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추 통증 앓던 헬스 트레이너
혼자서 전국 공장과 전문가 수소문하며 수년 간 연구
‘누워서’ 체형 교정하는 운동기구 개발
성공 확률이 가장 높은 창업 중 하나가 하는 일에서 아이디어를 얻는 것이다. 헬스 트레이너를 하다 집에서 손쉽게 체형을 교정할 수 있는 체형교정 운동기구를 개발한 ‘마스터핏’ 이완재 대표를 만났다. 고객에게 추천할만한 운동기구가 없어서 고민하다 창업했다고 한다.
◇운동에 미친 사내가 개발한 교정운동기구
이완재 대표
마스터핏의 체형교정 운동기구 ‘밸런스냅’은 얼핏 봐선 운동기구가 아니다. 이상하게 생긴 의자 등받침같다. 운동방식도 불편한 부위에 기구를 대고, 누워 있는 게 끝이다. 그러면 스트레칭과 마사지 효과가 난다. ‘누워 자면 운동이 된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온라인몰(https://bit.ly/3qV5U6B)을 중심으로 판매가 급증하고 있다. 크라우드펀딩 사이트 와디즈의 2020년 100대 상품에 뽑혔다.
밸런스냅을 개발한 이완재 대표는 운동에 미친 사내였다. 학창시절 가장 자신 있는 종목은 격투기였다. 고3 때 전국화랑무술대회 격투기 부문 3위에 올랐다. 고등학교 졸업과 함께 레저스포츠학과에 진학했다. 스킨스쿠버, 골프, 헬스 등 다양한 운동을 섭렵했다. 국가공인 스포츠지도사(보디빌딩), 적십자 응급처치원, 스포츠마사지, 재활테이핑 등 많은 자격증도 땄다.
밸런스냅에 누워 체형을 교정하고 있는 이완재 대표
대학 졸업 후 자연스레 ‘헬스 트레이너’가 됐다. “선천적으로 척추분리증이 있어요. 운동을 많이 하면 심한 척추 통증이 오죠. 마사지, 재활 치료 받을 일이 많았는데요. 몸으로 겪으며 관련 일에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비슷한 고통을 겪는 분들을 제대로 관리하는 ‘퍼스널 트레이닝(PT)’에 도전하기로 했습니다.”
고객을 지도하면서 외형적인 근육미 보다는 신체의 균형을 잡아주는 데 집중했다. “고객의 비틀어진 자세를 교정해주고 마사지도 수시로 해드렸습니다. 고객이 체형 불균형의 고통에서 해방될 때마다 큰 보람을 느꼈습니다.”
트레이너 시절 1:1 PT 지도를 하고 있는 이완재 대표
좋은 트레이너란 입소문이 나면서 개인 PT샵까지 오픈했다. 공부도 이어나갔다. 대학원에 진학해 ‘스포츠의학 스포츠재활 이학’ 전공으로 석사를 따고, ‘운동의과학임상운동학’ 박사를 수료했다. “신체의 원리를 하나 하나 깨우치는 데 좋은 공부가 됐습니다.”
◇가장 편하고 귀찮지 않은 운동 방법은 뭘까
신체에 대한 전문지식이 쌓일수록 한편으론 답답함이 커졌다. “고객들에게서 체형교정 기구 문의가 많았는데, 자신있게 추천할만한 제품이 없었어요. 재활의 핵심은 신체 전체의 균형을 찾는 데 있습니다. 허리가 아프다고 해서 허리만 마사지받거나 물리치료해선 안되죠. 전신 관리가 중요합니다. 아픈 곳만 케어하면 된다는 건 큰 착각입니다. 그런데 시중엔 허리, 척추 등 특정 한 부위만 관리하는 기구 밖에 없었어요. 차라리 잘 됐다. 내가 직접 개발해보자. 결심했습니다.”
