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평범한 영업사원을 중소기업 사장님 만든 간단한 아이디어

더 비비드 2024. 7. 10. 09:55
회사원의 창업 도전기

스타트업은 창업 3~5년차에 자금 부족에 시달리는 등 큰 시행착오를 겪는 ‘데스밸리(죽음의 계곡)’를 지납니다. 이 시기를 견디지 못하면 아무리 좋은 기술력, 서비스를 갖고 있다 해도 생존하기 어려운데요. 잘 알려지기만 하면 시장에게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는 스타트업이 죽음의 계곡에 빠지게 둘 순 없습니다. 이들이 세상을 바꿀 수 있도록 응원합니다.

여름이 성큼 다가오면서 야외 활동을 하는 사람이 늘었다. ‘차박(차에서 숙박)’을 하거나, 굳이 잠을 자지는 않더라도 야외로 나가 고기를 굽는 등 캠핑 분위기를 내는 사람도 많다.

이럴 때 가장 큰 고민이 모기 같은 해충이다. 아이가 있는 집이라면 더욱 걱정이 든다. 영업 사원을 하다가 모기퇴치기를 개발해 창업에 성공한 이명진 동양라인 대표를 만났다.

◇다이아몬드공구 팔다가 문득 든 생각

이명진 대표 /본인 제공

동양라인은 ‘메이드조이’ 듀얼해충퇴치기를 만든다. 흡입식과 감전식 퇴치기를 하나로 합친 게 특징이다. 환한 UV LED로 모기 같은 해충을 유인해서, 해충이 접근하면 환풍기 같은 팬으로 빨아들이거나 전기로 감전시켜 없애는 것이다. 이명진 대표는 “빨아들이는 것, 아니면 감전시키는 것으로 방식이 나뉘었는데 두 가지 방식을 하나로 합쳐 해충 퇴치 효과를 극대화했다”고 설명했다. 온라인몰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이명진 대표는 대학에서 수학을 전공하고, 다이아몬드공구 기술영업사원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다이아몬드공구는 공구에 단단한 미세 다이아몬드를 함유해 절삭력을 매우 높인 공구를 뜻한다. “1993년 신한다이아몬드공업에 입사했습니다. 기술 영업을 맡아서, 기업들을 상대로 공구 납품하는 일을 했습니다.”

듀얼해충퇴치기 /동양라인

신한다이아몬드공구는 해당 분야 10위 안에 드는 강소기업이다. “자부심이 있었습니다. 열심히 했죠. 16년 간 근무했습니다.”

일은 재밌었지만 문득 노후 걱정이 들었다. 한 살이라도 젊을 때 사업을 시작해 기반을 마련해 놓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인의 권유로 경기도 일산에 스포츠 브랜드 용품점을 열었다. 다행히 성과가 좋았다. “열심히 했습니다. 같은 브랜드로 하나 더 열어 두 개를 운영하게 됐습니다.”

◇친구에게서 일 배워 회사 설립

다이아몬드공구 기술영업사원 시절(왼쪽) 스포츠 브랜드 전문점을 운영할 때 모습. /본인 제공

매장이 하나 더 늘었지만, 이것만으로 성이 차지 않았다. 소형가전 업체를 운영하던 초등학교 동창을 만났다. “보풀제거기와 소형 청소기 같은 제품을 만들어 팔던 친구였어요. 친구 회사에 나가 일을 배웠습니다. 재밌더라고요.”

​소형가전 개발과 판매 관련 노하우를 배워 ‘동양라인’을 설립했다. 회사 세운지 얼마 안돼 코로나 사태가 터졌다. 해외 여행이 어려워지면서, 가족 단위 근거리 캠핑이 늘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야외 소규모 캠핑 때 꼭 가져가야 할 물건이 뭘까 고민한 끝에 해충퇴치기를 생각했습니다.”

​◇흡입식과 감전식을 하나로 합친 해충퇴치기

듀얼해충퇴치기 /동양라인

제품은 ‘흡입식’과 ‘감전식’의 2가지 방식을 모두 적용한 것이 특징이다. 흡입식은 작은 환풍기 같은 팬으로 해충을 빨아들여 잡는 것이다. 감전식은 접근한 해충에 전류를 흘려 보내 잡는 것이다. 해충 유인은 UV LED 램프로 한다. “흡입식 혹은 감전식으로 따로 있는 제품을 하나로 합치면 강력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UV LED 불빛을 보고 달려든 해충을 놓치지 않고 잡는 거죠.”

​사용성 측면에서 소움이 관건이란 판단이 들었다. “흡입식 해충퇴치기는 성능이 좋으면 소음이 큽니다. 강력한 흡입력을 내려면 그만큼 큰 소음이 발생하는 거죠. 1~3단계로 조절하도록 했습니다. 작은 소음을 원하면 1단계를 쓰고, 모기를 많이 잡고 싶으면 3단계를 쓰는 거죠.” 실내에선 1단계로 작동시키고, 모기고 많고 소음이 크게 신경쓰이지 않는 야외에선 3단계로 작동시키는 것이다.

​디자인은 인테리어에 도움이 되도록 램프 모양으로 했고, 해충 흡입력을 강화하기 위해 해충 유입 구멍을 키웠다. “안전성을 고려해 손가락이 들어가지 않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 구멍을 키웠습니다. 손잡이를 달아 이동도 간편하도록 했습니다.”

출시 후 시장 반응이 기대 이상이다. 지난 4월 성능 개선 모델을 내놨는데, 한달 반 만에 온라인몰에서 1만5000개 판매를 넘어섰다.

◇주목할만한 소형 가전 회사 목표

이명진 대표 /본인 제공

회사가 많이 안정화 됐지만 영업은 이 대표 본인이 일일이 챙긴다. “제품 개선도 늘 신경 씁니다. 집 옥상에서 상자 텃밭을 놓고 있는데요. 상추와 가지, 호박 등을 키우죠. 날파리와 모기가 많이 날아와 좋은 시험 현장이 됩니다.”

-앞으로 계획은요.

“다양한 제품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소형가전 분야에서 주목할만한 기업이 되고 싶습니다.”

​/이영지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