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팝 스타 황치열과
모교 폴리텍 인연 화제
한국폴리텍대학 구미캠퍼스 전경
유명인들의 모교 사랑이 화제가 될 때가 있다. 꼭 대단한 명문대 출신만 학교를 내세우는 게 아니다. 연예계에선 몇 년 전부터 가수 황치열 씨와 한국폴리텍대학의 인연이 화제가 되고 있다.
전국 40개 캠퍼스를 갖춘 폴리텍대는 기술 교육에 초점을 맞춘 실무 중심 대학이다. 황치열 씨는 18년 전 이곳의 구미캠퍼스 기계시스템과를 나왔다. 황 씨는 자주 이곳을 찾아 후배들을 만나고 장학금도 기부한다고 한다.
◇18년 전 졸업한 한류스타가 모교 찾아오는 이유
K-POP 한류스타 황치열씨는 한국폴리텍대학 구미캠퍼스 기계시스템과 동문이다. 2016년 중국판 ‘나는 가수다 시즌4’에 출연해 ‘황쯔리에 신드롬’을 일으키면서 500만명 규모의 중국 팬클럽을 거느리고 있다.
황씨의 모교 사랑은 선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의 국내외 팬들도 구미와 폴리텍대 구미캠퍼스를 찾으면서, 주변 식당과 숙박을 중심으로 소비 진작 효과가 발생하는 것이다. 지역 대학에서 배출한 인재가 지역 경제 활성화에 이바지하는 좋은 사례다. 청년 실업이 심각한 상황에서 직업 교육의 가치를 알리는 일도 되고 있다.
이재직 폴리텍대 구미캠퍼스 교학처장을 만나 대학과 출신 유명인 사이 선순환 구조를 들었다.
황씨에 대해 설명 중인 이재직 교학처장(왼쪽)과 황씨의 친필 싸인.
-황치열씨가 기술을 전공한 계기가 궁금합니다.
“황치열씨가 기술자 집안에서 나고 자랐어요. 치열씨 아버지가 과거 지방기능경기대회 경북 지방 금메달리스트일 정도로 훌륭한 기술인입니다. 저와 개인적인 친분도 깊은데요. 1980년대 용접이 인기 직종이었을 때 이름을 날리던 전문가였죠. 치열씨 아버지가 공장을 물려주려고 두 아들에게 기술을 배우라고 권유했다고 해요. 치열씨 형도 폴리텍대학에서 기계를 전공했습니다. 막내 아들이 가수가 되고 싶다고 밝힐 때 섭섭함을 느낄 정도로 아버지가 기술에 대한 자부심과 애착이 컸다고 해요.”
-재학생 시절 황씨는 어떤 학생이었나요.
“매사 적극적이고 친구들에게 널리 사랑받는 학생이었습니다. 물론 기술을 공부하면서도 가수에 대한 미련을 못 버려서 수업이 끝나고 나면 금오산에서 혼자 노래를 연습했다고 하더군요. 노력이 빛을 봐서 참 다행입니다.”
황씨의 졸업사진
폴리텍대 재학 당시 황씨의 실습 작품
-황씨의 모교 사랑이 남다르다고 들었습니다.
“지난해 11월 장학금 1000만원을 기탁했어요. 매년 장학금을 기증하겠다고 약속했고요. 학교에 큰 행사가 있으면 마다 않고 달려와줘요. 앨범 CD 1000장을 학교에 기증하기도 했죠. 모교뿐만 아니라 자신이 나고 자란 지역에 대한 애정도 커요. 매년 금오종합사회복지관에 있는 ‘황치열 dream 어린이도서관’에 책을 기증하고 있어요. 지난해 3월에는 대구, 경북지역에 코로나19 성금 5000만원을 기부한 걸로 알고 있어요. 선한 영향력을 전할 줄 아는 청년입니다.”
-캠퍼스 안에 황치열씨 이름을 딴 녹지 공간이 있던데요.
“‘여리숲’ 말씀하시는 군요. 홍콩, 싱가폴, 대만, 중국, 일본 등 9개국의 팬들이 연합을 맺어 조성한 숲이에요. 캠퍼스 내에 있는 건 제2호 여리숲입니다. 1호 숲은 2018년 구미 금오산 조각공원에 세워졌어요. 팬덤의 영향력이 모교까지 전파된 건 이례적인 일입니다. 여리숲은 학생들 뿐 아니라 주민을 위한 휴게 공간으로 지역에 개방해 모두가 함께 즐기는 공간으로 만들었습니다.”
황씨가 폴리텍대 구미캠퍼스에 장학금을 기부할 때 모습
캠퍼스 내 여리숲 조성 행사에 참석한 이 교학 처장과 황씨(왼쪽부터 차례로)
◇취업유지율 92.5% 달성한 비결
구미캠퍼스의 또 다른 자랑은 지난해 11월 개관한 소재•부품 융합기술센터(러닝 팩토리)다. 실제 산업현장과 똑같이 구현했다. 제품 설계부터 디자인, 가공, 완성이 이르는 전 공정을 하나의 공간에서 실습할 수 있는 기술 교육 시스템이다.
