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배추 한 포기 세상에 내놓기 위해 농부들은 이런 노력을 합니다

더 비비드 2024. 11. 25. 09:48
김장배추 출하 현장 르포

 

부안중앙농협 신정식 조합장이 배추 두 포기를 들고 활짝 웃고 있다. /더비비드

올가을은 유난히 더 짧게 느껴진다. 한여름 못지않은 폭염이 9월까지 이어지면서 가을의 시작이 한 달 가까이 늦어졌다. 이상 고온 현상은 농작물 피해도 야기했다. 여름 배추 수확량은 평년 대비 약 10% 감소했다. 이는 가격 상승으로 이어졌다. 한국소비자원 참가격을 기준으로 지난 9월 배추 가격은 한 포기에 9963원까지 오르기도 했다. 전년 동월 대비 60% 이상 높은 가격이다.

​가을배추 출하가 본격화하며 배추 가격은 차츰 안정세를 회복하고 있다. 11월에 접어들면서 3000원대까지 가격이 떨어졌다. 배추 가격 그래프가 출렁일 때마다 농민들의 마음도 롤러코스터를 탄 듯했다. 배추 주산지 중 한 곳인 전라북도 부안군의 부안중앙농협 신정식 조합장(60)을 만나 배추 가격 안정화를 위한 노력에 대해 들었다.

​◇해풍 맞고 자라 단단한 부안 배추

배추 주산지 중 한 곳인 전북 부안군의 한 배추밭을 찾았다. 가을 배추 수확 작업이 한창이었다. /더비비드

전북 부안은 서해와 인접한 지역이다. 해안가에서는 젓갈류를 생산하고 내륙부에서는 쌀·배추 등을 재배하고 있다. 특히 가을 절임 배추로 유명하다. 김장용 배추로 부안 배추를 많이 찾는다. 해풍을 맞고 자라 육질이 단단한 편이다. 배추 재배 면적은 약 1만5000평(약 5만㎡)으로 400t(톤) 가량을 생산한다.

​- 부안 배추 농사는 언제부터 시작인가요.

“여름부터죠. 8월 10일쯤 트레이에 씨를 하나씩 뿌리는 파종을 합니다. 25일간 모종을 키운 다음 9월 초에 정식(모종을 밭에 심는 일)을 하죠. 부안 배추는 주로 김장 배추로 쓰이는데요. 김장 배추는 ‘90일 배추’라고도 합니다. 파종을 기준으로 90일 뒤에 수확한다는 뜻이죠. 11월 초중순은 수확으로 바빠집니다.”

갓 수확한 배추의 잎을 먹어 보는 신 조합장. /더비비드

- 올해 농사는 어땠나요.

​“배추는 물 관리가 핵심인데요. 올해는 비가 와야 할 때는 안 오고, 오지 말아야 할 때는 너무 많이 왔습니다. 애써 배추를 심었는데 홍수로 떠내려가 버려서 같은 자리에 다시 심기도 하고, 폭염으로 배추가 힘을 잃어버리는 무름병이 돌기도 했습니다. 밤엔 농작물도 쉬어야 하는데 열대야가 계속되니 이 녀석들이 얼마나 힘들었겠어요. 농협에서도 배추를 살리기 위해서 스프링클러 설치, 비료 뿌리기 등 관리에 힘을 쏟았습니다.”

- 부안중앙농협은 언제부터 배추를 출하했나요.

​“부안중앙농협은 1971년에 설립됐습니다. 그 무렵 농민들은 개별적으로 배추를 재배하고 출하했죠. 농협을 통해 출하한 건 1995년부터입니다. 농협의 ‘노지채소 최소 수급 안정 사업’을 계기로 계약 재배가 도입됐죠. 현재 부안에서 재배되는 배추의 대부분이 우리 농협을 통해 전국 각지로 전달되고 있습니다.”

