안 직접 타보고 연재합니다.
- 전장: 4855m
- 휠베이스: 2950mm
- 완충 시 주행가능거리: 367 ~ 524km
- 연식: 2023차량출고가: 6032만원(익스클루시브 롱레인지 20인치 4WD·선루프·컨비니언스 패키지/ 친환경차 개별소비세 5% 감면)
- 취·등록세(예상): 304만원
8월 시승기의 주인공은 현대자동차 산하 브랜드 ‘아이오닉’이 2022년 9월에 출시한 첫번째 순수 전기 세단, ‘아이오닉6’입니다. 사전계약 첫날 37446대가 계약돼 국내 완성차 모델 중 역대 최다 사전계약 대수 기록을 쓴 모델입니다.
시승차의 세부 제원은 ‘익스클루시브 롱레인지 20인치 4WD’입니다. 출고가 6210만원으로, 사륜구동 방식과 항속형 대용량 배터리(77.4kWh)를 탑재한 상위 등급의 차량입니다. 사진 속 시승차의 외장 색상은 ‘세레니티 화이트 펄’, 내장은 ‘블랙모노톤’의 차량입니다. 주말 동안 시승하며 꼼꼼히 살펴봤습니다.
◇오로지 공기 저항 계수 0.21을 위한 외관
아이오닉6가 처음 공개됐을 당시, 현대자동차는 ‘역대 현대차 모델 중 최저 공기저항계수 수치인 0.21을 달성했다’며 공기의 저항을 덜 받는다는 점을 특장점으로 내세웠습니다.
공기저항계수란, 물체의 운동 방향과 반대 방향으로 작용하는 공기의 저항력을 수치화한 표현입니다. 수치가 0에 가까울수록 공기의 저항을 덜 받는 거죠. 빠른 속도로 달리는 자동차에서 창문을 열었을 때 느껴지는 강한 바람이 공기의 저항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눈에 보이지 않아도 자동차는 이 저항을 이겨내며 전진하죠.
공기저항계수는 자동차 무게, 엔진의 성능만큼이나 연비에 많은 영향을 끼칩니다. 특히 전기차 시대가 도래하면서 낮은 공기저항계수는 좋은 자동차의 핵심 조건 중 하나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공기저항계수가 낮을수록 전력의 효율이 높아지고, 완충 시 주행가능거리가 길어져 자주 충전하지 않아도 되니까요.
아이오닉6의 외관에서도 공기저항계수를 낮추기 위한 설계가 돋보였습니다. 각진 부분 없는 유선형의 외관에, 전면부를 낮게 설계해 공기 저항을 최소화했습니다. 측면에서 보면 트렁크 쪽으로 갈수록 차량이 날렵하게 깎이는 듯한 모습입니다. 스포츠에서 자주 보이는 ‘패스트백’형 디자인이죠. 이 또한 공기의 저항을 최대한 덜 받기 위한 설계입니다.
후면부에는 뾰족한 날개 모양의 리어 스포일러를 달았습니다. 리어 스포일러는 자동차가 고속으로 달릴 때 차체가 흔들리는 것을 막아줍니다. 공기의 와류현상(공기가 소용돌이를 일으켜 차를 뒤에서 잡아당기는 현상)을 없애는 효과가 있죠. 차키를 가져가면 문에서 손잡이가 튀어나오는 오토플러시 핸들 또한 주행 중 공기 저항을 줄이는 효과가 있습니다. 기존의 튀어나온 핸들이 아닌 매몰형 핸들이기 때문이죠.
◇아쉬운 수납공간
전조등과 후미등에는 아이오닉5와 마찬가지로 픽셀형 LED 램프가 적용돼 있어, 아이오닉의 계보를 잇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휠에는 피렐리의 전기차 전용 20인치 타이어가 장착돼 있습니다. 타이어 안에 스펀지가 있어 노면 소음을 흡수하는 효과가 있죠.
아이오닉6의 트렁크 용량은 401L입니다. 입구가 좁은 데다 공간이 넉넉하진 않았습니다. 골프가방이 아예 안 들어가겠다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깊어 비스듬하게 밀어 넣으면 1개, 포개어 넣는다면 2개까지 겨우 들어갑니다. 401L면 소형 SUV인 코나(723L)보다 적은 용량이라, 넓은 트렁크가 필요한 분에게 적합한 자동차는 아닙니다.
전기차의 대표적인 특징 중 하나가 보닛을 열면 수납공간이 있다는 것입니다. 이걸 ‘프런트 트렁크’라고 하는데, 보통 줄여서 ‘프렁크’라고 부릅니다. 아이오닉6에도 프렁크가 있었는데요. 적재 용량이 10kg(후륜 모델은 25kg)뿐이라 실용성은 떨어져 보였습니다.
◇전형적인 틀을 벗어나는 실내
운전석에 앉으면 제일 먼저 디지털 사이드미러가 눈에 띕니다. 원래 사이드미러가 있어야 할 곳에 고화질 카메라를 장착하고, 1열의 양쪽 문과 대시보드 사이에 모니터를 달아 실내에서 측면과 후방의 상황을 확인할 수 있게 하는 장치입니다.
시승하는 주말 내내 비가 내려, 디지털 사이드미러를 잘 활용할 수 있었습니다. 분명 밖에 비가 내리는데 빗방울이 맺히지 않은 사이드미러가 보여 신기하고 편리했습니다. 예상한 것보다 훨씬 선명하고 원근감이 잘 느껴졌죠. 단, 교통상황을 확인할 때 시선이 저절로 창문 너머로 향해져, 적응의 시간이 잠시 필요합니다.