2019년 정부가 '제조업 르네상스 비전 및 전략'을 발표하면서 2030년까지 스마트산단을 20개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구미산업단지도 스마트산단 중 하나로 선정됐다. 폴리텍대 구미캠퍼스는 이번 기회를 구미 지역을 활성화 할 계기로 보고 스마트팩토리 전문 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러닝 팩토리를 세웠다.
구미 기술 인재의 산실을 꿈꾸는 러닝 팩토리. 기계시스템과 윤현진 교수에게 자세한 이야기를 들었다.
폴리텍대 구미캠퍼스 기계시스템과 윤현진 교수. 윤 교수는 설계·개발·제조 등 전 공정에 정보통신기술이 적용된 공장인 스마트팩토리 분야 전문가다. 영남대학교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하고 경북대학교에서 기계공학 석박사 학위를 땄다. 일본계 반도체 장비 회사에서 연구소장으로 4년간 근무하다 교단에 오르고 싶다는 꿈 때문에 회사를 관뒀다. 2007년 구미대학교에서 13년 간 근무 후 2017년부터 폴리텍대 구미캠퍼스로 옮겼다.
-구미캠퍼스 러닝 팩토리만의 장점은 무엇인가요.
“요즘 각광받는 ‘디지털 트윈’ 기술을 학습할 수 있어요. 디지털 트윈이란 생산 및 공정을 가상 세계에서 시뮬레이션 하는 시스템입니다. 이 기술을 활용하면 제품 생산량, 생산 소요 시간 등을 미리 파악할 수 있어 공정 계획을 효율적으로 수립할 수 있죠.”
-최첨단 기계 설비를 갖추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러닝 팩토리 실습장에 구비된 2대의 5축 고속가공기가 저희 자부심이에요. 5축 고속가공기란 5개의 축이 고속으로 회전하면서 부품을 가공하는 기계를 말하는데요. 정밀 가공에 반드시 필요한 설비이죠. 저희 캠퍼스에서는 5축 고속가공기를 정규 수업에도 활용하는데 이런 경우는 드뭅니다. 한 대 당 3억이 넘는 고가의 장비라 학습 현장에서 접하기 어려워요. 저희 캠퍼스에 이 5축 가공 기술을 배우기 위해 입학하는 학생도 많습니다.”
러닝 팩토리 내부 모습. 러닝 팩토리 실습장에는 2대의 5축 고속가공기가 구비돼 있다.
-수업은 어떻게 진행되나요.
“철저히 실습 위주입니다. 다른 학교에서 50대 50의 비중으로 이론과 실습 교육이 이뤄지는데 반해 이곳에서는 이론과 실습 수업 비중이 20대 80대입니다. 1학년 1학기 때 진행되는 이론 수업을 제외하면 나머지 세 학기엔 모두 실습으로 진행되는 셈이죠. 실습실 문도 언제나 열려 있어요. 수업 시간이 아니어도 언제든지 실습실에서 장비를 사용할 수 있죠. 학생들이 실습하는 데 부족함이 없도록 학과별로 재료비도 지원됩니다.”
-취업률은 어떤가요.
“지난해 2월 졸업생들의 취업률을 자체 집계했는데 저희 캠퍼스 취업률이 2021년 1월 기준 80.9%예요. 전문대 취업률인 71.3%(2020년 대학정보공시)를 웃돌죠. 취업률보다 더 중요한 건 취업 유지율입니다. 이 수치가 높을수록 학생들이 안정적인 직장에서 일하고 있다는 뜻이니까요. 취업유지율도 저희가 자체적으로 집계해봤더니 지난해 2월 졸업생 중 현재까지 취업을 유지하고 있는 학생 비율이 92.5%였습니다."
학생들의 실습 작품들
-캠퍼스와 지역 기업이 연결돼 있다고요.
“산업 현장 경험이 풍부한 교수진이 기업과 학교를 연결하는 다리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교수 한 사람당 10개의 회사와 협력하면서 기술을 공유하고 있죠. 전국의 폴리텍 교수가 1300명이라면, 1만3000개의 회사와 연결돼 있다는 뜻입니다. 장비가 부족한 소규모 기업은 러닝 팩토리로 와서 장비를 활용해 볼 수 있어요."
2019년 구미공단에 입주한 반도체 부품 회사 ㈜엠씨큐브는 러닝 팩토리의 장비를 활용해 시제품을 만들어 생산 기반을 마련했다. 소규모 기업이 겪는 애로사항을 해결해 지역 사회와 캠퍼스가 서로 윈-윈하는 협력체계를 만들고 있다.
-정규과정 이외 교육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구미 지역 경력단절여성을 대상으로 매년 기술 교육을 하고 있는데요. 지난해에는 여성재취업과정 수강생 21명 중 13명이 기술교육을 받고 취업에 성공했습니다. 올 4월에 과정이 새롭게 열려요.”
5축 고속가공기를 작동시키는 윤 교수
-앞으로의 계획과 목표는요.
“과거 산업단지로서 호황을 누렸던 구미에 신성장 동력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최근 3년 간 구미의 평균연령이 3.5세 늘었어요. 청년층 엔지니어 인력이 다른 지방으로 떠났기 때문입니다. 폴리텍 러닝 팩토리가 새로운 모멘텀이 될 것 같아요. 스마트팩토리 분야 전문 인력을 배출해 지역 경제를 활성화해서 폴리텍대를 널리 알리고 싶어요.”
/진은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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