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엔-이란 충돌까지...
잡히지 않는 물가
도미노 가격 인상 우려가 현실화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작년 하반기부터 식품, 외식업체에 가격 인상 자제를 요청했지만 기업은 일제히 ‘더 이상 못 버틴다’고 토로하며 가격 인상을 예고 했다. 정부는 이달 초 "3월에 연간 물가의 정점을 찍고 하반기로 갈수록 빠르게 안정화 될 것"이라고 밝혔지만, 이스라엘-이란 충돌로 고환율, 고유가 현상이 이어지며 3월 물가 정점론은 이미 무색해졌다.
24일 편의점 업계에 따르면 CU, GS25, 세븐일레븐, 이마트24 등 주요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볼펜, 라이터, 생리대 등 생필품 10여 종의 가격이 5월 1일부터 일제히 오른다. 모나미153 볼펜 가격은 300원에서 400원으로, 스틱볼펜도 500원에서 600원으로 오른다. 스위트돌라이터는 800원에서 900원으로, 미니돌라이터는 600원에서 700원으로 인상된다. 엘지유니참의 중간 크기 생리대(4개)는 2400원에서 2600원으로 200원씩 비싸진다. 도루코 페이스면도기는 1900원에서 2100원으로, 페이스4면도기(3입)는 5200원에서 5700원으로 가격이 뛴다.
과자 등 식품 가격도 일제히 오른다. 롯데웰푸드는 당초 예정보다 한 달 늦추긴 했지만 오는 6월부터 가나초콜릿과 빼빼로 등 17종 제품 가격을 평균 12% 올리기로 했다. 초콜릿의 원료가 되는 코코아의 국제 시세가 역대 최고치를 경신한 탓이다. 이에 따라 다른 과자 업체들도 내부적으로 가격 인상 카드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가공란 가격도 뛴다. 계란 2개가 들어있는 ‘감동란’과 ‘죽염동 훈제란’은 각각 2200원에서 2400원으로 비싸진다. ‘햇닭알로 만든 녹차훈제란(3개)’은 2900원에서 3200원으로 상승한다.
조미김이 경우 광천김, 대천김 등 전문 제조 업체는 이미 10~20%씩 가격을 올렸고 CJ제일제당과 대상 등 대기업도 가격 인상을 검토 중이다. 주요 김밥 프랜차이즈들은 대표 김밥을 4500원으로 올린 상태다. 업계에선 김 수출이 급격히 증가해 물김과 마른김 가격이 고공행진하고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단 입장이다.
이밖에 고추장, 된장, 케첩 등 장류나 소스류 가격도 곧 인상될 가능성이 크다. 원당 국제가격 오름세 영향으로 국내 설탕 출고가가 크게 올랐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작년에 가격 인상을 계획했다가 정부 요청으로 철회를 했는데, ‘이젠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분위기다.
외식 물가도 심상치 않다. 대표 외식 메뉴인 치킨 가격은 이제 배달비를 포함해 3만원에 육박한다. 굽네치킨은 가맹점 수익 악화 개선을 이유로 치킨 9개 제품 가격을 모두 1900원씩 인상했다. 굽네치킨 대표 메뉴 고추바사삭은 1만 8000원에서 1만 9900원으로, 오리지널은 1만 6000원에서 1만 7900원으로 올랐다. 파파이스 역시 치킨을 포함한 매장 제품 판매 가격을 평균 4% 올렸다.
커피 가격도 출렁이고 있다. 세계 최대 커피 생산국인 브라질은 극심한 가뭄으로 커피 수확량이 감소하고 있고, 베트남과 인도네시아도 가뭄으로 커피 생산이 20%가량 감소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어서다. 저가 커피 프랜차이즈 더벤티는 음료 값을 최대 500원 인상했다. 카페라떼가 2700원에서 3000원으로 300원 올랐다. 또 다른 저가 커피 프랜차이즈 더리터도 지난 1월15일부로 카페라떼 등 음료 가격을 100~800원 올렸다.
정부는 다시 한번 기업에 ‘인상 자제’를 요청하고 있다. 강경성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은 25일 롯데마트맥스 영등포점을 찾아 대형마트와 편의점 관계자들에게 장바구니 물가 안정을 위한 협조를 당부했다. 이마트 같은 유통업체가 상품을 기획하고 제조업체에 생산만 맡기는 자체브랜드(PB) 상품 확대도 주문했다. 대체상품을 발굴해 인상 폭을 최소화해달라는 요구다.
CJ대한통운의 경우 편의점과의 택배 운임 계약 가격을 50원 올리려고 했다가 24일 “국민 부담을 고려해 인상 시기를 조정하겠다”며 보류했다. CJ대한통운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유가와 최저임금 등 급격한 원가 상승으로 고객사인 편의점 업체들과 택배 단가 50원 인상을 협의 중이었으나, 국민 부담을 고려해 인상 시기를 조정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앞서 CJ대한통운은 GS25, CU, 이마트24 등과 협의해 다음달 초부터 일반 택배 운임을 50원 인상하기로 했다. 간접비용 상승분까지 더하면 무게·배송권역에 따라 100~400원씩 오를 예정이었다.
기업이 가격 인상 시기를 늦추고는 있지만, 결국엔 피할 수 없을 거라는 의견이 팽배하다. 최근 중동지역 정세 불안으로 원유수급 전망이 불투명하다. 국제유가 상승은 운송료 부담을 늘려 식자재 비용 상승을 부추긴다. 원·달러 환율은 이달 들어서만 50원 넘게 오르며 1400원을 돌파해 수입 물가를 자극하고 있다. 정부가 고물가를 잡기 위해 투입한 재정이 밑빠진 독에 물붓기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연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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