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소셜벤처입니다
코로나19 사태는 공동체의 가치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하는 계기가 되고 있습니다. 모두가 지속가능한 공동체의 미래를 고민할 때 사태의 진정한 극복이 빨라질 것입니다. 그 고민을 먼저 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선한 가치를 추구하는 소셜벤처를 창업한 사람들이죠. 소셜벤처는 혁신기술과 아이디어로 지속가능한 성장모델을 만들어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기업을 뜻합니다. 기부에 기대지 않고 사업적으로 경제와 사회에 기여하죠. 소셜 벤처를 창업해서 우리에게 좋은 가치를 전파하고 있는 대표 2인의 스토리를 소개합니다.
박정민 이빛컴퍼니 대표
◇노후 경유차를 전기차로 바꿔주는 스타트업
이빛컴퍼니는 차량의 기존 외형을 유지하면서 부품을 바꿔, 오래된 차를 친환경차로 만들어주는 기업이다. 차량 플랫폼이나 디자인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엔진만 내연기관에서 전기 파워트레인으로 바꾼다. 기존에 타던 차와 다른 모든 부속품은 같은데, 기름 대신 전기로 움직이는 것이다. “작년까지 차량을 튜닝하기 위해선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했는데요. 올해 들어 기준이 많이 완화됐습니다. 개조 서비스를 상용화할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올해 2월 한진택배와 업무협약을 맺었다. 이 회사 1톤 택배트럭을 전기자동차로 개조하는 내용이다. 2021년 2월까지 전기 트럭 성능 테스트를 마친 뒤, 2022년까지 800대를 개조하는 게 목표다. 한진택배 외에 8곳의 물류업체, 에너지기업과 협업을 논의하고 있다.
트럭을 전기차로 개조하고 있다
클래식카를 전기차로 개조하는 사업도 한다. 지난해 5월 제주에서 열린 제6회 국제전기자동차엑스포에 ‘모리스 미니(MINI) 1959년 버전’을 순수 전기차로 개조해 공개했다.
IVI(In-Vehicle Infotainment) 서비스를 곧 개시할 예정이다. IVI는 차 안에서 오락거리(entertainment)와 정보(information)를 동시에 즐길 수 있도록 돕는 시스템이다. 이빛컴퍼니의 자체 간편 결제 시스템인 '이빛 V-Pay'를 이용하면, 운전하면서 음성으로 음식이나 물건을 간편하게 주문할 수 있다. 구글 앱스토어에 서비스를 곧 공개한다.
전기차로 개조한 미니
이빛컴퍼니 박정민 대표가 처음부터 친환경차의 필요성을 절감했던 건 아니다. 10년 간 다니던 담배회사를 퇴사한 뒤, 2010년 자동차회사를 세웠다. 자동차 외관을 화려하게 꾸며주는 튜닝 회사였다. 공장에는 기름, 페인트 찌꺼기 등 쓰레기가 넘쳐났다. 아이의 한 마디가 계기가 됐다.
“한 대 튜닝하고 나면 공장이 그렇게 더러울 수가 없어요. 폐자재도 넘쳐나죠. 그러다 어느날 아이가 공장에 놀러와선 ‘아빠, 공장이 왜 이렇게 더러워요’ 묻더군요. 무척 창피했습니다. 그걸 계기로 튜닝을 환경적으로 의미있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다가, 차량 외부가 아닌 내부를 친환경적으로 튜닝하는 회사가 되기로 했습니다.”
전기차로 개조하기 위한 설계도
작년 160개 넘는 기업이 참여한 국제전기자동차엑스포에서 엑스포 조직위원회가 주는 히든챔피언 상을 받았다. 전시회에서 가장 많은 관심을 받아 앞으로 구매율이 가장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회사에 주는 상이다. 2019년 중소벤처기업부 산하 창업진흥원 사내벤처육성프로그램, 올해 창업진흥원의 포스트 사내벤처육성프로그램에 선정됐다. 다만 매출은 아직 수억원 수준이다.
-매출 확대 계획은요.
“양산을 통해 매출을 늘리기까지 갈 길이 멀어요. 대중화 이전까진 기업들과 협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최근 물류‧유통 플랫폼 업체인 비욘드엑스와 컨설팅 업무 제휴를 체결했어요. 물류용 전기차를 개조하는 방법 등을 중소형 법인 화물운송사와 개인 화물운송사업자에게 적극적으로 알릴 수 있게 됐죠. 앞으로 문의가 많이 들어올 것으로 기대합니다.”
자동차 하체를 전기차에 맞게 개조하고 있다
-앞으로 최종 목표는요.
“기본적으로 자동차에 사회적 가치를 부여하는 기업을 추구합니다.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에게 주어지는 인증인 비콥(B-corp)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사회적 가치에 더욱 민감해져야 하죠. 기술적인 목표는 독일 자동차 업체 벤텔러(Benteler)입니다. 전기자동차의 하체 부품을 만드는데요. 올해 초 일본 가전업체인 소니가 CES2020에서 선보인 전기차 ‘비전-S’의 하체를 벤텔러가 만들었죠. 폭스바겐, 벤츠 등 글로벌 전기차의 하체도 벤텔러가 만듭니다. 전기자동차의 핵심은 하체에요. 하체를 안정적으로 잘 만드는 게 중요합니다. 벤텔러에 버금가는 기술 회사가 되겠습니다.”
◇발달장애인과 함께 개발한 AI 데이터 가공 프로그램
윤석원 테스트웍스 대표
AI서비스 개발을 위한 데이터 가공을 전문으로 하는 스타트업 ‘테스트웍스’는 취약계층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며 포용적 고용 실현도 하는 기업이다.
