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초호화 오피스텔 경매 속출
서울 주요 지역의 하이엔드(초호화) 주거 시설이 오랫동안 미분양을 못 버티다 통째로 공매로 출회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하이엔드 주거 시설은 통상 3.3㎡당 분양가 1억원 안팎의 오피스텔이나 도시형 생활주택으로 고급 인테리어와 호텔식 서비스를 접목한 게 특징이다. 아파트와 달리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지 않아 분양가를 높게 책정할 수 있다. 이에 고수익을 노린 일부 시행사가 대출로 도심 알짜 부지를 사들여 개발에 뛰어들었다.
한국자산관리공사의 공매시스템 온비드에 따르면, 20일 서울 지하철 강남역에서 300m쯤 떨어진 강남구 역삼동 2041㎡(약 617평) 부지가 1550억원에 낙찰됐다. 이번이 5회차 공매 입찰 결과다. 부지는 공매 공고가 나간 후 공매 직전에 취소되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다. 앞서 4차례 유찰 끝에 최초 감정가(약 2307억원)의 67% 가격으로 겨우 팔린 것이다.
이 부지는 2호선·신분당선 강남역 인근 알짜 부지로 손꼽히는 곳이라, 최근 호황기에는 2년 만에 거의 2배나 올랐다. 앞서 이 부지 소유자였던 SK디앤디는 지난 2019년 11월 임대주택을 개발하기 위해 592억원에 사들인 이 부지를 2021년 부동산 개발업체 A에 1200억원에 매각했다.
A사는 최고급 오피스텔을 지어 수익을 낼 계획이었다. 그러나 부동산 경기 침체로 고가 오피스텔 수요가 급감하고, PF(프로젝트 파이낸싱) 위기로 자금 시장까지 경색되면서 첫 삽도 뜨지 못했다. 결국 1620억원 규모의 브리지론 만기 연장에 실패해 지난달 공매에 나왔다.
서울 강남구 개포동에 들어선 도시형생활주택 ‘대치푸르지오발라드’는 이달 초 여덟 번째 공매에서도 주인을 찾지 못했다. 작년 11월 분양 때 이미 고분양가 논란을 겪었다. 소형 위주의 도시형 생활주택임에도 분양가가 3.3㎡당 최고 7900만원이었기 때문이다. 아파트 역대 최고 분양가인 서초구 ‘메이플 자이’(3.3㎡당 6705만원)보다 비싸다 보니 찾는 사람이 없었다.
1월 준공했으나 전체 78가구 중 75가구는 아직까지도 주인을 찾지 못했다. 남은 75가구의 최저 입찰가는 971억원으로 지난달 19일 첫 공매(1869억원) 때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부동산 시장이 호황일 땐 비싼 부지를 매입해 분양가격을 높게 책정한다. 그런데 금리와 건설비가 급격히 오르면서 높은 분양대금을 부담할 투자자가 사라졌다. 사업성이 떨어지다 보니 수요 역시 급격히 꺼진 것이다.
하이엔드 오피스텔 침체는 봄 이사철을 지나며 수요가 회복된 아파트 시장과는 다른 모양새다. 한국부동산원 집계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 가격은 지난 4월 0.13% 오르며 작년 11월부터 이어진 가격 조정을 마치고 상승세로 돌아섰다. 서울 전체 아파트의 매매가도 전고점의 95%까지 도달했다.
당분간 수익성이 떨어지는 사업장은 경·공매 시장으로 대거 쏟아질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의 PF(프로젝트 파이낸싱) 사업장 평가에 따라 채권 회수가 불투명한 사업장의 경우 경·공매를 통해 정리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다.
/이연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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