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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한국이 유독 심한 골목길 일렬 주차, 관리원 없이 단박에 해결

동성아이텍 이용석 대표

 

기업가 정신으로 무장한 사람들이 창업에 뛰어들며 한국 경제에 새 바람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그들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동성아이텍 이용석 대표는 주차장을 관리하는 플랫폼 ‘탄력주차’를 개발했다. /더비비드

“우리 아파트가 공영주차장인가요?”

오래된 주택이나 아파트는 날마다 주차난을 겪는다. 주민 차량만으로 이미 주차 공간이 부족한데, 집 주변에 상가나 주요 상권이 있다면 외부 차량까지 들어와 그야말로 ‘주차 전쟁’이 벌어진다.

동성아이텍은 카메라나 관리원 없이 도시의 주차난 해결에 도전한 기업이다. 동성아이텍 이용석 대표(49)를 만나 주차 걱정 없는 도시를 만드는 법에 대해서 들었다.

◇관제탑 설계자가 주차난 해결에 뛰어든 이유

탄력주차는 위성 기반 보정 시스템(SBAS)을 기반으로 한다. /이용석 대표 제공

동성아이텍은 주차장을 생성하고 관리하는 플랫폼 ‘탄력주차’를 개발했다. 탄력주차는 주차장의 위도와 경도를 측정하는 위성 기반 보정 시스템(SBAS)을 활용해 관리원 없이 실시간으로 공영주차장을 관리하는 서비스다. 주차 바닥 면에 사물인터넷(IoT) 센서나 카메라를 설치할 필요가 없어 유지 보수 비용을 줄일 수 있다. 또한 주차난을 해결하기 위해 낮에 비어있는 거주자우선주차장 등을 일반 주차 공간으로 활용한다.

이 대표는 가천대에서 기계공학과 교통학을 전공했다. 첫 직장에선 로봇 설계 엔지니어로 일하며 로봇 구조 설계부터 제작까지 도맡았다. “상상을 현실로 만드는 데 재미를 느꼈나 봐요. 약 3년간의 회사 생활을 마치고 30대 중반에 첫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2006년 통합 상황실이나 관제실을 구축하는 기업 동성이엔지앤디자인을 설립했습니다. 로봇을 넘어 공간을 구축하고 싶었거든요. 다양한 관공서와 거래하며 공공기관의 생리를 자연스럽게 알게 됐어요.”

당시 인천국제공항의 주차 시스템 설계 용역 사업에 참여했다. 이때 우리나라의 주차난 문제가 심각한 데 비해 마땅한 해결책이 없다는 걸 알게 됐다. “인천공항에 노상 공영주차장이 많은데 입·출차 관리가 전혀 되지 않고 있었어요. 이용자가 알아서 빈자리를 찾아가는 형태였죠. 휴가철에 공항 이용객이 많아지면 문제는 더 심각해졌습니다. 인천공항만이 문제는 아니었어요. 한국의 주차난은 매우 심각합니다. 국토교통부가 공개한 자료를 보면 2024년 6월 기준 자동차 누적등록대수는 약 2600만대입니다. 우리나라 인구가 약 5200만명이니 인구 2명당 1대의 자동차를 보유했다는 뜻이죠. 그러나 주차장을 짓는 속도는 차량이 늘어나는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습니다. 전국적으로 주차난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죠.”

주차난은 주차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으로 발생한다. /더비비드

주차난으로 가장 고통받는 곳은 구축 아파트다. 1기 신도시의 경우 30여년 전 자동차 보급 상황에 맞춰 아파트를 짓다 보니 일부 단지는 가구당 주차 대수가 0.5대도 안 된다. “주차난은 주차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으로 발생합니다. 한국의 주차 정책은 건물 지하 등 부설 주차장 위주로 운영됩니다. 한 도시의 주차 구역이 100개라면 약 95개가 건물 내 주차장입니다. 문제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생활상권이 빠른 주기로 바뀌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건물에 교회나 헬스장 등 새로운 시설이 들어와 유동 인구가 늘고, 주차장 수요까지 증가하면 운전자는 건물 밖의 주차장을 이용해야 합니다. 그러나 운전자는 노상 공영주차장의 위치나 주차할 수 있는 주차면의 개수를 실시간으로 파악하기 어려워요. 결국 이는 불법주정차 문제로 이어져 거리를 더 복잡하게 만듭니다.”

