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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니얼 경제

'목숨 걸고 일하라' 버렸더니 고용률 90%, 일본의 기적

재테크 명강

한국과 일본의 연령대별 취업률을 비교해보면, 70대를 제외한 전(全) 연령대에서 일본의 고용률이 한국보다 높게 나타난다. 우리나라는 노후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노인들의 생계형 근로가 많은 탓에 70대 고용률에선 일본을 앞서지만, 나머지 연령에선 일본의 고용이 훨씬 좋은 것이다. 일본 20대 후반 남성의 고용률은 90%(한국은 70.5%), 40대 초반 여성 고용률은 80.5%나 된다. 그 비결은 무엇일까.

오늘 ‘재테크 명강'은 박상준 일본 와세다대 교수에게 일본의 높은 고용률이 어떻게 가능해졌는지, 그 결과 일본 사회가 얼마나 안정됐는지에 대해 물었다. 박 교수는 서울대 경제학과, 미국 위스콘신대 박사 출신으로 1999년부터 일본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일본 국제대학 부교수를 거쳐 현재는 와세다대학 국제학술원 교수다.

일본 노동시장의 특징 중 하나. 일본 20대 후반 남성의 고용률은 90%(한국은 70.5%), 40대 초반 여성 고용률은 80.5%나 된다. /재테크명강 캡처
박 교수는 저성장 선진국인 일본이 과거보다 훨씬 가난해졌는데도 불구하고 사회적으로는 평온해진 배경이 바로 이 높은 고용률에 있다고 보고 있다. 그는 “일본 경기가 어려웠던 1997~2003년, 2009~2011년 대대적인 정리해고가 이뤄지면서 실업 청년들이 쏟아졌다”라며 “한번 히키코모리(은둔 청년)가 되면 나이가 들어서도 사회에 적응을 하지 못하게 되다 보니 계속해서 일본 사회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이런 경험을 통해 일본은 고용의 중요성을 절감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그 결과 기업들은 고용을 늘렸다. 2013~2023년 일본 인구 90만명이 감소할 때 정규직 일자리는 300만개, 비정규직 일자리는 200만개가 늘었다. 기업 영업이익이 늘어 일자리를 늘릴 여유가 생긴 것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기업문화가 바뀌었다. 과거처럼 ‘목숨 걸고 일한다’는 뜻의 ‘잇쇼켄메이(一生懸命)’ 정신을 강요하기보다는 노동시간과 강도를 낮췄다. 불과 10년 전까지만 해도 일본은 OECD 평균보다 노동시간이 긴 나라였지만, 지금은 훨씬 낮아졌다. 이런 식으로 일자리를 나눴다. 그 결과 경력단절로 전업주부가 된 여성들이 취업시장에 다시 돌아올 수 있게 됐다.
 
박상준 일본 와세다대 교수가 '재테크 명강'에서 일본 경제 현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재테크명강 캡처
동시에 취업자들은 낮은 임금을 감수했다. 연봉 인상보다 고용 안정을 택한 것이다. 일본 역사상 임금이 가장 높았던 때는 1997년으로, 현재 일본 청년들은 자기 부모가 받았던 초임 연봉 보다 적은 임금을 받고 있다. 그는 “한국에선 상상할 수 없는 일일 것”이라며 “그러나 일본 청년들은 고용을 선택했고, 그 결과 한국 청년들과 같은 취업 준비 스트레스에 시달리지 않고 평온하게 지내고 있다”고 말했다.
 

/김은정 객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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