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어디에도 없는 골프티 개발한 이상직 브이스마트 이사
많은 아이디어가 발상의 전환이나 우연에서 시작되지만, 상품으로 시장에 나오려면 부단한 노력과 시행착오가 필요합니다. 좋은 아이디어가 있어도 실행은 엄두내기 어려운데요. 나만의 아이디어로 창업을 꿈꾸는 여러분에게 견본이 될 ‘창업 노트 훔쳐보기’를 연재합니다.
골프를 칠 때는 앞 홀에서 잘 친 사람이 먼저 친다. 일종의 핸디캡을 주는 것이다. 나중에 치는 사람은 먼저 친 사람의 샷을 보고 골프장의 조건이나 스윙 등을 참고할 수 있다.
골프의 시작을 알리는 티 샷은 모두에게 떨리는 순간이다. 묵직한 드라이브를 들고 힘껏 스윙을 했을 때 공이 원하는 방향으로 흘러가길 바라지만, 모두에게 그런 짜릿함이 주어지지 않는다. 조금만 삐끗해도 공은 페어웨이를 쉽게 벗어난다. 이상직 브이스마트 신사업개발부 이사(53)는 티샷을 도와줄 수 있는 최종병기를 개발했다. 이 이사를 만나 골프의 시작과 끝을 들었다.
◇골프에서 골프티가 중요한 이유
‘최종병기 골프 골프 티’는 초보 골퍼나 골프 방향을 잡고 싶은 이를 위한 골프 티다. 공을 놓았을 때 로켓 발사대 모양으로 거치해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준다. 런치 각을 15도 이상 잡아줘 각을 잡기 어려운 초보, 여성 골퍼의 비거리 손해를 줄여준다. 공의 사이드 회전을 방지해 클럽 페이스와 직각 방향으로 공을 보낼 수 있다. 직진성이 보장되는 구조다.
브이스마트는 칫솔도 다룬다. 트리플 브리스틀 3중모 음파진동칫솔은 칫솔면이 3개다. 치아 모양과 크기, 위치에 맞춰 3면의 칫솔모가 치아 표면을 구석구석 닦아준다. 부정교합이나 덧니·임플란트·교정치아도 쉽게 사용할 수 있다. 분당 3만1000번의 초고속 진동이 미세 기포를 만들어 부드럽게 치아를 닦아준다. 강(H), 민감(S), 마사지(M) 총 3가지 진동 모드가 있다.
◇전설의 영업사원이 퇴사한 이유
고등학교를 졸업 후 곧장 사회생활에 뛰어들었다. 1994년 삼성카드 가맹점 영업사원으로 입사했다. 7년 뒤 롯데카드로 스카우트 돼 이직했다. “파트장을 맡아 2년 만에 연간 카드 사용액을 2000억원에서 1조2000억원으로 6배 성장시켰습니다. 회사에서 일 잘한다고 인정해 줬지만 내심 불안했어요. 10년 뒤, 20년 뒤에도 과연 이렇게 일할 수 있을까 싶었죠.”
제2의 인생을 고민하다 대학 진학을 결심했다. “당시 직장 동료들과 동호회를 꾸려 야구, 골프 등 스포츠 활동을 활발히 했는데요. 특히 골프는 나이 들어서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 애착이 갔어요. 제 나이 서른여섯에 시작했는데도 늦지 않았더군요. 제대로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에 2004년 건국대 체육과에 입학했고 골프 관련 자격증도 땄죠. 그때까지만 해도 ‘취미’의 수준이었어요.”
취미를 ‘업’으로 발전시켰다. “골프와 일을 병행했어요. “아침 6시에 골프 연습장에 가서 8시 반까지 연습하고, 회사에 출근에 근무하다가 점심시간 30분에도 연습, 퇴근 후 7시 반부터 밤 11시까지도 또 연습했습니다. 그것도 부족해 연세대 대학원 체육과에서 몸의 움직임이나 공이 나아가는 원리 등을 공부했습니다. 마침내 골프 경기지도자 자격증을 취득하고 골프 레슨을 할 정도가 됐죠.”
골프 연습장에서 만나는 이들이 털어놓는 고민은 비슷했다. 원하는 대로 공이 나아가지 않는다는 점이다. “원인은 다양했어요. 골반이 아예 틀어져 있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한쪽 팔에 힘이 많이 실린 사람, 허리를 돌리는 힘을 잘 쓰지 못하는 사람도 있었죠. 하지만 자세 교정도 어느 정도 한계가 있습니다. 가령 계속 공이 오른쪽으로 휘는 사람은 왼쪽으로 친다고 생각하면 직선으로 나아갈 수 있죠. 이런 요령을 더 빨리 익힐 수 있는 아이디어 상품을 개발하고 싶었습니다.”
◇최종병기 골프 티 개발 노트
1. 소모품을 찾아라
골프에서 가장 정확성을 요하는 순간은 퍼터를 칠 때다. 조금만 삐끗하면 홀인을 코앞에 두고 타수가 늘어난다. “공에 집중하기 위한 방법으로 퍼터에 다이아몬드 모양의 큐빅을 박는 아이디어를 고안했습니다. 큐빅의 반짝거림이 어드레스(자세를 잡는 단계)할 때 알맞은 자세를 찾을 수 있는 힌트가 되도록 했죠.”
