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규제에서 부양으로
지난달 24일 열린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회의가 열렸습니다. 경제 활성화 대책을 내놓기 위해 소집된 이 자리에서 부동산 정책에 관한 중국 정부의 중대한 입장 변화가 포착됐습니다. ‘집은 살기 위한 것이지, 투기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住房不炒)’라는 문구가 5년 만에 정책 항목에서 삭제된 것입니다. 공동부유(共同富裕·모두가 잘사는 사회)를 앞세워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에 역점을 둬 온 시진핑 주석이 직접 설정했던 문구를 들어냄으로써 규제 일변도에서 벗어나 부양으로 정책 방향을 전환할 것임을 선언한 것입니다.
과도한 부동산 규제가 중국 경제 전체를 넘어뜨릴 상황이 되자, 중국 정부가 다급히 정책 노선을 틀고 있습니다. 작년 말부터 부동산 수요를 되살리려는 방안이 하나둘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부동산 기업들의 은행 대출과 채권 상환 기간을 연장해준 데 이어, 생애 첫 주택 구입에 대한 주택 담보 대출 금리를 완화하는 등의 조치가 그것입니다. 지난달 중앙정치국 회의에선 “부동산 정책을 적시에 조정하고 최적화하겠다”고도 했습니다.
시장에서는 대출금리 추가 인하, 전매제한 완화, 생애 첫 주택 대상 확대, 주택 공적금(고용주와 근로자가 매월 분납하는 일종의 주택청약종합저축) 조기 인출 한도 확대 등 부동산 거래 불씨를 살릴 대책이 쏟아져 나올 걸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부동산 기업들도 ‘도미노 디폴트(채무상환 불이행)’ 위기를 피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 지난 6월 항저우의 한 개발업체는 1000제곱피트(약 28평) 이상 주택을 사는 사람에게 2.2파운드(약 1kg)의 금을 준다는 판촉을 내걸기도 했죠. 파인브리지 인베스트먼트의 앤디 수엔 아시아채권부문 공동대표는 한 외신 인터뷰에서 “부동산 부문 안정화를 위해 보다 가시적으로 시의적절한 정책이 필요하다”면서 “(부동산 기업들의) 계속되는 채무 불이행이 주택 구매자들을 더욱 불안하게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중국 안팎에서는 시 주석의 과도한 부동산 규제가 부동산 시장을 넘어 중국 경제 전체를 망가뜨리고 있다는 지적이 계속돼왔습니다. 세 가지 레드라인(Red Line)을 뜻하는 일명 삼도홍선(三道紅線)을 설정하고 부채비율이 높은 부동산 기업들의 대출을 죄는 정책을 펼치다 대형 부동산 개발사들이 줄줄이 오늘의 위기를 맞았다는 것입니다.
여러 정책 패키지가 나오겠지만, 과거처럼 부동산 시장을 다시 띄워 경제를 살릴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슐리 렌 블룸버그 칼럼니스트는 “집값이 오를 걸로 기대해야 사람들이 구매에 나설 텐데, 지금 거시경제가 그런 상황이 아니다”라며 “예전과 같은 부동산 활황기는 다시 오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김은정 객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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