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스 공간 관리 서비스 '마일미팅' 개발한 마일코퍼레이션 홍진우 대표
기업가 정신으로 무장한 사람들이 창업에 뛰어들며 한국 경제에 새 바람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그들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잘 나가는 식당의 공통점 중 하나는 회전율이다. 그릇을 비운 손님이 일어서면 금세 다음 손님으로 채워진다. 맛집으로 소문이 난 곳은 예약이 필수다. 예약을 하고도 손님이 나타나지 않으면 식당의 손해로 이어진다. 노쇼(No-show)를 방지하기 위해 여러 대책이 등장했다. 예약금을 받거나, 노쇼를 한 손님에게 다음 예약 시 불이익을 주기도 한다.
회사 안에서도 예약이 필수인 곳이 있다. 바로 ‘회의실’이다. 회의실 공간이 부족해 직원들끼리 싸움이 나거나 몇천만원을 들여 확장 공사를 하고, 이사까지 감행하는 기업도 있다. 회의실이 부족하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사용이 확실하지 않음에도 일단 예약을 잡아두는 경우가 많았다.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 등장한 스타트업이 있다. 마일코퍼레이션 홍진우 대표는 문제 해결의 열쇠로 ‘회의실 사용 여부의 실시간 추적’을 제시했다. 홍 대표를 만나 오피스 공간 관리 비결을 들었다.
◇개발에 눈 뜨자마자 창업을 결심
연세대 스포츠응용산업학과를 전공했다. “월드컵 같은 이벤트를 통해 파생되는 스포츠·산업·경제 등의 현상들이 매력적이라고 생각했어요. 군대에 들어가면서부터는 책에 빠졌습니다. 10권짜리 무협 소설이나 기업인의 자서전도 읽었죠. 그때부터 어렴풋이 ‘창업을 하면 어떨까’하는 상상을 했습니다. 도움이 될까 싶어 군대에서 개발 공부도 시작했어요.”
전역 후 컴퓨터과학과와 통계학과로 삼중 복수 전공 강의를 들었다. “새로 배운 기술을 여기저기에 적용하는 일이 너무 재미있었어요. 가령 자연어 처리(일상 언어를 컴퓨터에서 처리할 수 있도록 돕는 기술)를 통해 챗봇을 만들었는데요. 영화 ‘인사이드 아웃’ 속 감정 캐릭터를 챗봇에 녹였습니다.”
취미처럼 시작한 개발은 ‘소프트웨어 마에스트로(이하 소마)’ 참여로 이어졌다. 소마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관하는 소프트웨어 인재 육성 프로그램이다. “1년간 이뤄지는 장기 프로젝트예요. 단순히 뭔갈 개발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실제 서비스를 개시해 사용자들의 반응에 따라 서비스를 개선하는 일까지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3인 1조로 팀을 꾸렸다. 첫 아이템은 오픈채팅방 대화 요약·분석 서비스였다. “많게는 천 명이 넘는 사람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중요한 내용을 놓치기 쉽죠. 그 맥락을 읽어서 키워드를 중심으로 분석해 주고, 질문과 답변을 묶음으로 모아주는 기능을 만들었어요. 3~4개월 만에 사용자 1만명을 모았습니다. 하지만 비즈니스 모델을 고려하지 않아 더 이상 진전시키기가 어려웠어요. 사업화를 목표로 경로를 재탐색하기로 했죠.”
◇회의실이 부족한 진짜 이유
2023년 8월 마일코퍼레이션을 설립했다. 소마에서 만난 팀원들과 함께였다. “새로운 아이템을 찾기 위해 팀원들과 끊임없이 회의를 이어갔습니다. 회의가 계속 쌓이면서 회의록 정리가 번거롭다고 느꼈어요. 그 속에서 아이디어가 떠올랐습니다. ‘회의 어시스턴트(assistant)’라는 콘셉트를 잡고, 잠재적 고객이 될 기업 담당자들과 만남을 가졌어요.”
기대와 달리 반응은 뜨뜻미지근했다. “회의록 정리보다 큰 문제는 ‘회의실’이라더군요. 규모가 큰 회사일수록 불편함을 더 크게 체감하고 있었습니다. 회의실 몇 곳이 비어 있는데도 이미 예약된 곳이라고 하면 쫓겨나듯 근처 카페로 향할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그 빈 회의실을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쓸 수 있을지 고민했습니다.”