퍼터에 큐빅을 박는 것으로는 사업화에 한계가 있었다. “주도적인 판매가 불가능했어요. 소비자가 퍼터를 가져오면 큐빅을 박아준다는 건, 한마디로 돈이 되는 사업이 아니었죠. 국내외 골프 용품 사이트의 제품 소개 페이지를 수십장 넘기면서 다른 아이템을 고민했습니다. 특히 주목했던 건 ‘소모품’이었어요. 한 번 쓰면 계속 찾게 만드는 물건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동창회 친구들과 골프를 치던 중에 한 가지에 꽂혔다. 골프의 시작을 알리는 ‘골프티’였다. “여자 골퍼들이 골프티를 꽂는 걸 무척 어려워하더군요. 잘 꽂히지 않아 불안하다거나 골프티 때문에 스윙이 오히려 어려울 때가 있다는 불편함이었죠. 그 자리에서 결심했습니다. 골퍼들이 가지고 싶은 골프티를 만들자고요.”
2. 작은 막대기 하나에 수많은 과학적 원리를 담다
그간 대학교, 대학원을 다니며 배웠던 움직임의 원리를 다시 한번 되짚었다. 부족한 부분은 해외 논문을 뒤져서라도 보완했다. “이를테면 매그너스 효과와 베르누이의 법칙을 골프티에 담아내려 했습니다. 공의 회전을 제한하면 슬라이스(공이 오른쪽으로 휘는 샷)나 훅(공이 왼쪽으로 휘는 샷)을 방지할 수 있습니다.”
어릴 적 배웠던 관성의 법칙도 도움이 됐다. “공을 멀리 보내려는 드라이버와 가만히 있으려는 골프공이 부딪히는데요. 이때 강한 압축을 만들어주면 비거리가 더 늘어나는 원리를 적용했죠. 그러려면 골프티에서 공이 닿는 부분에 탄성이 어느 정도인지가 매우 중요했습니다. 너무 단단하면 드라이버에 손상을 줄 수 있고, 너무 말랑하면 땅에 잘 꽂히지 않는다는 단점이 있었죠.”
골프티의 위와 아래의 경도를 달리했다. 바닥에 꽂는 부분은 더 단단하게, 공이 닿는 부분은 더 말랑한 재질이다. “공이 닿는 부분에는 공이 나아갈 방향으로 화살 표시를 그려 넣었습니다. 옆에서 보면 공이 나아가는 방향을 마치 가로막듯이 골프티가 휘어져 있는데요. 이 반발력이 공에 힘을 더해줘 비거리가 늘어나게 됩니다.”
3. 골프티로 만든 세상에서 가장 작은 광고판
2018년 가을, 수십번의 시제품을 제작한 끝에 골프티를 완성했다. 영화 제목인 ‘최종병기 활’을 떠올리며 ‘최종병기 골프 티’라는 이름도 지었다.
“그해 9월 특허를 줄원했습니다. 대개 출원 후 등록까지는 짧아야 6개월, 길게는 2년까지도 걸리는데요. 최종병기 골프 티는 4개월 만에 등록 결정 연락을 받았습니다. 출원 신청서에 과학적인 원리와 근거를 빼곡히 작성해 제출한 덕분이죠.”
최종병기 골프티의 측면에는 직사각형의 빈칸이 보인다. “광고판입니다. 골프티는 골프를 즐기는 개인이 구매하기도 하지만, 골프장이나 캐디들이 한꺼번에 사기도 해요. 이때 원하는 문구를 새겨줄 수 있도록 공간을 마련했습니다. 카드·보험사나 백화점 등에서 사은품으로 나눠주기에도 좋죠. 세상에서 가장 작은 광고판이 아닐까요.”
4. 개발이 힘들 땐 수입이란 길도 있다
최종병기 골프티를 개발하며 삶이 크게 달라졌다. 수입·유통·판매사인 브이스마트라는 소속이 생겼다. “최종병기 골프티를 개발할 당시 브이스마트 대표님에게 투자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이후 정식으로 입사해 신사업개발부 이사로 근무하고 있죠. 지금도 골프 연습용 매트, 자세 교정을 도와주는 의류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개발이 힘들 땐 수입·유통 분야에 아이디어를 더하기도 한다. “골프용품 자료 조사를 하다 보면 미국 온라인 마켓을 들여다볼 일이 많은데요. 미국의 한 치과의사가 할아버지 때부터 3대째 치아를 연구해 왔다며 개발한 3중모 음파진동칫솔이 눈에 띄더군요. 일명 ‘트리플 브리스틀’이라 불리는 이 칫솔은 음파에 의해 발생한 공기 방울이 치아 사이를 왔다 갔다 하면서 이물질을 제거해 주는 원리였죠. 5년 전 정식으로 독점 수입 계약을 맺어 국내에 들여왔습니다.”
◇내 인생은 ‘골프’로 요약된다
아침에 눈뜰 때부터 잠들 때까지 마음속엔 온통 ‘골프’ 뿐이다. “사람을 만날 때마다 골프 얘기를 합니다. 신나게 떠들다 보면 어느 순간 앞에 앉은 사람의 표정에서 뭔가 느껴지죠. ‘또 시작이네’라고 말하는 듯한 표정이요. 대학교, 대학원에 이어 최종병기 골프티를 개발하기까지 정말 많이 공부했지만 아직 배우고 싶은 게 많아요. 골프 연습장에서 ‘이런 자세는 어떨까?’, ‘저런 자세는 어떨까?’ 하며 연구하는 낙으로 삽니다.”
골프에 빠진 사람은 비단 이 이사뿐만이 아니다. 레저산업연구소의 자료를 보면 2021년 기준 우리나라의 골프 인구는 564만명에 이른다. “국민소득 3만불 시대에 접어들면서부터 골프가 대중적인 스포츠가 됐습니다. 골프는 나이에 관계없이 즐길 수 있어요. 최근에 88세 어르신과도 필드를 나간 적이 있습니다. 늦었다고 생각하지 마세요. 골프를 시작하기에 늦은 나이는 없습니다.”
/이영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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