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60억 빚더미를 200억 매출 회사로 탈바꿈시킨 초가성비 가정용 '참치회'

더 비비드 2025. 2. 13. 15:43
수산물 제조기업 등푸른 식품 이종수 부사장
나만의 아이디어로 창업을 꿈꾸는 여러분에게 본보기가 될 ‘창업 노트 훔쳐보기’를 연재합니다. 본 콘텐츠는 광고성 내용을 담고 있으며, 온라인몰 판매 가격에는 몰 운영 등을 위한 판매 수수료가 포함돼 있습니다.

수산물 제조기업 등푸른 식품 이종수 부사장. /더비비드

“오늘은 친구 집에서 잘래요!”

​학창 시절, 여느 때와 다름없는 하굣길. 집 대문을 열면 저녁 메뉴를 짐작게하는 냄새가 풍겼다. 냄새로 예상컨데 생선 반찬이 분명했다. 비릿한 냄새를 느끼자마자 문을 다시 닫고 나가 버렸다. 생선이라면 넌더리가 나도록 싫었기 때문이다.

​수산물 제조기업 등푸른 식품 이종수(49) 부사장의 어릴 적 일화다. 그랬던 그가 수십 년이 지난 지금, 그 누구보다도 생선과 가까운 곳에서 일하고 있다. 그토록 싫어했던 생선이건만, 이제는 없어서 못 먹을 지경이 됐다. 심지어 생선을 먹을 때 내장부터 골라 먹을 정도다. 최근에 푹 빠진 생선은 참치다. 이 부사장을 만나 생선을 사랑하게 된 이야기를 들었다.

​◇5분이면 해동 끝, 정도 냉동 참치회

정도 참치회와 참치회 케이크. /등푸른 식품

정도 참치회는 집에서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냉동 참치회 세트다. 인기 부위인 뱃살부터 감칠맛이 좋은 배꼽살, 담백하고 부드러운 속살이 모두 포함된 구성이다. 기존 냉동 참치회는 토막 단위라서 직접 포를 떠야 한다는 단점이 있다. 정도 참치회는 한입 크기로 썬 다음 진공 포장했기 때문에 번거롭지 않다. 해동 시간도 흐르는 물에서 5분이면 충분하다.

​이색 참치회 케이크로 기념일을 축하할 수도 있다. 해동이 끝난 참치회를 트레이에 결합한 다음 토퍼를 꽂으면 영락없는 케이크다. 케이크처럼 둥근 형태의 용기에 참치회를 올리고, 아래에 있는 공간에는 물회 소스를 채우면 된다. 참다랑어의 뱃살·배꼽살, 눈다랑어의 뱃살·속살, 황다랑어의 뱃살로 구성돼 있다. 현재 온라인몰에서 한정 공동구매 행사를 하고 있다.

◇스타 강사 꿈나무에서 수산업자로

이 부사장의 어릴 적 장래희망은 '선생님'이었다. /더비비드

어릴 적 꿈은 ‘선생님’이었다. “꿈의 절반은 이뤘어요. 학원 선생님으로 사회생활의 첫발을 뗐거든요. 서울 강남구, 경기 고양시 등에서 6년간 국어를 가르쳤습니다. 오프라인 강의 성과가 썩 괜찮았어요. 덕분에 온라인 강의를 찍을 기회를 얻었죠. 수많은 학생 앞에서 강의하는 게 일상이었으면서, 카메라 한 대 앞에 서는 게 어쩜 그렇게 떨리던지요. 촬영 5번 만에 두 손을 들었습니다.”

그런 와중에 아버지의 연락이 잦아졌다. “아버지께서 2000년부터 수산물 유통 사업을 하셨는데요. 사업 규모가 커지자 자가 공장을 매입하고, 사명을 ‘등푸른 식품’으로 변경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제가 연대 보증을 섰어요. 도장을 찍는 순간 이미 한배를 탄 몸이 된 셈이었죠. 점점 연로해지시는 아버지를 돕기로 결심하고 2008년, 고향인 부산으로 돌아갔습니다.”

3년간 매일 가슴까지 올라오는 방수 작업복을 입었다. “생선 유통에서 가장 험한 일이 ‘해동’입니다. 20㎏ 단위로 꽝꽝 언 생선 블록이 400~500개 단위로 입고되는데요. 엉켜있는 생선들을 한 마리씩 뜯어 담는 작업이죠. 제일 힘들었던 건 고등어 알레르기입니다. 녹은 물이 얼굴에 튀면 두드러기가 일어났어요. 딱 2년이 지나니 내성이 생기더군요.”

