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 공사비 상승 여파로 치솟는 분양 가격
서울 아파트값이 크게 오르면서 2020~2021년 미친 집값 상승기가 돌아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최근 아파트 매매 가격 상승률은 2021년 수준으로 치솟고, ‘국민 평형’으로 불리는 전용면적 84㎡ 분양가가 12억원대에 들어선 곳이 연이어 나타나고 있다.
21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마포 자이힐스테이트 라첼스(공덕1구역 재건축)'는 3.3㎡(평)당 일반 분양가가 5150만원으로 결정됐다. 강북에서 평당 분양가가 5000만원을 넘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민평형으로 불리는 전용 84㎡ 기준 최고 분양가는 17억4500만원에 달한다. 전용 59㎡ 분양가도 12억~13억원대다.
더샵 둔촌포레는 지난 22일 무순위 청약(전용 84㎡, 14가구)에 총 2만1429명이 접수해 평균 경쟁률이 1531대 1이었다. 더샵 둔촌포레 전용면적 84㎡ 분양가는 12억9000만원~13억6000만원대다. 미계약 물량이 나온 건 이 단지가 사실상 올해 말 입주하는 후분양 단지로 잔금일까지 자금 조달 부담이 컸기 때문이다. 분양가 상한제 단지 중 최고가인 서초구 ‘래미안 원펜타스’는 3.3㎡당 분양가가 6737만원이다.
주택 수요자가 많은 서울에는 막상 신규 택지가 없어서 재개발·재건축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건설 자재값과 인건비가 급등했고, 건설 경기 침체까지 겹쳐 재건축·재개발도 차질을 빚고 있다. 사업이 늦어질수록 비용은 불어나고, 공사비 급등으로 악화한 수익을 보전하기 위해 분양가를 올리는 양상이다.
'마포 자이힐스테이트 라첼스'는 약 6개월 만에 분양가가 17% 올랐다. 작년만 해도 공덕1구역의 예상 분양가는 3.3㎡당 4200만원 정도였다. 그러나 조합 내분에다 시공사와 공사비 협상 때문에 일반분양이 계속 미뤄졌다. 2017년 시공 계약 당시 3.3㎡당 448만원이었던 공사비는 지난해 630만원으로 합의했다가 올해 초 최종 686만원으로 확정됐다. 공사비가 오른 탓에 3.3㎡당 분양가도 1000만원 가까이 뛴 것이다.
‘방화5구역’은 2019년 추정된 전용 84㎡ 기준 조합원 분양가가 5억6000만원 안팎이었다. 하지만 최근 관리처분계획 수립 총회 당시 발표한 조합원 분양가는 9억5000만원~10억원 수준이다. ‘불광5구역 재개발’ 조합도 최근 조합원 총회에서 일반 분양가를 3.3㎡당 3770만원으로 추산했다. 이는 2022년 말 추정 분양가에서 58.4% 뛰었다.
분양가가 치솟으면서 내집 마련을 꿈꾸는 무주택 서민이 청약에 도전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주택 공급 부족이 예견돼있어 아파트 가격은 당분간 계속해서 들썩일 전망이기 때문이다. 주택산업연구원은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연 ‘주택시장 전망 및 주택공급 활성화 방안’ 세미나에서 “2020∼2024년 5년간 주택 수요량에 비해 공급 부족량이 86만가구가량 누적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연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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