지자체가 불법주정차를 단속하지만, 사실 이는 대증요법에 가깝다. 불법주정차 문제는 주차 시장의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에서 발생한 측면이 크기 때문이다. “지자체가 불법주정차를 단속하면 ‘주차 공간이 부족한데 단속만 한다’는 역 민원이 들어옵니다. 지자체는 민원을 피하고자 불법주정차 문제를 묵인하고요. 그렇게 악순환이 계속되는 거예요. 주차면의 수요와 공급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면 주차난과 불법주정차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거라 확신했어요.”

/더비비드

이웃 간의 물리적인 폭력 등 주차난으로 각종 사회 문제가 발생하자, 지자체가 나름의 대책을 세우고 나섰지만 이마저 한계점이 분명했다. “서울시 25개 구를 포함해 각 지자체에서 ‘거주자우선주차’제도를 시행 중입니다. 해당 거주자 또는 근무자에게 이용 권리를 주되, 사용하지 않는 시간에는 주차면을 다른 이들에게 공급하는 제도인데요. 취지는 좋지만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지자체마다 다른 애플리케이션(앱)을 사용해야 하는 탓에, 활용도가 떨어지는 게 원인이었죠. 강릉에서는 강릉의 주차 앱을 받아야 하고, 속초에서는 속초의 앱을 다운받아야 하는 식이거든요. 이용률이 저조할 수밖에 없는 구조죠. 다른 관점에서의 접근법이 필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주차 관리원 없는 스마트한 주차장의 탄생

2017년 동성아이텍을 설립했다. /더비비드

2년 간의 시장 조사를 마치고 2017년 동성아이텍을 창업했다. “일반적인 주차 시스템은 차단기 등을 이용해 차량의 입·출차를 단속하는 수준입니다. 운전자 입장을 생각하기보다는 주차장 관리를 간편하게 하기 위한 시스템인 것이죠. 운전자의 편의에 초점 맞춘 주차 보조 서비스가 절실했습니다.”

실시간으로 이용 가능한 주차장을 찾아주는 ‘탄력주차’ 개발에 착수했다. 탄력주차는 위도와 경도 같은 모든 주차면의 위치 정보를 디지털로 바꿔 주차 정보를 제공하는 서비스다. “주차 정보를 디지털화하는 것이 관건이었습니다. 현장에서 위치 측정 장비로 주차면을 측위합니다. 다음은 그 정보를 디지털로 변경하는데요. 디지털화한 공간에 입·출차 결제에 필요한 정책을 넣습니다. 물리적인 공간 위에 주차장의 위치나 시간당 요금, 운영 여부 같은 데이터를 입혔다고 생각하면 돼요. 주차 현황을 실시간으로 수집하기 때문에 주차 공간을 탄력적으로 관리할 수 있습니다.”

탄력주차는 앱을 다운받지 않고 다양한 지도 서비스에 연동해서 바로 사용할 수 있다. /이용석 대표 제공

기존의 주차 관리 플랫폼이나 서비스는 카메라나 센서 같은 사물 인터넷(IoT)기기를 매립하거나 통신선 등 데이터 전송용 시설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진입 장벽이 높은 편이다. 이런 시설물을 과감히 없애기로 했다. “기기는 잔고장이 잦은 데다 유지, 보수에 많은 공이 들어갑니다. 번거로운 데다 추가 비용이 발생하는 구조죠. 탄력주차는 주차 공간을 데이터화 하기만 하면 기기 없이 사용할 수 있습니다. 주차장 관리자를 고용하거나 카메라를 설치할 필요가 없어 운영비를 절감할 수 있죠.”

