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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니얼 경제

아파트인 줄 알고 샀는데 살면 벌금 내라던 오피스텔의 근황

 
올해 말부터 주거용 생활숙박시설(생숙)에 대해 이행 강제금 부과가 예고된 가운데, 계약자들과 갈등을 겪어온 서울 강서구 ‘롯데캐슬 르웨스트’가 서울시 심의 끝에 오피스텔로 용도를 변경할 수 있게 됐다. 서울 내 생숙 가운데 용도 변경 가능성이 열린 첫 사례로, 이행 강제금 부과를 앞둔 다른 생숙까지 확대될지 주목된다.
 

◇서울서 첫 생숙 용도 변경 허가 사례

마곡동 ‘롯데캐슬 르웨스트’ 공사 현장 /롯데건설
 
지난 21일 서울시가 도시·건축 공동위원회를 열고 ‘마곡 도시개발 사업 지구 단위 계획 변경안’을 수정 가결했다고 밝혔다. 강서구 마곡동 2만810㎡ 부지에 들어서는 롯데캐슬 르웨스트의 용도에 오피스텔을 포함하는 것이 골자다.
롯데캐슬 르웨스트는 876실 규모로 이달 말 준공 예정이다. 2021년 8월 분양 당시 전용면적 84㎡의 분양가가 최고 16억원대였고, 평균 경쟁률이 657대1에 달했다. 그러나 준공 후 주거용으로 사용할 경우 수천만원의 이행 강제금을 물게 될 처지에 놓이자 계약자 중 상당수가 사업자를 상대로 소송을 걸고, 분양 잔금을 내지 않고 있다.

이번에 서울시가 오피스텔로 용도 변경을 허가하면서 예정대로 입주가 진행될 전망이다. 잔금을 받지 못해 고민하던 시공사도 한숨 돌리게 됐다.
 

◇한때는 아파트 대체재로 각광 받았지만

2010년대 들어 본격적으로 공급된 생숙은 취사 가능한 숙박 시설이다. /게티이미지뱅크
 
2010년대 들어 본격적으로 공급된 생숙은 취사 가능한 숙박 시설이다. 외국인이나 장기 출장자를 대상으로 지어졌다. 꼭 숙박업으로 등록하지 않아도 전입신고가 가능했고, 건축법령에 특별한 규제도 없었다. 2020~2021년에는 아파트 대체재로 수요가 몰렸다. 청약 통장이 없어도 분양받을 수 있고, 주택 수에 포함되지 않아 양도세 중과나 종합부동산세 과세 대상에서 빠졌기 때문이다.
 
이에 정부는 지난 2021년 투기 수요를 막겠다며 건축법 시행령을 개정해 생숙의 숙박업 등록을 의무화했다. 또한 주거용으로 사용할 경우 이행 강제금(매년 공시가격의 10%)을 부과하기로 했다. 이미 분양됐거나 사용 중인 생숙까지 소급 적용하기로 해 소유주들이 거세게 들고 일어섰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작년 8월 기준 전국 생숙은 18만6000실이다. 숙박업 신고 의무를 명시한 2021년 12월 이전에 사용 승인을 받은 생숙은 9만6000실이다. 이 중 숙박업 신고를 하지 않은 4만9000실은 올해 말 이후 이행 강제금을 내야 한다.
 

◇오피스텔 용도 변경 가능성은 불투명

 
푸르지오 지팰리스. /대우건설
 
이행 강제금 부과 시점이 다가오자 전국 생숙 단지에서 계약 취소를 요구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현재 충남 천안과 경기 안산, 부산 남포동 등의 생숙 계약자들이 집단소송을 제기해 계약 취소와 손해배상을 요구하고 있다. 서울 중구에서 준공을 앞둔 세운 푸르지오 지팰리스도 일부 계약자와 법적 분쟁을 겪고 있다.
 
반면 사업자들은 주택이 아닌 상품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렸지만 계약자들이 분양 대금을 제대로 내지 않아 PF(프로젝트 파이낸싱) 대출 상환 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입장이다. 정부 역시 용도 변경을 다 들어주면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국적으로 주거용 오피스텔로 용도 변경을 추진하는 생숙 단지가 많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보인다. 분양 받은 사람 전원의 동의를 받아야 하고, 건물 구조도 대거 변경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용도 변경에 성공한 사례는 르웨스트를 제외하고 경기 안양과 부산 해운대구에 있는 생숙 1200여 실에 불과하다.
 
/진은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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