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비 급등으로 수억원 추가 분담금
공사비가 치솟으면서 정비사업 추가 분담금 문제로 조합원과 시공사 간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연초부터 나서서 재건축·재개발 규제를 완화하고 있지만, 정작 정비사업 현장에선 급등한 공사비 때문에 속도가 나지 않는 실정이다.
가구당 추가 분담금이 수억원을 훌쩍 넘는 일이 비일비재해졌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 ‘반포주공 1단지(1·2·4주구)’의 시공사 현대건설은 최근 재건축조합 측에 애초 2조6000억원이던 공사비를 4조원으로 늘려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건설이 요구한 공사비 증액분 1조4000억원을 조합원 수(2293명)로 나누면 1인당 6억원이 넘는다. 3월 말로 착공과 분양이 예정돼있지만, 공사비 협상에 난항이 예상된다.
옆동네 서울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18차 337동’에서는 애초 사업을 추진할 때보다 분담금이 3배 넘게 올랐다. 조합이 제시한 추정분담금 자료에 따르면 기존 111㎡를 보유한 조합원이 97㎡로 면적을 줄여 옮겼을 때 12억1800만원의 분담금이 예상된다. 5년여 전 재건축을 처음 추진할 때만해도 같은 평형대 아파트를 분양받을 경우, 가구당 분담금은 3억~4억원으로 추산됐다. 놀란 조합은 과도한 분담금을 거부하며 비상대책위원회까지 결성했다. 고금리 시대에 분담금이 여기서 더 늘어나는 것 아니냐며 우려하고 있다.
알짜배기 소형 아파트로 꼽히는 ‘신반포 22차’는 3.3㎡(평)당 1300만원 공사비를 기록하는 아파트가 될 전망이다. 2017년 시공사 선정 당시 공사비는 3.3㎡당 500만원 선이었는데, 공사비 급등으로 7년 만 3배 가까이 늘어난 수준으로 협상 중이다. 이렇게 되면 가구당 최소 5억원 이상의 분담금을 내야 한다.
공사비가 높아 아예 사업을 하겠다는 시공사가 나타나지 않기도 한다. 동작구의 최대 재개발 구역인 노량진 뉴타운 1구역도 조합이 당초 3.3㎡당 695만원이던 공사비를 730만원으로 높여서 작년 11월 입찰을 냈지만, 입찰에 응한 건설사가 없었다.
서초구 잠원동에서 재건축을 진행하는 신반포27차 아파트 조합은 지난달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입찰을 했으나 유찰됐다. 건설사들이 무응찰했기 때문이다. 조합은 전용면적 3.3㎡당 공사비 907만원 수준의 높은 공사비를 제안했지만 시공사들은 사업성 등이 낮다는 이유로 입찰을 포기했다.
공사비 문제로, 한강변에 70층 이상의 초고층 건물을 세워 랜드마크를 만들겠다는 정부와 서울시 전략도 원활하지 않은 모양새다. 초고층을 지을 경우 가뜩이나 높은 공사비가 더 올라가기 때문이다. 서울 성동구 성수전략정비구역 제1지구 조합은 이달 초 총회를 열고 50층 미만으로 사업을 추진하기로 확정했다. 서울시가 작년 1월 층수 제한(50층)을 폐지하면서 70층 이상의 초고층 건물을 올리자는 의견도 나왔다. 하지만 조합이 '층수 결정의 건'을 총회 투표에 부친 결과, '49층 준초고층'에 과반 이상의 표가 몰려 70층 이상 개발은 무산됐다. 강남구 삼성동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의 사업자인 현대차그룹도 105층으로 1개동을 짓기로 하고 착공했지만 50층으로 3개동을 설계를 변경중이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 집계하는 건설공사비지수는 작년 12월 153.26(2015년 100 기준)으로 1년 새 3.2% 상승했다. 건설공사비지수는 건설공사에 투입되는 재료, 노무, 장비 등의 가격 변동을 나타내는 지표다.
문제는 이 같은 공사비 분담 논란으로, 재건축·재개발 규제를 풀어 도심 주택 공급을 늘리고 집값을 안정시키겠다는 정부 계획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착공과 분양 일정이 밀리면, 사업이 지연된만큼 공사비는 불어난다. 공사비는 천정부지로 치솟는 분양가로 전가된다. 아예 사업 자체가 취소돼 주택 공급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이는 전체 아파트 가격을 올리는 악순환이 될 수 있다.
/이연주 에디터
'밀레니얼 경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집 담보 대출까지 받더니.. 나락 가는 줄 알았던 손정의를 살린 것 (0) | 2024.07.23 |
---|---|
23년만에 신고가 기록한 한국 주식의 정체 (4) | 2024.07.23 |
"집 3평 줄지만 12억 내세요" 신반포 18차 재건축 주인들에 벌어진 일 (0) | 2024.07.23 |
한달 생활비 90만원인데, 3일 해외 여행에 120만원 쓰는 요즘 20대 (0) | 2024.07.22 |
아무도 집을 안 산다, 부동산 시장에 10개월 만에 벌어진 일 (0) | 2024.07.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