AI(인공지능) 시스템을 개발하려면 수많은 데이터를 모은 후 가공해서 입력해야 한다. 그래야 AI가 원할하게 학습을 할 수 있다. 알파고에 비유하면 수많은 대국 데이터를 학습이 가능하도록 가공해서 입력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테스트웍스는 AI 개발을 원하는 기업을 위해 데이터 수집과 가공을 해주는 기업이다. ‘에이아이웍스’ 플랫폼과 ‘블랙올리브’ 솔루션을 개발했다. 이를 통해 우선 AI 학습을 위한 데이터를 수집한다. 여러 웹사이트와 모바일앱 등에서 사진, 목소리, 텍스트 등 가용한 모든 데이터를 모으는 것이다. 목소리를 알아듣는 AI라면 수많은 사람들의 목소리를 수집하는 식이다. 다음으로 이렇게 모은 데이터를 맞춤형 데이터로 가공한다. 유효한 데이터로 분류해 AI가 제대로 학습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이후 개발된 AI 소프트웨어의 테스트까지 수행한다.
직원과 함께 한 윤석원 대표
50여개 기업과 정부를 고객으로 두고 있다. 전체 임직원 99명 중 20명이 장애인, 경력단절여성 등 취업취약계층으로 구성돼 있다.
테스트웍스 윤석원 대표는 미국 코넬대에서 컴퓨터공학 석사를 취득한 후 한국으로 돌아와 12년 동안 삼성전자와 마이크로소프트(MS)를 거치며 IOT(사물인터넷) 시스템, 디저털 솔루션 개발 등을 진행했다. 수석 엔지니어까지 올랐다.
취약계층에게 소프트웨어 테스터 교육을 하면서 사업 아이디어를 얻었다. “경력단절여성과 발달 장애인을 대상으로 소프트웨어 테스팅 교육을 했어요. 교육 커리큘럼을 구성해 2달동안 교육을 했죠. 경력단절여성들은 다시 일하고 싶은 생각이 절실해요. 참 열심히 배우죠. 제가 가르친 교육생 70% 이상이 국제공인 소프트웨어 자격증을 취득했습니다. 하지만 나이가 많고 여자라는 이유로 뽑는 회사가 거의 없었어요. 발달 장애인 학생들도 처음에는 수업에 집중하지 못했지만 교육 관리 가이드대로 열심히 가르쳤더니, 모두 고학점을 받으면서 자격증을 땄습니다. 하지만 이들 역시 취업은 어려웠죠. 이들에게 취업의 기회를 줄 수 있는 일을 하기로 했습니다.”
인공지능이 학습 가능한 형태로 데이터라벨링 작업을 하는 모습
다니던 회사를 나와, 직접 교육했던 발달 장애인 3명과 경력단절여성 직원 4명으로 팀을 구성해 AI 데이터 가공 사업을 시작했다. 의뢰를 받아 데이터를 수집하고 가공해서 공급하는 사업이다. 이후 인공지능 데이터 수집 플랫폼과 인공지능 관리 솔루션을 자체 개발해 데이터 구축의 전문성을 높였다.
자체적으로 발달 장애인 직원을 위해 자체적으로 자기관리 체크리스트, 생활지도 매뉴얼 등을 만들었다. 전문가의 잡 코칭 등을 통해 안정적으로 일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비장애인과 장애인 모두 정규직으로 채용하고 있어요. 급여와 복지, 전문성을 높이기 위한 교육지원도 공평하게 제공하고 있습니다.”
윤석원 대표
회사 성장세가 가파르다. 한국MS, 삼성전자, SK텔레콤, 아모레퍼시픽, 정보통신산업진흥원, 한국가스공사 등 50여곳 기업과 공공기관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작년 49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올해 100억원을 바라보고 있다.
투자도 연이어 유치하고 있다. 2018년 임팩트 투자전문기관 'D3쥬빌리파트너스'에서 10억원, 중소벤처기업부 시장확대형 R&D투자에서 2년 간 6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장애인을 위한 인공지능 개발 데이터 구축사업 등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다. SK텔레콤과 협업해 ‘시각장애인을 위한 시각적질의응답(VQA) 데이터 구축’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한국정보화진흥원(NIA)의 ‘시각장애인을 위한 인도 보행 영상 AI데이터 구축’ ‘스마트워크 서비스 확산 지원 사업’ 과제도 수행했다. 2017년 서울시 사회적 경제 우수기업에 선정됐다.
윤석원 대표는 문재인 대통령의 북유럽 3국 순방길에 6개 IT소셜벤처사에 뽑혀 동행했다.
작년 문재인 대통령의 북유럽 3국 순방길에 6개 IT소셜벤처사 중 하나로 뽑혀 동행했다.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한-스웨덴 소셜벤처와의 대화’ 행사에 참가했습니다. 테스트웍스의 기업 비전과 소셜미션을 소개하고, IT 분야에서의 취약계층 고용 사례 등을 공유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앞으로 계획은요.
“AI 학습용 데이터 가공시장이 계속 빠르게 성장할 전망입니다. 양질의 데이터셋을 구축하고, 고객사들이 빠르게 성과를 얻을 수 있도록 데이터 솔루션 개발도 지속적으로 할 계획입니다. 미국, 독일, 일본, 베트남 등 해외에도 진출할 예정입니다. 취약계층 채용 프로세스 등 포용적 고용 모델도 수출하고 싶습니다. 계속 성장하면서 사회적 가치도 확산하는 기업이 되겠습니다.”
/박유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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