클라우드 기반의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탄력주차’를 개발했다. “노상 공영주차장, 거주지우선주차장 등을 운영하는 지자체가 탄력주차를 도입해서 주차장 정보를 디지털화하면 해당 주차장을 이용하는 운전자는 손쉽게 주차 정보를 확인할 수 있어요. 특정 앱을 다운받을 필요 없이 다양한 지도 서비스에 연동해서 바로 사용할 수 있어요. 주차장에 도착해서 카카오나 티맵 등에서 손쉽게 빈자릴 확인하고 이용 후에 정산까지 할 수 있습니다. 지역별로 새로운 주차장 앱을 설치해야 했던 불편함을 보완한 거죠.”

간헐적으로 부정 주차 차량을 단속할 구상이다. “한 시간이나 두 시간에 한 번씩 단속할 예정이에요. KTX를 탈 때 입장권 검사를 하지 않잖아요. 구매한 자리에 앉아 있으면 승무원이 간헐적인 조회로 부정 승차를 확인하죠. 탄력주차도 같은 방식입니다. 이 방법으로 불법주정차를 뿌리까지 뽑을 순 없어요. 시민 의식의 개선도 뒤따라야 하죠. 하지만 현재의 주차난을 해결하는 효율적인 방안이라고 생각합니다.”

◇구도시 된 1기 신도시부터 관광지까지 주차난 해결을 목표로

7월 열린 은행권청년창업재단(디캠프)의 창업경진대회에서 전주시장상을 받았다. /이용석 대표 제공

2024년 하반기에 의정부시와 강남구, 성남시에서 시범 사업을 실시한다. “다양한 지자체와 시범 운영 도입을 논의 중입니다. 구도시와 신도시가 섞여 있는 성남에서 시범 운영을 하면, 주차 수요 예측과 같은 다양한 데이터를 모을 수 있을 거라 기대합니다.”

서비스의 사회적 필요성을 인정받았다. 지난 7월 진행된 은행권청년창업재단(디캠프)의 창업경진대회 ‘디데이’에서 전주시장상을 받았다. “전주시에서 시범 사업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어요. 전주 한옥 마을은 주말에 약 1500대의 차량이 모이는 대표적인 관광지입니다. 공간적 재원을 탄력적으로 공급해 관광객과 시민의 편리한 주차를 돕고 싶어요.”

한국의 주차난 해결에 기여하는 게 꿈이다. /더비비드

탄력적인 주차 공간 제공을 넘어 주차 수요 예측까지 서비스 용역을 넓힐 예정이다. “인공지능을 활용하면 사용자의 수요를 미리 알 수 있어요. 한 차량이 출차 후에 움직인 거리를 계산해 돌아오는 데까지 얼마나 걸릴지 계산하는 거죠. 주차장이 빈 시간도 예상할 수 있으니까 주차 공간을 최대로 활용할 수 있을 거예요.”

양방향 소통을 하는 주차 서비스도 구상 중이다. “불법주정차가 많은 동네의 시민이 저희에게 ‘우리 동네에 공영주차장을 만들어 달라’ 요청하면 이를 모아 지자체에 공식적으로 민원을 넣을 거예요. 그렇게 새로운 주차 공간이 만들어진다면, 이용자는 편하고, 지자체는 주차난을 해결하고, 저희는 사업 무대를 확장할 수 있죠. 모두에게 좋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의 주차난 문제 해결에 기여하는 게 꿈이다. “단순히 주차 기술을 팔기 위한 마음에서 시작한 일이 아닙니다. 지금까지는 시민들끼리 참고 이해하며 주차난을 견뎌왔잖아요. 다양한 연구로 주차 제도의 문제나 지자체의 관리 방식 등을 알게 됐으니, 탄력주차 기술로 문제를 하나씩 해결하고 싶어요. 제도와 기술이 받침 된다면 현재 겪는 주차난의 많은 부분을 해결할 수 있다고 자신합니다.”

/진은혜 에디터, 주서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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