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경력 공백 후 취업 도전기
코로나 사태로 실물 경제가 큰 충격을 받고 있습니다. 그 어느 해보다 힘든 고용상황이 이어지고 있는데요. 어려움 속에도 희망은 있습니다. 취업난을 극복하고 있는 청년들을 통해 희망을 전하는 ‘2030 취업 분투기’를 연재합니다.
“모든 일이 그렇듯 의지의 차이인 것 같아요. 제가 특출난 건 아니라는 얘기죠.”
서른 셋의 나이는 지금의 이준호(35) 씨에게 새로운 전기가 됐다. 대학에 다시 들어가 1년 간 자격증을 7개 취득했다. 지금은 토목엔지니어링 국내 점유율 2위 기업 ‘한국종합기술’에 다닌다. 준호씨의 취업기를 들었다.
◇7년간의 해외 생활 끝에 마주한 현실
2005년 아주대학교 산업공학과에 입학했다. 학업에 착실한 모범생은 아니었다. 도서관 대신 교정 바깥에서 다양한 사회 경험을 쌓았다. “노는 거 좋아하는 학생이었어요. 갈 수 있는 MT는 다 간 것 같아요.”
-대학 생활을 어떻게 보냈나요.
“대학생 때 놀러 다니면서 고기를 많이 사다 보니까 정육점 사장님들과 친해졌어요. 축제나 MT 같은 행사가 있을 때 학생들과 식자재 판매처를 연결해주는 사업까지 했죠. 그러다 대학교 4학년 때 별안간 해외에서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졸업을 한 학기 남겨두고 호주로 워킹홀리데이를 떠났죠. 1, 2년 생각하고 갔는데 호주의 매력에 푹 빠져서 7년이나 있었네요. 요리 수업 듣고 낚시 동호회도 개설하면서 꽤 알차게 보냈어요.”
-왜 귀국했나요.
“영주권까지 취득하려 했는데, 비자 발급에 문제가 생겨 귀국길에 올라야 했어요. 계획에 없던 일이라 당황스러웠죠. 7년의 공백 때문에 학교는 제적 상태였고, 취업이라는 큰 관문이 남아있었어요. 귀국 후 2주는 막막해서 아무것도 못 했어요.”
-그렇게 찾은 돌파구는 무엇이었나요.
“집 근처에 한국 폴리텍대학 강릉캠퍼스가 있어요. 어머니께서 폴리텍대 학생식당에서 오래 일하셨는데, 학교가 괜찮아 보였는지 입학을 권하셨죠. ‘지금까지 제멋대로 살아왔으니 어머니 말 한번 들어보자’는 심정으로 학교에 대해 알아봤어요. 자격증 취득을 도와주고 학비도 지원되니, 좋은 기회라 생각해 입학을 결심했어요.”
◇ 1년간 7개 자격증 취득한 비결
2019년 3월 폴리텍대 강릉캠퍼스 발전설비과에 입학했다. 1년간 실습수업 위주 교육 과정을 밟으며 가스기능사, 설비보전기능사, 공조냉동기계기능사, 에너지관리기능사, 기계정비산업기사, 전기기능사, 설비보전기사 총 7개 자격증을 취득했다.
-발전설비과에서는 무엇을 공부했나요.
“발전소와 플랜트(plant, 공장 같은 생산 시설)가 제 기능을 하는지 점검하고, 고장 난 부분을 수리하는 전문기술을 배웠어요. 전자회로와 컴퓨터에 대한 기초 이론부터 기계정비, 용접, 발전 설비·정비, 냉동기·송풍기 정비 등에 대한 실습도 했죠.”
-학교생활은 어땠나요.
“서른 넘어 입학했으니 조바심이 났어요. 자칫하다 1년을 허송세월 보낼 것 같더라고요. 학교 다니는 동안 자격증이라도 많이 취득하자는 목표를 세웠어요. 오후 6시 학교 수업이 끝나면 도서관으로 직행해 10시까지 의자와 한 몸을 이뤘어요. 동기들과 서로 북돋아 주며 같이 공부한 기억이 많네요. 교수님들께도 도움을 요청해서 어떤 자격증을 취득하면 좋을지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고 접근했어요. 그렇게 1년 동안 자격증을 7개 취득했습니다.”
-자격증 취득을 위해 어떤 노력을 했나요.
