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 이용하다 창업 아이템 발견
물 전기분해해 살균수 만드는 원리로 특허
"화장실 청결문화 새로운 판 쓰겠다"
“또 변기 뚜껑 안 닫고 물 내렸어?”
장염에 걸려 하루에 화장실을 열댓 번 들락날락하고 있을 때 아내의 목소리가 귓전을 때렸다. 그날따라 아내와의 사소한 말다툼이 구교필(46) 씨를 신경 쓰이게 만들었다. 아내는 그에게 변기물에 세균이 얼마나 많은데 뚜껑을 닫지 않고 물을 내리냐고 잔소리를 했다. 구 씨는 아내가 뭐라 하는 게 서운해 ‘화장실 청소는 주로 내가 한다’며 맞받아치고야 말았다.
구교필 대표의 발명은 여기서 시작됐다. ‘변기물을 깨끗하게 만들면 어떨까’하는 생각이 스마트 자동 변기 살균수기인 ‘토일렉’ 개발로 이어졌다. 토일렉을 개발한 스타트업 위캔하이의 구 대표를 만나 토일렉의 탄생 스토리를 들어봤다.
◇화장실 이용하다 느낀 불편함, 창업으로 연결
토일렉을 들고 있는 위캔하이 구교필 대표.
토일렉은 화장실(Toilet)과 전기분해(electrolysis)의 합성어다. 전해수(전기분해를 한 물) 생성 장치를 이용해 변기 탱크의 물을 살균수로 바꿔준다. 이 물이 변기를 소독해 청결하게 관리할 수 있게 해준다. 합성화학물을 사용하는 기존 세정제와 달리 천연소금과 구연산으로 살균한다. 변기 세정을 위한 전해수 생성장치는 위캔하이만 보유한 기술이다. 구 대표는 우리나라와 미국에 ‘변기물 살균장치 및 그 방법’에 관한 특허를 등록했다. 온라인몰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구 대표는 출판사에서 근무하던 평범한 직장인이었다. 평소 변기 뚜껑을 닫지 않고 물을 내리다가, 아내와 다툼까지 하게 됐다. "아내와 다투고 곰곰이 생각해보니 별거 아닌 일로 크게 싸운 것 같아 마음이 좋지 않았어요. 아예 싸움의 근원을 없앨 순 없을까 고민했죠. 그러다 정수기처럼 변기물을 살균 소독하면 좋겠다는 아이디어를 떠올리게 됐습니다."
토일렉 제품 사진.
창업을 결심했지만 가진 건 ‘자동으로 변기물을 살균수로 바꿔주는 제품’이라는 아이디어 하나뿐이었다. 대학에서 원예학을 전공한 그에게 창업 지식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창업 생태계를 배우기 위해 2016년 청년창업사관학교에 입학했다. 청년창업사관학교는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이 사업계획 수립부터 사업화까지 창업 전 과정을 지원해 청년 창업가를 양성하고자 설립한 곳이다. 구 대표는 이곳에서 기술을 연구하고 배우며 제품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변기 세정 전해수 생성 기술 보유
토일렉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구 대표.
물을 전기분해함으로써 미산성차아염소산수(pH6, 유효염소농도 20ppm 내외)를 만들어 살균 소독을 할 수 있다는 원리를 알게 됐다. “다양한 분야 교수님을 만나 제품을 연구하고 테스트했습니다. 미산성차아염소산수를 자동으로 생성하는 데 최적화된 전기분해장치의 전극간격, 전류량, 활성제(소금·구연산) 투입량을 정하는 데 어려움이 많았어요. 기구 설계도 수백 번 바꿨고요.”
2년 간의 개발 끝에 2018년 토일렉의 시제품이 나왔다. 이후 구 대표는 코웨이에서 운영하는 청년창업 지원 프로그램인 ‘위스쿨 3기’에 참여했다. 이곳에서 전문가 멘토링을 받으며 토일렉의 사업계획서를 완성했다.
