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와 공급 과잉, 내수 경기 침체, 이커머스 시장 활성화 등의 요인으로 상가 시장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 빚을 갚지 못해 경매에 넘겨진 상가 매물수가 11년 6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낙찰 수요는 저조해 매물 적체 현상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지방 혁신도시는 인구 대비 상가가 과도하게 공급돼 공실률이 40% 안팎을 기록하는 등 상황이 악화하고 있다.
◇상가 경매 11년 6개월 만에 최다
26일 경·공매 데이터 전문 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 7월 전국 법원에서 진행된 상가 경매 건수는 총 2294건으로 2083건이었던 전월대비 10.1% 증가했다. 작년 같은 달(1059건)과 비교하면 두 배 이상 급증했다. 2512건이었던 2013년 1월 이후 가장 많은 수치다.
저금리로 부동산 경기가 좋았던 2022년까지만 해도 월별 상가 경매 진행 건수는 1000건이 채 안됐다. 그러나 작년 초부터 매물이 늘더니 지난 6월 2000건을 넘기며 2년째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경매 시장에 신규로 나오는 매물은 늘고 있지만, 상가를 낙찰 받으려는 수요는 줄어 매물이 계속 쌓이는 것이다. 지난달 전국 상가 낙찰률은 20.0%로 경매에 나오는 물건 10건 중 8건이 주인을 찾지 못했다. 수차례 유찰되면서 감정가 대비 낙찰가율도 낮다.
서울 상가 경매 시장도 침체기다. 지난달 서울에서 진행된 상가 경매는 총 286건으로 106건이었던 1년 전의 세 배 가까운 수준으로 늘었다. 서울 지역 상가 낙찰률은 22%, 낙찰가율은 77.1%였다. 지난달 서울 아파트 경매 낙찰가율이 93.7%에 이른 것과는 대조적이다.
◇점포 10곳 중 4곳은 비었다는 유령도시
수요보다 공급이 과잉된 지방 혁신도시 상가 시장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15일 부동산 경매 정보 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경매에 나온 지방 8개 자치도 내 상가는 작년 상반기(3281건)보다 49.6% 증가한 4910건으로 집계됐다. 부동산 경기가 좋았던 2022년 상반기(1908건)와 비교하면 157% 급증한 것이다. 상반기 지방 상가 낙찰률은 평균 15.2%에 불과했다. 경매 시장에 나온 물건 10개 중 1개 정도만 팔렸다는 뜻이다.
해당 지역의 공실률도 전국 최고 수준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김천혁신도시 집합상가(여러 사람이 구분 소유하는 점포가 모인 상가) 공실률은 42.5%를 기록했다. 전국 평균인 10.2%의 4배 수준이다. 상가 점포 10곳 중 4곳은 비어 있다는 뜻이다.
나주혁신도시(38.7%), 대구혁신도시(37.9%), 전북혁신도시(28.6%), 충북혁신도시(22.9%) 등도 공실률이 20%를 훌쩍 넘는다. 정주 인구가 많지 않은데다 주말에는 대부분 근처 대도시로 빠져나가버리니 공실이 쏟아지는 것이다.
상가는 불과 몇 년 전만해도 안정적인 월수입을 얻을 수 있는 노후 재테크 수단이었다. 그러나 코로나 팬데믹 이후 배달과 전자 상거래 비중이 커지면서 상가를 찾는 소비자가 줄었고, 2022년 하반기부터 금리가 오르면서 직격탄을 맞았다.부동산 관계자들은 “이커머스 활성화로 예전보다 오프라인 상가를 찾는 수요가 줄어들었고, 금리가 높고 부동산 경기가 침체하면서 투자 상품으로 인기가 없어 경매에서도 외면 받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방 상가 공실 문제는 쉽게 해소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고금리·고물가 영향으로 전국 15개 시도에서 지난 2분기 소비가 감소하는 등 내수 부진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 관계자는 “지난 5월 개인사업자 연체율이 9년 6개월 만의 최대치로 기록하며 대출금을 갚지 못하는 비율이 늘어나고 있다”며 “경매로 넘어오기까지 6~8개월 소요되는 점을 고려하면 올해 하반기 이자를 견디지 못해 시장에 나온 경매 물건은 더 많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진은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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