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테크 열풍
요즘 ‘엔테크’(엔화+재테크)가 유행이다. 15일 기준 엔화 대비 원화 환율이 장중 100엔당 904원까지 떨어지면서 엔화를 사 모으는 개인이 많아진 것이다. 원·엔 환율은 2015년 6월(최저 100엔=880원) 이후 8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금융업계에 불어 닥친 엔테크 돌풍에 대해 알아봤다.
◇‘100엔=1000원’ 인식 깨지자 벌어진 일
지난 4월 말 까지만 해도 100엔당 1000원을 넘나들었던 원·엔 환율은 현재 900엔대 초반으로 9% 넘게 떨어졌다. 같은 기간에 달러화 대비 엔화는 5%대 약세인 반면, 달러화 대비 원화는 4%대 강세로 반대 방향으로 가면서 엔화 대비 원화 환율이 큰 폭으로 하락했다. 즉 엔화 대비 원화 가치가 상승했다. 엔화는 서울 외환시장에서 직접 거래되지 않기 때문에 기준 환율인 달러를 통해 간접적으로 계산한다.
엔화 가치 하락은 투자자에게 ‘새로운 기회’로 인식됐다. 그동안 ‘100엔=1000원’이 평균적인 원·엔 환율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실제로 지난 10년간 엔화 환율은 평균 1025.3원, 20년 평균은 1077.6원 수준이었다. 최근에 엔화를 사들인 한 투자자는 “지금 엔화를 샀다가 환율이 평균치로만 돌아가도 10%는 버는 셈”이라고 말했다.
높은 수익률이 기대되자 일본 여행 유무와 무관하게 일단 엔화를 사고보는 사람이 늘었다. 엔화 예금 잔액도 순식간에 불어났다. 신한·KB·하나·우리 4대 시중은행 엔화예금 잔액을 보면 4월 말 총 5778억엔(5조2670억원)에서 11일 기준 8039억엔(7조3300억원)으로 39%나 늘었다. 하루 평균 84억엔(약 770억원)씩 증가한 수치다.
◇엇나간 예측의 결과물
사실 작년 하반기부터 투자은행(IB) 등 금융 큰 손들은 엔화 강세를 예측했다. 미국 등 세계 주요국이 큰 폭으로 금리를 올리는 동안에도 일본은 마이너스 금리를 고수한 탓에 약세를 면치 못한 엔화 가치가 이제 변곡점을 맞게 될 것이란 계산이다. 10년간 일본은행(BOJ)을 이끌며 일본의 엔저 시대를 공고히 했던 구로다 하루히코 총재가 물러나면서 일본 통화 정책이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될 것이란 기대감도 반영됐다. 일련의 전망이 맞물리며 4월 말 100엔당 원화 환율이 1000원을 넘었다.
하지만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신임 총재가 완화적 통화 정책을 고수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투자자들의 기대가 깨지기 시작했다. 연중 마이너스 금리 탈출 같은 엔화 강세 요인이 없을 것 같다는 예측이 퍼지면서 엔화는 약세로 돌아섰다. 노무라증권 이코노미스트 출신인 권영선 우리금융경영연구소 본부장은 “일본의 물가가 높아지고 있다고는 해도 인플레를 우려할 정도까지가 아니고, 당국이 사실상 인플레를 용인하면서 BOJ 스탠스 변화를 기대했던 투자가 되돌림이 있었다”고 분석했다.
◇엔화 투자자들은 웃을 수 있을까
금융권에서는 종국적으로 엔화 ‘강세’를 전망하고 있다. 미국의 금리 인상 종료가 임박하면서 미 국채 수익률이 하락하고 일본 국채 수익률과의 간극이 좁혀지는 등 달러화 약세 쪽으로 기울면 엔화가 상대적으로 강세가 된다는 분석이다. JP모건은 “BOJ 정책 정상화는 길고 점진적인 과정이 될 가능성이 크지만, 결국엔 달러화 대비 엔화 환율이 의미 있는 내림세(엔화 강세)를 나타낼 것으로 예상한다”며 “엔화 매수 포지션을 선호한다”고 전했다.
미 연준이 기준금리를 동결한 14일(현지 시각) 달러당 엔화 환율은 141.1원을 기록했다. 블룸버그가 집계한 39개 투자은행이 내다본 연말 엔·달러 환율 전망치 중간값은 129엔으로 현재보다 8%가량 낮다. 엔화가 그만큼 강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 시나리오대로라면 엔테크에 베팅한 투자자들은 웃을 수 있다.
/진은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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