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단돈 10만원으로 창업, 이 작은 팔찌로 월 매출 2억원

더 비비드 2024. 7. 11. 09:24

대학생 때 만난 절친 2명 퇴사 후 공동창업
이니셜 각인한 세상에서 하나뿐인 제품 
창업 1년 반 만에 누적 매출 10억원 

“오늘 기념일이라 꼭 받아야 하는데 배송 가능할까요?”

주문 제작 기프트숍을 운영하는 김민경 대표는 대전에 사는 고객으로부터 전화 한 통을 받았다. 만난 지 100일 기념일을 앞둔 고객이 이니셜을 각인한 커플 팔찌를 주문했는데 다급한 목소리로 ‘오늘배송’이 가능한 지 물어온 것이다. 

김 대표는 고민할 겨를 없이 직접 커플 팔찌를 들고 대전까지 갔다. 고객은 직접 찾아온 김 대표를 보고 놀라면서 '어떻게 감사의 말씀을 드려야 할 지 모르겠다'며 기뻐했다. 김 대표는 “우리를 찾아주는 고객에게 가능한 한 최선을 다하자는 게 철칙”이라며 “이런 맞춤 서비스는 우리가 소상공인이라 가능했던 일”이라 했다.

출처: 룬룬

(왼쪽부터) 김민경, 이수련 대표

‘룬룬’은 목걸이·귀걸이, 스마트폰 액세서리, 목도리 등 패션 아이템을 자체 제작하는 맞춤 제작 기프트숍이다. 고객의 이니셜을 제품에 새겨 넣어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제품을 만든다. 창업한 지 1년 반 만에 온라인몰 등에서 누적 매출 10억원을 달성하는 등 성과가 좋다. 예비 창업가들에게 사업 경험을 공유하는 온라인 강의(http://bit.ly/3cFp8c6)를 준비 중인 룬룬의 김민경, 이수련 공동대표를 만났다.

◇능동적인 사람이 되고 싶어서

두 사람은 대학생 때 대외활동을 하다 처음 만났다. 이후로도 친분을 이어갔다. 김 대표는 광고회사와 스타트업 등에서 일하며 영업·광고·마케팅 등 다양한 업무를 익혔다. 이 대표는 쇼핑몰MD로 일하며 온라인 쇼핑몰 업계를 배웠다.

출처: 룬룬

창업 후 첫 사무실에서.

-창업 계기는 무엇인가요?

(이) 입사 초기에는 열정과 패기가 넘쳤는데 점점 회사에서 시키는 일만 하는 수동적인 사람이 되더라고요. 시키는 일만 하는 반복적인 일상이 재미 ㅁ없는 건 물론이고 삶에 대한 의욕도 없어졌죠. 월급날만 기다리는 기계 속 부품 같은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았어요. 내 역량을 맘껏 펼칠 수 있는 일이 뭘까 생각하다 창업을 떠올렸죠. 민경 대표가 추진력이 좋아요. 제 경우에는 뒤에서 부족하거나 빠진 것들을 챙기는 걸 잘하고요. 서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가며 잘 해볼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요.

-퇴사를 하고 창업에 뛰어 든 건 가요?

(이) 아뇨. 무작정 퇴사하는 것보단 사업성을 가늠하기 위해 퇴근 전·후, 주말 시간을 이용해서 액세서리를 팔아 보기로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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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력 제품인 이니셜 각인 커플 팔찌

-창업을 결심하고 처음 한 일은 무엇이었나요?

(김) 첨엔 액세서리를 사입해서 판매하는 일을 했어요. 자본금이 넉넉하지 않다보니 저희가 관심 있는 분야에 먼저 도전하기로 했죠. 각자 5만원씩 들고 무작정 회현역 5번 출구 남대문 시장 액세서리 상가에 갔어요. 종일 발품 팔면서 온갖 재료를 다 샀어요. 소량으로 만들어서 팔다가, 판 돈으로 액세서리를 사고 팔고 하는 과정을 반복했죠. 그런데 이런 방식은 경쟁력이 없다고 판단했어요. 고민 끝에 떠올린 게 ‘이니셜을 각인 한 팔찌’였죠. 

-차별점은 무엇이었나요?

(이) 그냥 각인 팔찌가 아니라 커플을 위한 ‘1+1 이니셜 각인 팔찌’를 콘셉트로 했어요. 부담 없는 선물용으로 제격인데, 주문 제작 상품이라 특별함을 강조할 수 있었죠. 판매를 시작한 지 한 달만에 3000만원어치가 팔렸어요. 이후로 매출은 계속 상승 곡선을 그렸죠. 누적 매출 5000만원을 넘겼을 때 둘다 퇴사하고 제대로 해보기로 했습니다.