밸런스냅 초기 구상 단계
체형교정의 핵심 3요소로 마사지, 스트레칭, 운동을 설정했다. “체형을 교정하려면 우선 뭉쳐있던 근육을 마사지로 부드럽게 풀어줘야 합니다. 이후 스트레칭으로 몸을 늘려서 가동범위를 늘려줘야 하죠. 이 상태에서 마지막으로 운동을 해야, 체형을 교정하고 신체능력을 강화시킬 수 있습니다.”
3가지 요소를 한 번에 해결하면서, 공간도 거의 차지하지 않는 운동기구 개발에 들어갔다. 사용 방법은 간단하고, 쓰는 게 귀찮지 않아야 했다. “운동하면서 좋은 자세를 오래 유지할 수 있게 하는 데 초점을 맞췄습니다. 일시적인 자세 교정은 효과가 없거든요.”
트레이너 시절 1:1 PT 지도를 하고 있는 이완재 대표
‘가장 편한 자세로 운동하는 방법은 뭘까’ 고민하다 누워서 운동하는 기구를 떠올렸다. “누워서 하는 것보다 편한 운동방법이 있을까요. 신체 모양에 맞게 만들어서 목, 등, 척추, 허리, 골반 등 불편한 신체부위에 대고 누워만 있는 것으로 신체 교정 효과가 날 수 있도록 제품을 설계했습니다.”
마사지 효과를 내기 위해 신체 부위에 딱 들어맞는 돌기와 홈도 달았다. 몸에 댄 상태에서 목을 좌우로 살살 움직이면 지압받는 듯한 압력이 느껴진다. “돌기 재질은 탄성우레탄으로 제작했습니다. 여기에 헤드와 바디를 분리할 수 있도록 해서 근육 부위별로 섬세한 마사지 느낌을 받을 수 있도록 고안했습니다.”
◇1년 만에 시제품, 비교 테스트 진행 후 출시
밸런스냅 개발 회의를 하는 모습
개발 착수 1년 만에 기본 설계도가 나왔다. ‘밸런스냅’이라 이름붙였다. 제품 하나로 전신의 밸런스 케어가 가능하다는 뜻을 담았다. 도면을 들고 전국의 공장을 뒤져 수소문 3개월만에 시제품을 만들어줄 공장을 겨우 찾아 시제품 제작에 성공했다.
시제품이 나온 후엔 전문가를 찾아 나섰다. 이호성 단국대 메디스포츠 연구소장 등 다양한 전문가들의 자문을 받아 제품력을 개선했다. 밸런스냅으로 할 수 있는 다양한 운동과 마사지법을 개발해 교재도 만들었다.
밸런스냅
마지막으로 사례자를 모아 제품 테스트를 진행했다. “중년 직장여성 22명을 모아 운동 효과를 테스트했습니다. 11명은 4주간 목, 등, 허리, 복부, 골반 등 5부위에 3분씩 총 15분 동안 밸런스냅을 이용하도록 했고요. 다른 11명은 평소와 똑같은 생활을 하도록 했죠. 밸런스냅 이용 실험군의 체성분, 유연성, 수면장애 척도가 월등히 좋은 것으로 나왔습니다. 체형 교정은 물론 피로 회복과 수면의 질 개선 효과까지 나타난 거죠.”
-어떤 식으로 신체의 정상각도를 찾게 해주나요.
“예를 들어 목의 각도를 결정하는 건 두개척추각과 두개회전각입니다. 두개척추각은 펴져야 하고 두개회전각은 당겨져야 하죠. 이 균형이 깨지면 목이 구부정해집니다. 이런 분이라면 날개뼈를 밸런스냅의 바디(몸통 부분)에 대고 누우면 됩니다. 그러면 두개척추각이 펴지죠. 이후 자세를 바꿔 목을 밸런스냅의 헤드(윗부분)에 대고 누우면 두개회전각이 당겨집니다. 이런 식으로 몸 전체를 관리할 수 있습니다. 단지 목을 풀어주는 느낌 정도만 주는 다른 운동기구와는 다르죠.”
