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니얼 경제

"25대1 뚫고 서울 아파트 당첨, 하지만 계약 포기한 이유"

더 비비드 2024. 7. 20. 11:27
청약경쟁률 높아도 '미계약' 쏟아지는 서울 아파트들

서울 아파트는 '청약불패'라는 공식이 깨지고 있다. 서울 아파트 청약 시장에서 최근 대규모 미계약이 발생하는 단지들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10대1 넘는 치열한 경쟁을 뚫고 당첨된 사람들이 대거 계약을 포기한 것이다. 연초만 해도 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 이후 과열되던 모습과 다른 양상이다. 아파트 분양시장 동향을 살펴봤다.

서울 아파트는 '청약불패'라는 공식이 깨지고 있다. /게티

◇주변 시세보다 비싸면 계약 포기

최근 서울 아파트 청약 시장에서 미계약이 이어지는 이유는 입지 대비 분양가가 비싼 것 아니냐는 논란이 있어서다. 가격 매력이 떨어지는데다 규제 완화로 당첨을 포기하는 데 따른 불이익도 거의 없어지면서 높은 경쟁률을 뚫고도 계약을 하지 않는 것이다.

17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서울 구로구 개봉동에 건설되는 호반써밋 개봉이 지난 16일 미계약분 72가구에 대한 무순위 청약을 진행했다. 이 아파트는 지난달 특별 공급 80가구 모집에 1182명이 참여했고, 1순위 110가구에는 2776명이 몰리며 25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전체 당첨자 중 40% 가까이가 계약을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지만 72가구가 미계약으로 나오면서 이번에 무순위 청약까지 받게 된 것이다.

최근 서울 아파트 청약 시장에서 미계약이 이어지는 이유는 입지 대비 분양가가 비싼 것 아니냐는 논란이 있어서다. /게티

호반써밋 개봉은 전용면적 84㎡ 기준 최고 분양가가 9억9860만원으로, 발코니 확장비와 옵션 비용 등을 감안하면 10억원을 훌쩍 넘는다. 인근 입주 10년 차 미만 단지의 실거래가보다 1억~2억원 높다.

지난달 401가구 일반 분양을 한 서울 동작구 상도 푸르지오 클라베뉴도 청약 경쟁률은 14대1로 높았지만 일부 미계약이 발생해 선착순 계약으로 방향을 틀었다. 분양가는 인근 단지 시세와 비슷하지만, 후분양 단지여서 내년 3월 입주 때까지 잔금을 모두 치러야 하기 때문에 금전적 부담이 큰 것도 미계약의 이유로 꼽힌다.

최장 10년이던 재당첨 제한 규제가 사라진 것도 미계약 발생의 원인으로 꼽힌다. /게티

최장 10년이던 재당첨 제한 규제가 사라진 것도 미계약 발생의 원인으로 꼽힌다. 청약 재당첨 제한은 이미 청약에 당첨된 세대의 구성원이 일정 기간 다른 주택 청약에 또 당첨되는 것을 막기 위한 규제다. 올해 1월부터는 서울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와 용산구를 제외한 21구가 비규제 지역이 됐다. 비규제 지역에서 85㎡ 이하는 분양 물량의 60%가, 85㎡ 초과는 모두 추첨제로 배정되기 때문에 가점이 낮아도 당첨될 수 있다. 청약 당첨을 포기하더라도 청약 통장에 가입하고 1년간 납입하면 1순위 자격을 얻을 수 있다.

◇상반기와 180도 달라진 분양 분위기

올해 상반기에는 서울을 중심으로 집값이 빠르게 반등하고 분양가가 가파르게 올랐다. 공사비 상승, 금리 완화 기대감 등으로 '집값이 더 오르기 전에 사야 한다'는 인식이 퍼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하반기 들어 고금리가 장기화 될 것이란 전망과 함께 특례보금자리론 대출 요건 강화 등의 여파로 분위기가 반전됐다.

공사비 상승, 금리 완화 기대감 등으로 '집값이 더 오르기 전에 사야 한다'는 인식이 퍼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하반기 들어 고금리가 장기화 될 것이란 전망과 함께 특례보금자리론 대출 요건 강화 등의 여파로 분위기가 반전됐다. /게티

12일 주택산업연구원이 주택사업자들을 설문 조사한 결과를 보면, 10월 아파트 분양 전망지수는 지난달보다 6.4포인트 하락한 83.8로 나타났다. 이 지수는 기준선인 100을 넘으면 분양 전망을 긍정적으로 보는 사업자가 더 많다는 것을 뜻하고, 100을 밑돌면 그와 반대 상황을 가리킨다. 전국 지수는 지난 8월 100.8을 기록해 2021년 6월 이후 2년 2개월 만에 기준선인 100을 넘었으나, 지난달 다시 하락세로 돌아섰다.

지역별로 보면 충남이 85.0에서 56.3으로 28.7포인트 하락해 낙폭이 가장 컸다. 전북(-21.4포인트), 강원(-19.0포인트), 충북(-16.5포인트), 대전(-10.5포인트) 등도 큰 폭으로 내렸다. 서울(100)과 경기(102.6) 지역은 전월보다 소폭 내렸지만 여전히 기준선 이상으로 분양 경기 전망이 긍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연주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