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마아파트 재건축 성공 가능성 얼마나?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대표 재건축 단지인 은마아파트가 재건축 추진 24년 만에 첫 조합장을 선출하고 연내 조합 설립에 나선다. 계획대로 사업이 추진되면 2030년쯤 새 아파트 입주도 가능할 전망이다. 다만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C 노선 지하 관통, 층수 상향과 분담금 조정 등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만만치 않아 사업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성공 가능성이 얼마나 될지 알아봤다.
◇재건축 추진 20년 훌쩍 넘어
은마아파트는 1990년대 중반부터 재건축을 추진해, 2003년 추진위원회가 설립됐다. 3차례 고배 끝에 2010년 안전진단을 통과했다. 하지만 이후는 무척 지지부진했다. 규모가 워낙 큰 탓에 소유주 의견을 모으기 어려웠고, 인허가권자인 서울시와도 자주 갈등을 빚었던 탓이다. 2017년 최고 49층으로 재건축하는 내용의 계획안을 서울시에 제출했지만 서울시 층고 제한에 걸려 승인받지 못했다.
그래서 은마아파트 소유자에게 재건축 사업은 ‘희망고문’이나 마찬가지였다. ‘집주인들 눈 감기 전에 되겠냐’는 우스갯소리도 나왔다. 결국 소유주 간 갈등이 커지면서 작년 9월 추진위원회 집행부가 해임되는 일도 있었다. 이후 여러 비상대책위원회가 난립하다가 올해 3월 새 집행부가 결성됐고, 7개월 만에 수정한 정비계획안이 서울시 심의를 통과하면서 뒤늦게 사업에 속도가 붙고 있다.
22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은마아파트 소유주들은 지난 19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aT센터에서 재건축 조합설립 총회를 열고 초대 조합장으로 최정희 현 은마아파트 재건축추진위원장을 선출했다. 조합장 선거에는 최 위원장과 이재성 은마아파트 소유자 협의회(은소협) 대표가 후보로 나왔다. 전체 조합원 4278명 중 3654명이 투표에 참여했으며, 무효표를 제외하고 최 위원장이 2702표(76.3%)를 얻어 당선됐다.
◇5578가구 아파트 단지 총 사업비 5조원
최 위원장은 연내 조합 설립을 마치고 2027년 착공해 2030년 입주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서울시가 승인한 현행 계획상 재건축을 통해 기존 4424가구가 5578가구로 늘어나고 771가구를 일반 분양할 수 있다. 총 사업비는 5조원으로 추정된다.
단지 건폐율은 50% 이하, 용적률은 250% 이하를 적용한 결과다. 단지 내에 보행자와 차량이 다닐 수 있는 공공 통로를 확보하고 근린공원(1만3253㎡)과 문화공원(4081㎡) 등 공원 두 곳을 조성하도록 했다. 대규모 단지를 고려해 내부에 파출소도 들어선다.
은마아파트는 한보주택 정태수 회장이 1979년 부지를 헐값에 사들여 4400가구 규모로 분양한 아파트다. 당시에는 보일러와 엘리베이터를 갖춘 최신식 아파트로 주목받았고, 강북 명문고들이 인근에 자리 잡으면서 중산층 거주지를 상징하는 아파트가 됐다. 이후 분양가 2330만원이었던 아파트 가격은 작년 말 28억원 까지 올랐다.
◇재건축 성공은 미지수
조합장이 선출됐고 연내 조합이 설립될 예정이지만 재건축 성공까지 갈 길이 멀다. 은마 아파트 주민들은 현재 단지 아래를 통과하는 것으로 계획된 GTX-C 노선(경기 양주~수원)의 설계 변경을 요구하고 있지만 국토부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공공주택을 빼면 현재 계획상으론 늘어나는 가구 수가 고작 676가구에 불과해 공사비 수조원을 어떻게 조달할지도 숙제로 남아 있다. 기존 최고 35층으로 계획된 설계를 최고 49층 이상 초고층 아파트로 계획 변경을 계속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가구 수가 늘어나기 때문에 재건축 사업성은 개선되지만 심의에 시간이 걸릴 수 있다.
무엇보다 가장 큰 변수는 아파트 소유주와 단지 내 상가 소유주끼리 재산 분배 방식이다. 아파트 소유자와 상가 소유주가 각각 조합을 설립하는 게 정석이지만, 사업 효율을 높이기 위해 재건축 사업을 공동으로 추진한 뒤 나중에 정산을 진행하는 사례가 많다.
이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숫자가 적은 상가 조합원의 재산 가치를 어떻게 평가하느냐를 두고 내부 갈등을 빚는 경우가 잦다. 앞서 강남구 ‘개포주공1단지’, 강동구 ‘둔촌주공’ 등이 상가-아파트 소유주 간 갈등으로 재건축 사업이 지연된 바 있다.
은마아파트는 이들보다 문제가 더 복잡할 수 있다. 상가 소유주가 400명에 달하는 데다 장사가 잘되는 가게가 많아 협상이 쉽지 않을 수 있다. 권리금 등 분쟁이 생길 수 있는 것이다. 결국 은마아파트 재건축이 성공하기까지는 상당한 진통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른 아파트들도 기대 나오지만
서울의 대표 노후 대단지 아파트인 은마아파트가 서울시 심의를 통과하면서 다른 아파트 정비 사업도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압구정, 여의도, 목동 등지 재건축 아파트 소유자들 사이에선 사업 진척에 대한 큰 기대가 나오고 있다.
다만 초과이익 환수제, 분양가 상한제 등 규제도 남아 있어 풀어야 할 과제가 많다.
작년 하반기부터 급격하게 금리가 오르면서 사업비 조달에 드는 금융 비용이 늘었고, 원자재 값 인상 여파로 공사비도 치솟고 있다. 비용은 불어나는데 분양 수익으로 이를 충당하기 어려운 상황이 장기화하면 재건축 추진 동력이 약해질 수밖에 없다.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 완화와 분양가상한제 아파트 실거주 의무 폐지 관련법 개정안은 국회에서 수개월째 표류 중이다. 부동산 시장 한 관계자는 “기대했던 것보다 사업 추진에 시간이 오래 걸릴 수 있고, 실물 경기가 더 나빠지면 재건축 아파트의 분양 흥행도 장담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연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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