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금융 업무 솔루션
베트남 5대 은행 등에 공급
동남아 대표 금융IT 기업 목표
세계적인 결제혁명이 진행되고 있다. 중국은 QR코드에 의한 결제가 오래 전 자리잡았고, 한국도 각종 페이가 대중화되고 있다. 한국을 넘어 베트남까지 가서 결제 사업을 하는 한국 스타트업이 있다. ‘인포플러스’의 최광일 본부장을 만났다.
◇무작정 건너간 캄보디아
디캠프 디데이에서 발표하는 최광일 본부장
인포플러스는 베트남에서 B2B 금융 전문 API 플랫폼 사업을 한다. 베트남 현지 은행과 기업,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계 은행과 기업을 연결하는 금융 솔루션을 제공한다. 오프라인 지점을 방문하지 않고도 각종 금융 업무를 볼 수 있는 연결 솔루션이다.
한국은 이미 자리잡은 시스템이지만, 베트남은 이제 시작 단계다. 의욕은 매우 강하다. 베트남 정부는 ‘현금 없는 사회’를 선포하고, 2025년까지 현금 사용률을 8% 미만으로 낮추겠다는 목표를 천명했다. 다만 의지를 뒷받침할 IT 인프라가 아직 부족하다. “베트남은 1990년대 한국과 거의 비슷해요. 당시 한국과 지금 베트남을 비교하면, 지금 베트남 사람들은 스마트폰을 쓴다는 차이점만 있죠. 그런 환경에서 은행과 기업, 개인 고객들을 연결하는 플랫폼을 조성하고 있습니다.”
대학 시절 최광일 본부장
최광일 본부장은 울산대에서 조선해양공학을 전공했다. 일찍 세상이 보고 싶었다. 대학생 시절 무작정 캄보디아로 건너갔다. “선배들 보면 울산에 있는 대형 조선소에 취직하는 식으로 진로가 정해져 있어요. 쳇바퀴 도는 삶을 살게 되죠. 전 이미 짜인 프레임대로 사는 게 싫었어요. 마침 창조 경제 붐도 불고 있었고. 뭐가 됐든 도전해야 겠다 싶어 캄보디아로 건너 갔습니다.”
코트라의 청년 해외 창업 프로그램 지원을 받게 됐다. 캄보디아에서 폐선박을 이용한 태양열 발전 모델을 구상했다. 하지만 천문학적인 돈이 필요한 일이라 무산됐다.
그대로 한국으로 돌아갈 순 없어 ‘뭐라도 해보자’ 심정으로 캄보디아 시장을 샅샅이 뒤졌다. 캄보디아의 IT전공 대학생이 눈에 들어왔다. “캄보디아 학생들은 기본적으로 영어 뿐 아니라 프랑스어에도 능통해요. 거기에 IT 전공까지 했는데 전공을 살리지 못 하더라고요. 인건비는 한국의 1/10 수준인데 말이죠. 한국 기업과 캄보디아 IT 개발자를 연결하는 아웃소싱 업체를 창업 했습니다.”
◇핀테크 스타트업에서 제대로 접한 동남아
캄보디아 창업 시절 최광일 본부장
오래 가지 못했다. 무작정 덤벼선 안된다는 교훈만 얻은 채로 2년 만에 사업을 접었다. “후회하지 않습니다. 한국 밖에서 한국의 IT산업을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가졌거든요. 내부에서 보는 것과 확실히 차이가 있어요. 후에 일을 하는 데 큰 도움이 됐습니다.”
캄보디아 생활을 마치고 학교로 복귀했다. 적응이 쉽지 않았다. “어설프게 사회 생활을 어설프게 하다 학교로 돌아오니 더 힘들더라고요. 할 수 없이 교수님들 찾아가 ‘관련 대외활동을 열심히 할테니 학점 어드밴티지를 주실 수 있냐’고 했더니 많이들 허락해 주셨어요. 드론십(자율무인선박) 관련 내용으로 2015년 미국 해군연구청이 주최한 로봇 대회에서 상을 받는 등 여러 활동을 한 끝에 학교를 졸업할 수 있었습니다.”
인포플러스 임직원들
학교 졸업 후 대성산업 기계사업부를 거쳐, 핀테크 기업 ‘핑거’에 들어갔다. “처음부터 안정적인 회사의 직장인이 될 생각은 없었어요. 캄보디아 창업 실패 후에 ‘칼을 갈고’ 있었는데, 핑거에서 좋은 제안을 해주셨습니다. 동남아 총괄 매니저로 일해달란 거죠. 바로 오케이해 일하면서 많은 경험을 했고, 자신감도 얻게 됐습니다.”