속이 90~95% 정도 차 있는 배추가 가장 맛이 좋다. /더비비드

- 배추를 계약 재배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계약 재배는 농가엔 소득을 보장하고 시장엔 안정적인 공급망을 만들기 위한 제도입니다. 배춧값이 지나치게 떨어지더라도 잉여 생산량을 폐기하는 등의 방법으로 가격을 안정화합니다. 반대로 가격이 폭등할 땐 계약 농가에 수익 상한선 제한이 있어요. 덕분에 농협은 시장에 배추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습니다.”

​◇밭에서 밥상까지, 배추의 여정

신 조합장이 수확 작업이 한창인 배추밭에서 배추의 상태를 확인하고 있다. /더비비드

부안군에서 재배하는 배추는 휘파람골드, 불암플러스 등 2가지 품종이 주를 이룬다. 뿌리혹병(잎이 시들고 뿌리가 변형되며 혹이 생기는 병) 등 병충해에 강하고 포기가 잘 차며 저장성이 우수한 품종이다. 절임 배추와 김장용으로 인기가 높다. 김장철을 앞둔 11월 부안 배추밭은 수확 작업이 한창이다.

​- 배추는 어떻게 수확하나요.

“균일한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 농협에서 공동작업반을 운영합니다. 10명의 반원이 수확 일정에 따라 밭을 옮겨 다니며 작업하고 있어요. 배추는 키에 따라 48㎝, 50㎝, 52㎝ 등으로 구분하는데요. 작업자가 다르면 크기가 들쭉날쭉하게 마련입니다. 공동작업반을 운영하면서부터 작업 효율이나 품질 관리가 용이해졌어요.”

수확 직후 초록색 망에 담아 차곡차곡 쌓인 배추들. 배추를 실은 트럭은 농협안성농식품물류센터로 향한다. /더비비드

- 수확한 배추의 행보가 궁금합니다.

“수확 직후 배추는 초록색 망에 세 포기씩 담습니다. 차곡차곡 쌓아 바로 5톤 트럭에 실어요. 트럭 한 대에 천 망 정도 실립니다. 약 3000포기에 달하는 양이죠. 배추를 가득 실은 트럭은 곧장 국내 최대 농산물유통센터인 농협안성농식품물류센터로 향합니다. 그곳에서부터 다시 분류돼 수도권을 비롯한 각 지역의 마트로 나눠지죠. 부안 배추의 60~70%가 안성물류센터로 출하되고 나머지는 지역의 절임 배추 가공 공장 등으로 나갑니다.”

- 수확을 마무리하며 벌써 내년을 준비한다고요.

​“배추 농가에 힘을 보태기 위해 내년엔 모종 공급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농협에서 관리하는 공동 육묘장에서 직접 육묘한 다음, 조합원에게 모종 한 판씩 무상으로 공급할 예정이에요. 한 판에 모종 104~105개 남짓으로 많은 양은 아닙니다. 배추 재배를 망설이는 농민에게 결심할 수 있는 힘을 조금이나마 주고 싶은 마음이죠.”

◇유네스코가 인정한 김장 문화

신 조합장이 배추 한 망을 번쩍 들어보이고 있다. /더비비드

겨울을 앞두고 집마다 김장이 한창이다. 김장은 곧 월동 준비를 마친다는 의미다. 채소가 나지 않는 겨울 동안 먹을거리를 비축하기 위해 미리 김치를 담가두는 것이다. 농촌에서는 김장이 끝나야 ‘올해 해야 할 일을 다 했다’고 여기기도 한다.

김장은 2013년 유네스코 인류 무형유산에 이름을 올렸다. 가족이나 이웃이 함께 모여 김장하고, 김치를 나누는 문화가 보존할 가치가 있는 유산으로 인정받은 것이다. 김장철마다 지방자치단체·봉사단체·기업 등에서 대규모 김장 행사를 하고 그 김치를 나누는 풍습도 있다. 농협에서는 ‘김장 김치 1만 포기 나눔 기부’ 행사를 하거나 소비자 물가 안정을 위해 주요 김장 채소 할인 판매 행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영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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