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후 부부 관계 설정
“하루 종일 같이 지내는 건 40년 만에 처음이니까, 너무 예민하게 생각하지 말자고 생각은 했다. 그런데 막상 1주일 같이 있어보니 숨이 막혀서... 오늘 뭐해? 어디 가? 몇 시에 들어와? 내 밥은? 매일 꼬치꼬치 캐물어서 성가셔 죽겠다. 밥 먹고 나면 각자 그릇 치우고 식탁도 닦으라고 몇 번이나 말했는데 손가락 하나 까딱 안 한다. 스스로 찾아서 하는 일은 하나도 없고, 시키지 않으면 하지 않고, 잔소리 좀 하면 듣기 싫다고 버럭하고, 모순 덩어리다.”
일본의 평범한 주부가 ‘시니어라이프’라는 제목으로 만든 6분짜리 유튜브 영상 자막의 일부입니다. 65세에 정년 퇴직해서 집으로 돌아온 남편을 위해 집밥을 준비하는 요리 동영상입니다. 단순한 집밥 요리 영상이지만, 퇴직한 남편에 대한 아내의 솔직한 심정이 자막에 깨알같이 담겼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조회수가 315만회에 육박합니다.
퇴직 이후 인생 전환기에 부부는 선택의 갈림길에 서게 됩니다. 퇴직 후 부부는 앞으로의 삶을 어떻게 재정비하느냐에 따라 제2의 신혼을 보낼 수도 있고 황혼이혼의 길로 접어들 수도 있습니다. 은퇴 연착륙 승패는 부부 관계에 달렸습니다.
사토신이치 전 오사카대학교 대학원 노년행동학 교수는 한 언론 인터뷰에서 “꿈과 낭만을 추구하는 남성은 정년퇴직을 종착점이라고 생각하지만, 안정을 추구하는 아내는 새출발이라고 여긴다”면서 “행복한 노후를 보내려면, 퇴직 이후 예상되는 배우자의 심리 변화부터 제대로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사토 교수는 "인간은 수입이 없으면 불안해진다. 일할 땐 월급이 있으니 나름대로 안정적인 생활이 가능하지만, 퇴직 후에는 (연금이 넉넉한 사람을 제외하고) 대부분 불안감을 느끼게 된다"며 "특히 여성은 안정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어서 남성보다 더 많이 불안감을 느낀다"고 했습니다.
반면 꿈과 낭만을 추구하는 남성은 아내의 불안감엔 아랑곳하지 않고 ‘은퇴 환상’을 품는 경우가 많다고 했습니다. 돈이 필요해서 일했으면서, 꿈이나 낭만이 더 중요하다고 착각하는 것이죠.
그러면서 퇴직한 남편은 ‘지금까지는 일을 우선시했지만 이제부터는 아내랑 여생을 즐겁게 보내야지’라고 제멋대로 제2의 인생을 꿈꿉니다. 하지만 퇴직이 없고 집안일이 일상인 아내는 ‘이제 나를 제발 내버려 두라’고 말합니다. 아내가 가장 원하는 것은 ‘자유 시간’인데 남편만 모르는 것이죠.
사토 교수는 "현역 시절엔 안정을 추구하는 아내와 낭만을 추구하는 남편 심리가 균형을 이루는데, 남편이 퇴직하고 나면 이런 균형이 깨진다"며 "아내는 ‘남편이 일을 계속하고 돈도 벌어오면 좋겠다’고 생각하는데, 남편은 ‘괜찮은 일이 없다’거나 ‘그런 일은 하기 싫다’면서 모른 척 하니 결국 부부끼리 다투게 된다"고 말했습니다.
퇴직 전에 부부 만족도를 조사해보면 대부분의 항목에서 일치하는데, 어긋나는 항목이 하나 있습니다. ‘사회적 평가’입니다. 아내가 직업이 있다면 다른 얘기겠지만, 만약 아내가 전업주부거나 파트타임만 했다면 스스로 사회적 평가가 부족하다고 느껴 본인 삶에 썩 만족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다른 분야에서 높은 사회적 평가를 얻으려고 노력합니다.
가령 집안일을 효율적으로 해서 자기 시간을 조금씩 만들거나 취미 활동, 지역 봉사 등에 참여하는 것이죠. 자녀가 독립하면 이런 외부 활동은 더욱 왕성해집니다. 아내는 이런 시간을 보내면서 사회적 평가를 받고 자기 만족도 느낍니다.
사토 교수는 "남성들은 주로 직장에서 사회적 평가를 얻고 만족하기 때문에 직장 밖의 세계가 필요하다고 느끼지 못하지만 문제는 퇴직 후"라며 "일에만 집중했던 남성은 직장을 떠나면 자신의 세계라고 부를 만한 것이 하나도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출퇴근이라는 일상을 잃은 남성은 사회에서 단절되고 고립되어 뭘 해야 할지 모르게 됩니다.
결국 남편은 아내에게 의존하게 됩니다. 밖으로 외출하는 아내에게 ‘어디 가?’라면서 ‘혼자만 놀러다니니 서운하다’고 불만도 내비치게 되죠. 일하는 날과 쉬는 날, 일상과 비일상이 있어야 부부 관계도 원만해지는데, 퇴직으로 일상이 무너지니 부부 관계도 틀어지는 것입니다. 사토 교수는 "부부 관계를 좀더 동반자적으로 보고 서로 배려하는 노력을 할 필요가 있다"고 했습니다.
부부가 각자 의식적으로 지역에서 내가 ‘있을 곳’을 마련하는 노력도 필요합니다. 문화 행사, 취미 동호회, 봉사 단체, 노인 대학 등 아무 곳이라도 참여해서 활동하면 회원으로서 존재를 인정받고, 자연스럽게 그 안에서 있을 곳이 생겨납니다. 마지막으로 학창 시절 친구 관계도 부활시키면 좋습니다.
/이경은 객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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