핑거를 나와 베트남 반도체 기업 SNST에 들어가 인력 선발 업무를 맡기도 했다. “베트남 현지 업체를 경험하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동남아 전문가 모인 인포플러스
인포플러스 임직원들
그렇게 총 6년 정도 동남아 경험을 한 후 2019년 인포플러스에 4인의 창립멤버로 합류했다. 회사 특성 상 한국과 베트남 모두 사무실이 있다. “한국에선 R&D와 투자 유치가 이뤄지고요. 베트남에선 서비스 운영과 고객 응대가 이뤄집니다.”
-다른 창업 다른 멤버들도 동남아와 인연이 있나요?
“그럼요. 모두 4년 이상 동남아 체류 경험이 있습니다. 지금도 저를 빼고는 모두 베트남에사 일합니다. 은행 등 금융회사 경력자도 포진해 있어서요. 현지 기업들이 믿고 서비스를 맡기고 있습니다.”
-왜 하필 베트남인가요.
“베트남이 비즈니스를 하기에 가장 알맞은 발전 단계에 있습니다. 코로나 시국에도 플러스 성장을 기록하는 등 경제 상황이 좋고요. 문화, 종교, 관습이 한국과 굉장히 비슷한 이점도 있습니다. 여기에 베트남의 휴대폰 가입자가 약 1억 4천만명 정도로 시장 규모도 좋습니다. 이런 잠재력을 바탕으로 현지인의 니즈를 공략하면 충분히 승산있겠다고 판단했습니다.”
◇베트남 진출 한국 기업부터 공략
김민호 인포플러스 대표
-창업 초반 힘들었던 점은 뭐였나요.
“사업 방식에 차이가 있습니다. 한국은 프로젝트에 착수할 때 클라이언트에게서 돈을 받습니다. 하지만 베트남은 저희 처럼 신생업체일 경우 선(先)투자 후(後)수익쉐어 구조에요. 프로텍트를 수주받으면 우선 우리가 먼저 관련 시스템 구축을 해야 하고, 이후 수익이 나면 나누는 구조죠. 그래서 비용 압박이 생길 수 있습니다.”
-어려움을 어떻게 극복했나요.
“신뢰 확보가 우선이었습니다. 빠른 안착을 위해 한국계 기업부터 공략했습니다. 베트남 내 외국계 1위인 신한은행 베트남 법인이 저희 고객이죠. ‘한국 금융사들이 IT가 굉장히 끝내준다’는 현지 인식이 있는데, 그 시스템을 구축한 게 우리 회사란 사실이 알려지면서, 현지 은행에도 영업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됐습니다. 그렇게 신뢰를 확보하는 데 3년은 걸린 것 같습니다.”
◇동남아 대표 금융IT 기업 목표
업무에 열중하는 인포플러스 임직원들
인포플러스는 올해 4년 차다. 베트남 5대 은행 중 하나인 BIDV, 국영 석유기업 Petrovietnam에 금융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베트남에선 두 번째로 ‘유니콘’기업이 된 ‘VN페이’도 인포플러스의 솔루션을 쓰고 있다.
매출도 계속 늘고 있다. 작년 400만달러(한화 약 44억) 매출을 달성했고, 디캠프(D.CAMP·은행권청년창업재단)가 1월 주최한 올해 첫 디데이(창업경진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워크샵 중인 인포플러스 임직원들
-앞으로 계획은요.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에 진출하는 한국 기업들이 가장 먼저 떠올리는 금융IT기업이 되면 좋겠습니다. ‘동남아시아’하면 인포플러스를 떠올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올해까지는 베트남 사업에 집중하고요. 내년에는 라오스, 미얀마, 캄보디아 라인을 겨냥해보려고 합니다. 5년 후에는 아프리카까지 진출하는 게 목표입니다.”
-예비창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실행할 수 있는 용기가 가장 중요합니다. 하늘 아래 새로운 건 없습니다. 저희가 지금 베트남에서 잘 하고 있는 일 역시 완전히 새로운 것은 아닙니다. 남들도 다 생각한 아이템이죠. 하지만 실행으로 옮겨 실제 도전한 건 저희 인포플러스에요. 용기 있는 실행력이 가장 중요합니다.”
/김윤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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