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류업 정책에 ‘저PBR주’ 랠리
정부의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프로그램’ 도입 발표로 저(低)BPR주가 급등하고 있다. PBR은 주가를 주당 순자산 가치로 나눈 것으로 이 수치가 1배 미만이면 주가가 저평가됐다는 뜻이다. 외국인 투자자는 10거래일 동안 무려 5조 원 넘게 사들이며 강한 매수세를 보였고, 빚을 내고 투자하는 ‘빚투’까지 늘었다.
밸류업 프로그램은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해소를 위해 정부가 야심차게 준비한 정책이다. 일본의 증시 부양책을 벤치마크했다. 4월 일본 도쿄증권거래소가 PBR 1배 미만인 상장사에 개선책을 요구한 바 있다.
우리 밸류 프로그램 상세안은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기업의 주주 환원 기조 강화가 핵심이어서 저PBR주로 분류된 반도체·자동차·금융주 매수가 크게 늘었다. 이 기업들이 배당을 늘리고 자사주를 매입·소각하는 등 주가 상승에 도움이 되는 경영을 하게 된다면 주가가 오른다는 기대를 하는 것이다.
대표적인 저PBR주로 주목받는 현대차는 13일 장중 26만1000원까지 올라 지난 2021년 1월26일(26만500원) 이후 약 3년 만에 최고가를 경신했다. SK하이닉스 역시 13일 15만원에 마감해 종가 기준 2000년 11월16일(수정주가 15만1148원) 이후 23년3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까지 올랐다. 이밖에 삼성전자우, 삼성물산, 신한지주 등이 52주 신고가를 다시 썼다.
한국 증시가 모처럼 재평가될 것이라는 기대감은 긍정적이지만, 지나친 저PBR주 매수세에 업계에선 경계심도 적지 않다. 밸류업 프로그램 상세안이 예상에 못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저PBR 주식이 상승하려면 이익이 개선되거나 자본구조가 변화하거나 지배구조가 바뀌어야 한다. 지금 저BPR주에는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한 기대감이 선반영됐는데, 대책이 기대만 못하면 저PBR주 주가가 흔들릴 수 있다.
‘밸류 트랩’도 주의해야 한다. 저평가 오인, 가치 함정 등으로도 불리는 밸류 트랩은 저평가된 가치주로 보여 투자했지만, 좀처럼 주가가 오르지 않거나 하락해 돈이 묶이는 현상을 뜻한다. 겉보기와 달리 실상은 부실한데 저평가 됐다고 오인한 것이다. 2000년부터 코스피 성과를 밑돈 ‘한진’이 밸류트랩에 빠진 대표 사례다. 한진은 PBR이 0.2배 수준이다.
기업을 평가할 때 PBR 단 하나만 봐서 안된다는 뜻이다. PBR과 함께 수익성을 나타내는 ROE(자기자본이익률)도 봐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ROE는 당기순이익을 자본으로 나눈 것으로, 자기자본을 이용해 기업이 이익을 얼마나 냈는지 따져보는 지표다.
도쿄증권거래소는 기업가치 제고 기업에 가중치를 둔 JPX 프라임 150지수를 개발했다. 이는 ROE가 자본비용보다 높은 상위 75개 기업과 PBR이 1을 초과하는 상위 75개 기업으로 구성된다. 일본 공적기금(GPIF)과 일본 중앙은행은 2014년부터 ROE가 높은 상위 400개 기업을 편입해 만든 닛케이 400지수를 벤치마크 했다.
/이연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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