◇정도 참치회 브랜드 개발 노트

1. 실패에 좌절하기 전에 원인을 찾아라

가시를 제거한 고등어 한 편. /등푸른 식품

2010년에 접어들면서 변화를 꾀했다. “주 취급 어종이 고등어였는데요. 구이·조림 외에도 고등어를 간편한 식재료로 쓸 방법을 고민했습니다. 가시를 제거한 다음 크로켓처럼 튀기면 어린이를 위한 반찬으로도 활용할 수 있겠다 싶었죠. 해양수산과학원과 농수산물사이버거래소의 도움을 받아 제품을 출시했습니다.”

노력이 무색하게 성적은 형편없었다. “가장 기대했던 쪽은 학교 급식입니다. 하지만 1㎏에 4000원대인 꼬마 돈가스를 밀어내기엔 가격 경쟁력이 너무 약했어요. 고등어 크로켓의 단가는 9000원이었거든요. 설상가상으로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수산물 소비량이 바닥을 쳤습니다. 더 큰 문제는 20㎏ 들이 고등어 원물 6만 상자가 그대로 쌓여있다는 점이었어요. 심지어 하루아침에 한 상자당 가격이 3만원에서 1만원으로 떨어졌죠. 회사 존폐가 불확실한 상황이었습니다.”

2. 온몸으로 느낀 수요·공급의 원리

핀셋으로 가시를 골라 내는 과정에 대해 설명하는 이 부사장. /더비비드

이대로 공장 문을 닫을 수는 없었다. “처음으로 돌아갔어요. 고등어를 편하게 먹을 방법으로 ‘가시 제거’에 집중하기로 했죠. 한 토막당 크기도 1인 가구나 아이들이 먹기 좋도록 80g 정도로 줄였습니다. 가시 제거용 핀셋을 찾기 위해 전국 시장 투어는 물론 일본 직구도 불사했습니다. 마지막 기회라는 생각으로 ‘어린이 순살 고등어’를 출시했습니다.”

온라인몰에 입고하자마자 전화기에 불이 났다. “4개월 동안 야금야금 쌓아둔 재고 20톤이 3일 만에 다 판매됐습니다. 택배가 저녁 6~7시면 마감인데요. 도저히 시간을 맞추지 못해서 밤 11시까지 작업한 다음 중간 배송지인 물류센터에 직접 날랐어요. 아이스박스를 승용차에 가득 실었더니 차 안에 드라이아이스에서 나온 이산화탄소가 차서, 창문을 연 채로 벌벌 떨면서 운전한 적도 있어요.”

그러기를 1~2년. 수요가 밀려들었지만 곳간이 찰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원료로 인해 쌓인 이자와 창고·공장 유지 비용, 인건비 등 누적됐던 고정비가 어깨를 짓눌렀습니다. 회사를 살리기 위해 ‘법인 회생’ 절차를 밟았어요. 다행히 ‘어린이 순살 생선’의 영업 전망을 인정받아 2015년부터 법정 관리에 들어갔습니다. 총부채 60억원 중 35억원을 감면받았지만 대형마트와의 거래는 모두 끊겼습니다. 신용 거래가 불가능했기 때문이죠.”

3. 실패를 통해 얻은 교훈을 적극 활용하라

아버지와 함께 사업 방향을 논의하는 이 부사장(오른쪽). /이종수 부사장 제공

법정 관리에 들어가면서부터 제품군 확장을 계획했다. “회사를 살리려면 ‘순살 고등어’ 단일 품목만으론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순살 제품은 갈치·삼치·민물장어·연어 등으로 넓혔죠. 또 돈이 되는 일이라면 뭐든 다 했어요. 홈쇼핑에서 포장 일감을 받아서 낮엔 순살 작업을 하고, 밤엔 장비를 한쪽에 밀어두고 킹크랩 8000세트를 포장하기도 했습니다. 그땐 한 달에 30시간도 채 못 잤어요.”