“응시 자격 조건을 잘 살펴야 합니다. 자격증에 3가지 종류가 있어요. 일종의 레벨이 있는 건데 기능사, 산업기사, 기사 순으로 난이도가 올라가요. 웬만한 중견기업은 산업기사와 기사 자격증을 선호합니다. 기능사만 누구나 도전할 수 있고, 산업기사는 전문대, 기사는 4년제 대학 졸업 이상이어야 응시할 수 있어요. 대학 학위가 없다면 학점은행제랑 병행하는 걸 추천합니다. 학점은행제 수강 상태여도 기사 시험에 응시할 수 있거든요. 저는 완전히 수료해야 하는 줄 알고 6개월 동안 기능사 자격증만 공부했어요. 아까운 시간이죠.”
-자격증 공부 팁이 있다면요.
“개념을 무작정 보지 말고 문제 풀이 위주로 공부하세요. 개념부터 하나하나 보다 보면 속도가 너무 느려져요. 그리고 실기시험은 필기시험 합격 후 준비해도 늦지 않아요. 필기시험은 이론 수업 시간에 들은 내용을 문제집으로 복습하며 공부하고, 실기시험은 실습수업의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나만의 경쟁력’ 만들고 싶다면
자격증으로 무장하고 150여 곳에 이력서를 넣었다. 탈락의 고배도 많이 마셨지만 한전, 한국남부발전 등 공기업에서 서류 합격을 하며 자신감을 얻었다. 최종 합격한 세 군데 중 한국종합기술의 취업 조건에 매력을 느껴 입사했다.
-면접 과정에서 우여곡절이 있었다고요.
“면접을 일곱 군데 봤는데 처음엔 준비가 부족했어요. 드라마에서만 보던 면접 현장에 처음 간 것이었는데요. 인생의 전환점, 최근 읽은 책 등에 대한 질문을 받으니 당황스러웠어요. 그 후부터는 예상 질문을 꼼꼼히 뽑아 준비했어요. 학교 동기들과 면접 답변에 대한 피드백을 주고받으며 철저히 연습도 했어요. 지금 회사 면접장에선 자격증 취득 과정과 발전소에 대한 기초 지식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았는데요, 작정하고 준비한 덕에 무사히 통과할 수 있었죠.”
-합격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요.
“지금 회사가 대학 졸업자부터 지원할 수 있었는데, 학점은행제 수료증이 6개월 뒤에 나오는 상황이었어요. 지원 자격이 안 됐지만 일단 지원서를 넣었죠. 어떻게 보면 무모했지만 그만큼 간절함이 묻어나서 뽑힌 것 같아요. 자기소개서는 최대한 간결하게 썼어요. 합격 후 회사 인사담당자분에게 들었는데 자격증을 이력서에 다 쓰는 게 능사는 아니라 하더라고요. 할 수 있는 게 많은 만큼 이직 가능성이 높을 것 같아서죠. 짧고 굵게 자신의 강점을 분야를 어필하는 게 좋아요.”
-현재 어떤 일을 하고 있나요.
“한국종합기술 용인사업소에 근무하고 있습니다. 의료 폐기물을 소각할 때 발생하는 증기로 전기와 난방 온수를 생산하는 열병합 발전소를 운영하는 곳이에요. 그중에서 저는 발전소 터빈(turbine, 물·가스·증기 등에서 에너지를 추출해 회전하는 기계)동에서 일하고 있어요. 호주 생활 중 쌓은 영어 실력 덕분에 몇 달 전 해외 기업으로부터 영입 제의를 받았는데요. 지금 일하는 곳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어서 거절했습니다. 지금 하는 일에 집중하고 싶어요.”
-진로 고민에 빠진 이들에게 조언 한마디 부탁드려요.
“학교를 떠난 지 2년이 다 돼가지만, 후배들에게 꾸준히 도움 요청을 받아요. 수료 후에 학교로 취업 강연을 나간 적이 있는데 그 후 계속 연락이 오더라고요. 자기소개서도 많이 첨삭해줬어요. 제 경험이 누군가에게 발판이 된다니 무척 뿌듯합니다.”
“한국폴리텍대학 입학은 남들보다 뒤처졌다고 생각했을 때 주어진 기회였어요. 주변 친구들이 취업하고 승승장구하는 모습에 조바심이 난다면 이 선택지도 고려해보세요. 다만, 치열하게 임하세요. 학교에서 시간만 보내면 자격증을 주고 취업이 되는 시대가 아니잖아요. 저는 수업 끝나고 교실에 남아 공부하고, 교수님 연구실에 찾아가기도 하면서 이것저것 여쭤봤어요. 입학을 결정하신 분이라면 자격증 3개 이상 취득하는 걸 추천해요. 나만의 경쟁력을 만들 수 있을 거예요.”
/장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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