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곳 넘치고 연체율 급증, 지식산업센터 뇌관 터지나
최근 찾아간 경기 광명시의 한 지식산업센터. 연면적 8만1000평을 넘는 광명 최대 규모 지식산업센터로 오피스와 상업시설을 합해 1500여개 실이 있는데, 이중 절반 이상이 공실이다. 건물 곳곳에는 ‘임대 문의’라는 현수막이나 전단을 쉽게 볼 수 있다. 연면적 약 5만9000평에 달하는 경기 덕양구의 한 지식산업센터 역시 사무실 930곳 입주율이 절반에 불과하다.
아파트 규제를 피하는 대체 투자처로 각광받았던 지식산업센터가 공실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경기침체와 고금리로 대출 이자를 내기 빠듯해 매물이 쏟아지고 있어서다. 지식산업센터가 가계와 건설업계 부실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아파트형 공장’으로 불리는 지식산업센터는 지식산업, IT업, 제조업 등에 관련된 기업이나 지원시설이 입주할 수 있는 3층 이상의 집합 건축물을 말한다. 일반 공장과 달리 수도권 공장총량제의 적용을 받지 않고, 주택 수에 포함되지 않는데다, 분양 또는 매입 가격의 약 80%까지 대출이 가능해 부동산 가격 상승기였던 3~4년 전 집중 분양됐다.
한국산업단지공단 팩토리온에 따르면, 전국 지식산업센터의 승인·등록 건수는 2020년 4월 1167곳(건축 예정 포함)에서 올해 4월 말 1539곳으로 32%쯤 늘었다. 지식산업센터의 정부 인허가 건수도 2010~2017년 연평균 56건에서 2018~2023년 연평균 108건으로 급증했다.
하지만 경기침체와 금리 인상 등으로 인기가 금세 식었다. 수요예측 실패는 공실률을 더욱 키웠다. 초역세권조차 공실을 면하지 못하고 있다. 서울 지하철 1·7호선 가산디지털단지역에 즐비한 지식산업센터에 들어가보면 텅 빈 사무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지식산업센터 담보 대출의 연체율도 함께 오르고 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은행에 따르면 지난 2020년 말 평균 0.09%에 머물던 지식산업센터 담보 대출 연체율은 지난해 말 0.20%로 배 이상 올랐다. 27일 국민의힘 강민국 의원실이 시중은행과 지방은행 등 16개 은행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식산업센터 담보 대출 잔액은 지난해 35조7000억원으로 2020년(17조8000억원)보다 배 이상 증가했다.
관리비나 대출이자 등 운영 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경매로 나온 지식산업센터도 크게 늘고 있다. 데이터 전문 기업 지지옥션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법원 경매에 나온 전국 지식산업센터 매물은 총 353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75건과 비교해 102% 급증했다. 매매 시장에서도 저가 매각이 줄 잇는다.
이런 상황에도 지식산업센터 공급은 전국에서 이어지고 있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2024~2026년까지 준공이 예정된 지식산업센터의 추가 입주 물량만 83개동(494만3871㎡)에 달한다.
공실 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는 지식산업센터 입주 업종을 확대했다. 원래 제조업과 지식산업, IT 관련 업종으로 제한을 뒀으나, 이제는 도박업, 주택공급업 등을 제외한 대부분 업체로 넓혔다.
이에 따라 경기 고양시는 방송업과 법무·회계 서비스, 스마트팜 수직농장 등 17개 업종에 대해 지식산업센터 입주를 허용했다.
/이연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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