일명 ‘마일 미팅(Mile Meeting)’ 개발에 착수했다. “회의실 노쇼가 일어나더라도 공간을 효율적으로 쓰기 위해서는 사용 여부를 실시간으로 확인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생각했어요. 소리에서 답을 찾았습니다. 회의실마다 태블릿 PC를 비치하고 사용자의 목소리가 감지되지 않으면 ‘빈 공간’으로 인식하도록 했죠. 사용자가 직접 태블릿을 작동해 체크인·체크아웃도 할 수 있게 했습니다. 딱 이 정도 기능을 구현하기까지 개발 기간은 한 달이면 충분했습니다.”
대기업 인사팀장, 배달 스타트업 총무팀장 등을 만나 사용을 권했다. 클로즈 베타 테스트(제한된 사용자들을 대상으로 한 비공개 테스트) 방식으로 서비스를 고도화해 나갔다. “가령 회의실마다 사용 여부를 확인하는 소리의 정도를 달리 설정했습니다. 공간에 따라 소리 울림 정도가 다르기 때문이죠. 또 회의실 예약자에게 당일 오전에 리마인드하는 기능도 추가했어요. 예정된 회의가 취소됐다면 깜빡하지 않고 예약을 취소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2024년 초 마일미팅 서비스를 정식 론칭했다. 현재 프리랜서 매칭 플랫폼 ‘크몽’, 핸드메이드 제품 쇼핑몰 ‘아이디어스’, 세무회계 플랫폼 ‘삼쩜삼’, 만보기 앱 ‘캐시워크’ 등 약 30여 개 기업에서 마일미팅을 사용하고 있다. “회의실을 10~15개 늘리는 확장공사를 했는데도 늘 부족했던 고객사가 더 이상 공간이 부족하지 않다는 후기를 보내왔습니다. 회의실 10개를 가진 기업을 기준으로 회의실 사용 시간을 300~500시간 더 확보할 수 있다는 데이터도 확인했습니다.”
◇기업 내 비효율을 찾아서
마일코퍼레이션은 제13회 정주영 창업경진대회(정창경) 성장 트랙 우수상을 받으며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작년에 팀원들과 정창경 데모데이를 참관하며 ‘내년엔 우리도 꼭 저 자리에 서자’고 다짐했습니다. 스타트업의 등용문이라 불리는 곳에서 우리만의 문제의식과 해결 방법을 선보였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했어요.”
국내 대기업의 업무 협업 툴, 사물인터넷(IoT) 기업 등에서 마일코퍼레이션에 먼저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고 있어요. 이를테면 마일미팅에서 쓰는 태블릿 PC로 조명이나 온·습도 센서를 제어할 수 있겠죠. 사무 공간의 가치를 양적으로도 질적으로도 높일 수 있을 겁니다."
회의실뿐만 아니라 오피스 공간 관리 솔루션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회사 방문객 관리를 도와줄 수 있는 리셉션 데스크 자동화 시스템 ‘마일 비지터(visitor)’, 좌석 배치도와 조직도를 함께 관리할 수 있는 ‘마일 워크플레이스(workplace)’ 등을 기획했어요. 기업에서 비효율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부분을 하나씩 풀어가려고 해요. 우리나라처럼 밀집도가 높은 각국의 도시를 타깃으로 글로벌 진출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영지 에디터
'인터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의료 대란에 지쳐 떠나는 간호사들, 성균관대 공대생이 떠올린 아이디어 (5) | 2024.12.23 |
---|---|
"보세요. 한국의 이 비료가 세계의 땅을 살리고 빈곤을 끝낼 겁니다" (3) | 2024.12.17 |
혈액에서 답 찾았다, 암 정복에 한 발 다가선 한국 스타트업 (3) | 2024.12.09 |
비만까지 잡는 꿈의 골다공증 치료제, 성큼 다가선 경희대 한의대 교수 (5) | 2024.12.06 |
도로 곳곳 불법으로 세워진 화물차, 드디어 전용 주차 서비스 나왔다 (6) | 2024.12.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