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얘깃거리 드림

축의금도 키오스크로 내라니, 우리 엄마 아빠는 어떡하라고

더 비비드 2024. 9. 9. 11:18
디지털 시대, 소외된 노인

결혼식장에 축의금 키오스크가 등장했다. ./게티
 
결혼식장에서 축의금을 받고 식권과 주차권을 자동 발급하는 ‘축의금 키오스크’가 등장했다. 일각에서는 ‘편리한 수단’이라고 환호했지만 기기 조작에 서툰 노인들에겐 ‘또 하나의 장벽’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최근 각종 온라인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결혼식장 축의금 근황’이라는 글이 확산했다.
 
해당 글에는 한 결혼식장에 설치된 축의금 키오스크와 이를 이용하는 하객, 키오스크 사용법을 안내하는 직원 등의 모습이 담겼다. 축의금 키오스크는 신랑·신부를 선택하고 축의금을 넣으면 식권이나 주차권이 발급되는 방식이다.
 
축의금 키오스크에 대한 사람들의 의견은 엇갈리고 있다. 주로 젊은 층은 “편리하고 가족이나 친지에게 부탁할 필요가 없어 좋다”, “돈을 잃어버릴 걱정도 없다”며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반면 “결혼으로 요금 징수하냐”, “축하받는 마음도 귀찮아서 기계로 대체하냐”, “이런 (디지털) 발전은 반대다” 등의 비판적 반응도 이어졌다.
 
디지털 기술이 발전할수록 디지털 격차가 커지고 있다. /게티

 

키오스크나 온라인 예매 같은 무인·예약 서비스가 논란이 된 건 처음이 아니다. 특히 디지털 기기 사용에 어려움을 겪는 노년층에선 이를 이용하지 못해 구매 기회를 잃거나 서비스 혜택을 받지 못하는 ‘디지털 소외’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작년 11월 한 온라인커뮤니티에 1시간 동안 택시를 잡지 못해 길에서 오열한 할머니의 사연이 올라와 주목을 받았다.

게시글에 따르면 작성자는 지방에 다녀오면서 택시를 탔다. 택시 기사는 “카카오(택시)를 부르지 않으셨네요”라고 물으며 한 할머니의 사연을 전했다.

기사는 “삼성병원 앞에서 어떤 아가씨가 엉엉 우는 할머니를 택시에 태워줬다”며 “아가씨가 할머니에게 울었던 이유를 물어보니 1시간 동안 땡볕에서 택시를 못 잡았다”고 했다.

기사는 이어 “택시가 많은데도 할머니가 타려고 하면 모두 예약된 택시라며 지나갔다”며 “할머니 이야기를 듣고 병원, 기차역, 터미널 등 사람 많은 곳에서 카카오택시 호출을 켜지 않는다"고 말했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으로 택시를 예약해 이용하는 사용자가 많아지면서, 앱 사용에 서툰 노년층은 택시 이용에 불편함을 겪고 있다.

한국사회 디지털 양극화는 OECD 내 1위를 기록했다. /게티
 
온라인 예매 서비스가 익숙하지 않아 소외된 노인의 사연은 또 있다. LG트윈스의 전신인 MBC청룡 시절부터 팀을 응원했던 한 할아버지는 지난해 29년 만에 우승을 목전에 두자 경기를 관람하기 위해 새벽부터 경기장을 찾았지만 티켓을 예매할 수 없었다.
 
해당 한국시리즈 경기는 온라인에서 사전 예매를 받았다. 취소표에 한해 현장 구매가 가능했지만, 이날 경기는 만석이었기에 현장에서 표를 구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오래전부터 야구를 사랑해 온 이들이 온라인 예매 등의 어려움으로 소외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많은 이들은 “우리 부모님도 저럴 수 있다”, “내 미래일 수도 있는 거다”라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지난해 발표된 방송통신위원회의 ‘2023 방송매체 이용행태조사’ 결과를 보면, 60대의 스마트폰 이용률은 96.2%, 70세 이상은 66.5%를 기록했다. 스마트폰 이용이 고연령대로 확대되는 양상이지만, 이 지표가 디지털 기기 사용에 어려움이 없다는 의미는 아니다.
 
2022년 한국경제연구원 조사에 의하면 한국사회 디지털 양극화는 OECD 내 1위를 기록했다. 16~24세 디지털 고숙련군 연령 비중은 63.4%로 가장 높지만, 55~65세 숙련군 비중은 겨우 3.9%로 세대 간 디지털 숙련도 격차가 가장 큰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노년층의 높은 디지털 기기 사용률과는 반대로 이용하는 데 어려움이 크다는 의미다.
 
/주서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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