내부 디자인 중 자동차 인테리어의 전형성을 깬 몇몇 요소들이 신선하게 다가왔습니다. 예컨대 문에 있어야 할 창문 조작 버튼들이 모두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 콘솔박스로 이동했습니다. 변속기가 운전대 우측으로 옮겨가면서 남은 공간에 각종 조작 버튼을 배치한 거죠. 버튼이 없어진 문에는 앰비언트 라이트를 위한 조명이 자리해 있습니다.
글로브 박스(조수석 서랍)을 여는 법도 특이합니다. 손잡이를 당기면 대시보드에 붙어있던 수납함이 아래로 떨어지는 방식이 아니라, 책상 서랍을 열듯 잡아당기게 돼 있습니다. 신선한 디자인에 12.3인치의 디지털 계기판, 내비게이션, 그리고 HUD(헤드업 디스플레이)까지 어우러지니 공상 과학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차에 앉아 있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2열로 이동해 보니, 키 172cm의 성인 여성 기준으로 앉자마자 천장에 정수리가 닿았습니다. 공기 저항 감소를 위해 차량 후면부를 확 깎아내, 2열의 공간이 비좁아진 건데요. 자세를 고쳐 바르게 앉으면 괜찮지만 헤드룸(자동차 천장과 머리 사이의 거리)이 좁다는 생각은 지울 수 없었습니다. 장거리 이동중에 성인 남성이 2열에 앉는다면 불편함을 느낄 것 같습니다.
2열의 좁은 공간을 해결할 대안으로 와이드 선루프가 있습니다. 선루프가 공간을 넓혀주는 건 아니지만, 선루프를 열 경우 천장이 개방되면서 2열 탑승자의 답답함은 해소해 줄 수 있습니다.
◇직접 충전해 보니
계기판을 통해 누적 전비를 확인해 봤습니다. 배터리 잔량 68%에 주행가능거리는 290km로 나옵니다. 단순 계산으로 완충 시 426km를 달릴 수 있고, 전비로 환산하면 1kWh로 5.5km를 달릴 수 있는 수치죠. 보통 중형 세단이 연료를 가득 채웠을 때 500km 정도 달리니, 이 정도 전력 효율이라면 가솔린 자동차의 주유 주기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단 표준형 배터리를 장착한 모델은 배터리 용량(53kWh)이 30% 감소하므로, 주행가능거리 또한 줄어든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합니다.
전기차 구매의 가장 큰 진입 장벽 중 하나가 바로 충전일 텐데요. 역시 충전에 매우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시승하는 동안 직접 집 근처 대형마트의 충전소에서 아이오닉6를 충전해봤더니 완속 충전기를 기준으로 1시간 19분 동안 8.4kWh가 충전됐고, 1260원이 나왔습니다. 전체 배터리의 9%가 충전된 겁니다. 사용 설명서에 따르면 0%에서 100%까지 완충하려면 11시간 45분이 걸립니다. 거주지나 근무지에 전기차 충전기가 없다면, 기다리기 힘든 시간입니다.
50kW 급속 충전기를 사용할 경우 0%에서 80%까지 73분이 걸립니다. 아이오닉6는 초급속 충전을 지원하기 때문에 350kW의 초급속 충전기를 사용하면 18분 만에 0%에서 80%까지 충전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초급속 충전소는 국내에 20곳뿐이라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없습니다.
◇장단점 명확한 게 매력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아이오닉6는 7267대가 팔렸습니다. 같은 기간 아이오닉 5(1만854대)와 기아 EV6(1만2325대)의 판매량을 밑돈 수준이죠. 신차 시장에선 여전히 SUV형 자동차가 인기입니다.
여러 제약에도 불구하고 아이오닉6를 사고 싶게 만드는 장점도 분명합니다. 적은 소음, 주행 편의성, 저렴한 충전 요금이 매력적이었죠. 먼저 적은 소음과 부드러운 주행감은 가솔린 차량과 비교할 수 없는 수준입니다. 정차하고 있으면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습니다. ‘주행 중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노랫소리가 이렇게 컸나’ 싶을 정도로 조용합니다.
가속·브레이크 페달의 즉각적인 응답성도 한몫합니다. 가속 페달에 힘을 조금만 가해도 속도가 빠르게 오릅니다. 전기 모터의 힘을 발끝에서 느낄 수 있었죠. 도심에서 아이오닉6를 모는 게 아깝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유지 비용의 이점도 큽니다. 완속 충전기 기준 0%에서 100%로 충전했을 때 15000원이 채 들지 않습니다. 평소 장거리 주행을 잘 하지 않고, 생활권에 전기차 충전소가 있는 분이라면, 합리적인 선택이 될 수 있습니다.
올해 기준으로 아이오닉6는 국가 보조금인 680만원을 전액 받을 수 있는 차량 중 하나입니다. 기본 등급 기준 출고가 5700만원을 넘지 않는 전기차라, 지자체 보조금까지 합하면 최소 900만원 이상의 보조금을 받고 구매할 수 있습니다.
7월부터 부활한 개별소비세도 친환경 차에는 부과되지 않습니다. 차량 출고 가격에서 개별소비세 5%를 감면하고, 보조금까지 받으면 1000만원 이상을 절약해 자동차를 구매할 수 있습니다.
/김영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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