코웨이 본사 임직원, 외부 평가단 등이 점수를 매기는 대회에서 사업성을 인정받아 전체 39개 참가자 중 최종 2등을 차지했다. “렌털 제품 중에서 화장실 용품은 전 세계에서 비데 연수기 외에는 없어요. 토일렉이 이 두 가지를 이을 렌털 제품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어필했습니다. 또 기존 세정제는 합성화학성분을 써서 몸에 좋을 게 없어요. 토일렉은 소금이랑 구연산을 이용하기 때문에 변기세정효과는 확실하면서 해롭지 않다는 점을 강점으로 내세웠습니다.”
구 대표가 보유하고 있는 '변기물 살균장치 및 그 방법’에 관한 특허.
이후 ‘꽃길’을 예상했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았다. 제품을 시장에 내놓으려면 투자금이 필요했다. 구 대표는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이리저리 뛰어다녔다. 수십 명의 투자자를 찾아다녔고 정부의 여러 창업육성사업에 100번 넘게 사업계획서를 냈지만 손 내밀어 주는 곳은 많지 않았다.
“소득이 높아지고 생활의 질을 추구하면서 친환경 제품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날 거라 생각해요. 과거 정수기, 공기청정기가 보편화 되지 않았을 때 사람들이 ‘물 사먹으면 되지’, ‘문 열어서 환기하면 되지’라고 얘기한 것과 같은 맥락이죠.”
1년 반 동안 자금 압박에 시달리며 고생한 결과 2020년 액셀러레이터 JNP 어드벤처스 프로그램에서 시드 투자를 받았다. 이후 숭실대학교 기술지주로부터 프리시리즈 A 투자도 유치했다.
◇물+소금+구연산만으로 변기 청소 끝
토일렉이 작동하는 모습.
토일렉은 본체와 활성제로 구성돼 있다. 본체에 수돗물과 소금·구연산으로 이뤄진 활성제를 넣는다. 본체를 물탱크 옆에 건 다음 전기코드를 연결한다. 본체가 수돗물을 전기 분해해 살균수(미산성차아염소산수)를 만들어낸다. 이렇게 만들어진 살균수는 자동으로 변기에 분사된다. 기기가 알아서 하루 10번 자동으로 변기를 살균하고, 이틀에 한번씩 청소를 한다. 인체감지센서가 있어 사람이 변기에 다가가면 즉시 살균수를 만든다. 2개월에 한 번씩 활성제만 보충해주면 된다.
“변기 속 대장균, 살모넬라균 등 수십만 마리의 세균 뿐 아니라 바이러스까지 없앨 수 있습니다. 변기 살균기 중에서 활성제를 자동으로 투입할 수 있는 기술을 가지고 있는 건 저희가 유일한 걸로 알고 있습니다.”
2020년 11월 온라인몰 등에서 판매를 시작했다. 아직 초기 단계지만 다양한 곳에서 관심을 보내고 있다. “학교나 호텔, 건설사, 인테리어 업체, 병원 등에 대량 납품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해외 수출도 앞두고 있어 미국과 홍콩, 일본, 두바이 등의 바이어와 이야기 중입니다.”
코웨이 위스쿨 3기에서 2등을 차지한 구교필 대표(맨 왼쪽)
렌털 사업도 시작했다. 렌털 기간에는 무상 AS를 받을 수 있다. 활성제 또한 따로 구입할 필요가 없다. 구 대표는 토일렉을 비데, 정수기처럼 우리 생활의 질을 높이는 필수 가전으로 만드는 게 목표다.
일상 속 불편함을 지나치지 않고 어떻게든 해결책을 생각해내려는 성격이 그를 여기까지 오게 했다. “창업 아이템은 먼 곳에 있지 않습니다. 자금력이나 기술이 부족하거나 시장성을 판단하지 못하겠다면 정부에서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이용하시길 권합니다. 모든 걸 혼자서 하지 말고 다양한 기관과 사람으로부터 도움을 받아 개선해 나간다면 좋은 결과가 있을 거예요.”
/장유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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