밸런스냅 공장 제조 모습
온라인몰(https://bit.ly/3qV5U6B) 출시 후 첫 판매부터 대박이 났다. 작년 5월 국내 최대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 ‘와디즈’에 제품을 올렸다. 목표금액의 1780%를 펀딩했고, 연간 1만개 넘게 올라오는 제품 중 단 100개만 선정하는 ‘와디즈 어워드 2020’도 받았다. 1만 분의 100 확률. 하나의 기구로 신체의 모든 부위를 마사지하고 스트레칭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은 덕이다. “부위 별로 운동기구가 모두 달라 개별 장만하시는 분들이 있는데요. 그럴 필요가 없어진 거죠. 효과와 경제성 모두를 잡았다는 반응이 많습니다.”
◇‘돈과 시간 부담 없이 누구나 접근 가능’이 목표
밸런스냅은 몸통과 머리 부분이 분리가 된다
-어떨 때 보람을 느끼나요.
“좋은 소비자 리뷰를 볼 때요. ‘1대1 PT 받는 것과 다르지 않다’, ‘가만히 누워만 있어도 된다’, ‘마사지를 해주니 피로가 풀려 잠들어 버린다’ 같은 리뷰가 기억에 남네요.”
-헬스 트레이너를 하다가 스타트업 대표를 하니 어떤 차이가 있나요
“지난 1년 간 너무 힘들었습니다. ‘다른 사람 건강 위하는 제품 만들다가 내 건강 잃겠다’ 생각도 들었죠. 과로로 쓰러질 뻔한 적도 여러 번 있습니다. 제품 개발 외에 챙길 게 무수히 많은 점도 힘들었습니다. 쇼핑몰 상세페이지 제작, 마케팅 등 신경쓸 게 정말 많더군요. 기업 운영을 위해 챙겨야 할 것도 정말 많았습니다. 결정의 무게는 이전과 차원이 달랐죠. 결국 스트레스의 연속이었습니다. 하지만 후회한 적은 없습니다. 훨씬 진취적인 삶을 살게 됐고요. 1대1 PT를 할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사람에게 영향력을 끼칠 수 있게 됐습니다. 정말 행복합니다.”
밸런스냅 위에서 운동하는 이완재 대표
-앞으로 계획은요.
“해외 진출이 당면한 과제입니다. 이미 일본 펀딩 사이트에 제품을 올렸는데요. 한국보다 비싼 가격인데도 좋은 실적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미국 아마존 진출도 추진하고 있습니다. 신제품 출시도 해야 합니다. 이미 밸런스냅에 의자를 접목한 제품을 개발한 상태입니다. 관련해서 23건의 특허를 출원했습니다.”
-기업가로서 목표가 있다면요.
“체형 교정의 판을 바꾸고 싶습니다. 재활이나 마사지 하면 전문가한테 받는 것 외엔 방법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무척 비싼데도 말이죠. 전문가의 손길에서 벗어나는 순간 신체가 바로 예전으로 돌아오기도 합니다. 돈과 시간 부담에서 벗어나 혼자서도 얼마든지 체형을 교정할 수 있도록 돕고 싶습니다. 건강한 제품을 전문으로 하는 브랜드가 되겠습니다.”
/강도림 에디터
'인터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연대 경영 나와 영어학원, 학생 너무 늘자 한 의외의 선택 (1) | 2024.07.12 |
---|---|
'환경첩보원'으로 살다 천연샴푸 개발한 남자 (0) | 2024.07.12 |
연예인 꿈꿨지만 용접기 팔던 청년, 공무직 취업 반전의 인생 (0) | 2024.07.12 |
제가 짝지어 줬더니 98% 성공률, 비결은요 (0) | 2024.07.11 |
명퇴 후 연전연패한 37년 삼성맨, 선택한 뜻밖의 일 (0) | 2024.07.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