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니얼 경제

일본의 1/428, 한국에 턱없이 부족한 의외의 부동산

더 비비드 2024. 7. 20. 11:23
노인을 위한 아파트가 없다

2025년 우리나라 65세 이상 인구는 처음으로 1000만명을 돌파해 초고령사회(고령 인구 비율 20% 이상)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의 고령화 속도는 전세계에서 가장 빠른 수준이다. 고령사회에서 초고령사회에 도달하는 데 걸리는 기간이 영국 50년, 미국 15년, 일본 10년이지만, 한국은 7년에 불과하다. 문제는 그 어느 곳보다 빠르게 초고령사회로 도달 중이지만 이에 대한 준비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사실이다. 주택시장도 예외는 아니다.

◇수요대비 공급 턱없이 부족한 시니어타운

서울 강남구 자곡동에 있는 시그넘하우스. /시그넘하우스 홈페이지

서울 강남구 자곡동에 있는 시그넘하우스는 노인복지주택(시니어타운)이다. 만 60세 이상을 위한 건강 관리 시설과 피트니스센터, 여가 문화 시설 등 커뮤니티 시설을 갖추고 호텔식 식사도 제공한다. 이곳에 입주하기 위해선 지금 신청해도 4년은 기다려야 한다. 자녀에게 기대지 않으며 노후를 보내려는 경제력을 갖춘 시니어층이 늘면서 시니어타운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는 반면, 공급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 시니어타운은 전국 39곳, 8840가구 규모에 불과하다. 일찍이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이웃나라 일본의 경우 우리의 시니어타운에 해당하는 유료노인홈이 1만6724곳에 달한다. 입주민은 63만4395명이다. 일본의 일본의 65세 이상 고령층은 약 3600만명으로 927만명인 한국보다 많은 점을 감안해도 우리나라 시니어타운의 숫자는 너무 적다. 일본과 직접 비교하면 1/428에 불과하다.

시그넘하우스의 실내 모습. /시그넘하우스 홈페이지

수요대비 공급이 부족하다 보니 입주희망자들 사이의 경쟁은 치열하다. 지난 3월 임대 분양한 서울 강서구 마곡지구의 시니어타운 ‘VL르웨스트’의 청약 경쟁률은 평형에 따라 최고 205대1, 19대1을 기록했다.

공급이 늘면 이 문제가 해소될 수도 있는데, 입주 예정된 시니어타운은 손에 꼽히는 수준이다. 수도권의 경우 올 연말 입주 예정인 인천 서구 청라동 ‘더 시그넘하우스 청라’(139가구), 경기 의왕시 의왕백운밸리 ‘백운호수 푸르지오 숲속의 아침 스위트’(536가구), 서울 강서구 마곡지구 ‘VL르웨스트’(810가구)’ 등 세 단지를 다 합쳐도 1500가구에 못 미친다.

◇시니어타운 공급 절벽의 원흉

VL르웨스트 사우나실 조감도. /VL르웨스트 홈페이지

시니어타운 공급난의 가장 큰 원흉으로 ‘분양’을 금지한 정부 규제가 꼽힌다. 이전까지 시니어타운은 분양과 임대가 모두 가능했다. 그러다 2015년 정부가 ‘무분별한 전매를 금지한다’는 명목으로 시니어타운의 임대만 허용하면서 공급의 씨가 말라버렸다.

사실 수요자와 공급자 모두 임대보다는 분양을 선호한다. 별다른 소득이 없는 노인 입장에서 임대료는 부담일 수밖에 없다. 공급자 입장에서도 임대 방식은 투자 비용을 회수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려서, 생활비를 높게 책정하지 않으면 수익을 내기 어려운 구조다.

높은 진입 장벽도 문제다. 현행 노인복지법에 따르면 주택 사업자가 토지와 건물을 직접 소유해야 시니어타운을 운영할 수 있다. 시니어타운을 운영할 여력을 갖춘 대형 기업이나 병원이 아니면 뛰어들기 어려운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중산층 노인 주거는 사각지대에 놓인 상황”이라며 “민간 중심으로 공급을 늘릴 방안을 도입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진은혜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