그간의 고생이 결실을 보듯 매출이 서서히 올랐다. 2021년 매출 100억원을 달성하면서 2022년 법정관리에서 졸업했다. “다시 제로(0), 출발점에 선 것 같은 기분이었습니다. 이제 더 큰 도약을 위해 ‘투자’할 시점이었죠. 다만 지난 실패를 교훈 삼아 신중을 기했어요. 꼭 다뤄보고 싶었던 어종인 ‘참치’에 손을 댔습니다. 초저온 냉동고 등 설비가 갖춰진 참치 공장이 경매로 나와 싼값에 인수할 수 있었어요.”

​4. 차별화 전략은 ‘한 끗 차이’로 출발

정도 참치회는 보온보냉팩으로 감싼 다음 아이스박스에 담아 포장한다. /등푸른 식품

2023년 6월, 참치 공장 매입과 동시에 새 브랜드 ‘정도 참치회’를 출범했다. 바를 정(正)에 칼 도(刀)자를 썼다. “동원산업에서 지중해산 참치를 대형 블록 형태로 가져옵니다. 뱃살·아가미살·배꼽살 등 부위별로 나눠져 있죠. 우리 공장에서는 큰 참치를 먹기 좋은 크기로 썬 다음 포장해서 영하 50도의 초저온 냉장고에 보관합니다. 주문이 들어올 때마다 출고할 수 있도록 준비해 두는 거예요.”

시중의 냉동 참치회와 차별화하기 위해 절단 방법을 달리했다. “일반적으로 냉동 참치회를 사 보면 성인 손바닥만 한 크기인 경우가 많아요. 참치회를 먹으려면 18~24시간에 걸쳐 해동한 다음 직접 썰어야 하죠. 그 번거로움을 없애기 위해 한입 크기로 썰어 포장하는 방법을 택했습니다. 흐르는 물에 5분만 담가 두면 부드럽게 먹을 수 있죠.”

참치회 케이크 아랫부분에는 물회를 부어 먹을 수 있다. /등푸른 식품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고, 참치회를 더 예쁘게 먹을 순 없을까 고민했다. “그러다 케이크의 둥근 형태가 떠올랐어요. 생일이나 기념일마다 케이크를 먹는데, 사실 모든 사람이 빵이나 케이크를 좋아하는 건 아니잖아요. 원형 틀에 참치회를 올리고 그 아래에는 물회를 부어 먹을 수 있는 키트를 개발했습니다. 술 좋아하시는 어른들을 위한 생일 케이크론 이만한 게 없을 겁니다.” 현재 온라인몰에서 한정 공동구매 행사를 하고 있다.

◇순이익 월 1억원을 바라보는 연매출 220억원의 회사

2022년 창립기념식에서 이 부사장(오른쪽)이 아버지인 이재철 대표(왼쪽)와 함께 활짝 웃고 있다. /이종수 부사장 제공

순살 생선의 OEM(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 생산량이 크게 늘면서 등푸른 식품의 매출도 껑충 뛰었다. 2021년 100억원에서 2022년 137억원, 2023년 151억원, 2024년 220억원을 달성했다. “법정관리를 받을 때 회사 전화번호를 ‘연매출 100억 회사’로 저장해뒀었어요. 지금은 ‘순이익 월 1억’으로 저장돼 있습니다. 일단 2025년 연매출 목표는 300억원입니다.”

회사 성장의 가장 큰 동력으로는 ‘사람’을 꼽는다. “듣기 좋으라고 하는 소리가 아니라 사실이 그렇습니다. 법정관리 시기에 입사를 결심해준 직원들, 18년 넘게 자리를 지켜주는 직원들이 가장 큰 힘입니다. 보답하고 싶은 마음에 매년 우수사원에게 상장과 선물을 전달하고,‘주 4일제’ 같은 복지제도를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어요.”

식재료 중 해산물이 으뜸이라는 이 부사장. /더비비드

신제품 개발도 멈출 생각이 없다. “‘정도 참치회’ 외에도 순살 생선 브랜드 ‘앤쿡’, 아버지의 함자를 딴 외식 브랜드 ‘이재철의 제철밥상’을 키워가고 있어요. 최근엔 다진 마늘처럼 큐브 형태로 만든 ‘명란 큐브’를 개발해 출시했어요. 이것 저것 손대는 것 같아도, 가장 핵심이 되는 가치는 하나예요.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해산물을 간편하게 먹을 수 있도록, 괜찮은 선택지를 제공하려는 겁니다.”

/이영지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