◇소상공인이어서 할 수 있는 일에 집중 

출처: 룬룬

'지금 행복하냐'는 질문에 망설임 없이 '그렇다'고 답할 수 있다는 김민경, 이수련 대표.

승승장구했다. 주력 상품인 이니셜 각인 팔찌는 2만5000개를 팔았다. 겨울에 출시한 이니셜 목도리는 한 달만에 7000장을 팔았다. 두 사람이 운영하는 작은 회사에서 월 매출 2억원을 낸 것이다. 이후 향수 브랜드 ‘트루드센트’도 시작했다.

-짧은 시간 안에 성과를 낼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인가요?

(김) 많은 분들이 사업 아이템을 정할 때 어마어마하게 대단하면서 새로운 걸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요. 사실 저희 아이템이 새로운 건 아니에요. 기존에도 있던 제품이었죠. 하지만 저희는 그 제품에 ‘특별함’이라는 한 끗 차이를 뒀어요. 목도리, 반지에 사랑하는 사람의 이름을 새겨서 의미있는 선물이 될 수 있도록 했죠. 이런 한 끗 차이를 강조할 수 있는 판매 채널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해요. 아이디어스라는 앱에 입점한 덕분에 ‘수제품’, ‘세상에서 하나뿐인 제품’이라는 장점이 잘 드러난 것 같아요. 아이디어스는 수공예 제품을 전문으로 파는 앱이에요. 소상공인, 작가들을 위한 플랫폼이라는 점을 내세우죠.

(이) 소상공인이어서 할 수 있는 일들이 고객에게 좋은 반응을 이끈 것 같아요. 주문 제작 제품이다보니 아무래도 시간이 오래 걸릴 수밖에 없어요. 그런데 저희 제품을 기념일 선물용으로 주문하는 분들이 많기 때문에 시간이 촉박할 때가 많거든요. 직접 제품을 들고 배달하는 것은 물론, 고속터미널 당일 택배도 이용해보고 지하철 물품 보관함에 맡겨 놓은 적도 있어요. 덕분에 좋은 고객 리뷰가 쌓이면서 입소문이 났어요. 저희가 규모가 큰 회사였다면 오히려 이런 서비스가 힘들었을 거예요. 

출처: 룬룬

이니셜 커플 목도리

-창업 후 고비는 없었나요?

(김) 저희에게 고비는 창업 초기 연말에 내놓은 이니셜 목도리가 너무 잘 팔렸을 때였어요. ‘왜 잘 팔리는 데 고비이지?’라는 생각이 드실텐데, 바로 이 지점이 초보 창업자가 미처 생각하지 못하는 부분입니다. 현금 흐름을 조절하는 데 실패해서 목도리를 미리 사두지를 못했어요. A라는 쇼핑몰은 2주 뒤에 돈이 들어오고 B라는 쇼핑몰에선 한 달 있다 들어오는 식이었죠.

-그래서 어떻게 했나요? 

(이) 거래처 사장님들에게 싹싹 빌면서 외상을 했죠. 며칠 만 말미를 주시면 돈이 들어오니까 저희 둘을 믿어달라고요. 동대문 시장에선 외상이란 있을 수가 없거든요. 게다가 주문은 계속 쏟아져서 매일 2시간씩 자면서 김밥 한 줄도 못 먹으면서 지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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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들과 플리마켓에서.

-앞으로의 계획은요?

(이) 하고 싶은 게 굉장히 많아요. 저희 사업이 어느정도 궤도에 오른 후에는 저희의 경험을 다른 자영업자분들에게 컨설팅 해드리고 싶습니다. 실제 현재 펀딩을 통해 온라인 강의(http://bit.ly/3cFp8c6)를 제작 중이에요. 손재주 없는 분들이어도 내가 만든 제품으로 수익을 낼 수 있는 방법을 알려드리려고 해요.

(김) 좋아하는 일로 경제적인 자유를 누리고 싶어요. 직장인일 때 경제적인 자유는 있을지 몰라도 좋아하는 일은 아니었던 것 같아요. 누군가 저희에게 ‘행복하세요?’라고 물어본다면 1초도 고민하지 않고 ‘네, 좋아하는 일 마음껏 할 수 있어서 행복합니다’라고 답할 수 있어요. 여러분도 고민 없이 행복하다고 바로 답하실 수 있는 삶을 꾸려나갈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콘텐츠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