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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정리해고 된 청년 제빵사, 절망 대신 매출 10억원 반전의 창업

온라인 의류 쇼핑몰 대전환기, 2세대 창업가의 생존 전략

오픈마켓 전성시대입니다. 컴퓨터 한 대만 있으면 누구나 창업할 수 있고, 직장 다니면서 투잡도 할 수 있습니다. 많은 분이 오픈마켓 셀러를 꿈꾸는데요. 하지만 막상 실행하려면 난관이 한두가지가 아닙니다. 성공한 오픈마켓 셀러들을 만나 노하우를 들어 보는 ‘나도 될 수 있다, 성공 셀러’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브랜드두 정두진 대표는 제과제빵사(왼쪽)으로 일하다 온라인 의류 쇼핑몰(오른쪽)로 전향했다. /정두진 대표 제공, 더비비드

온라인 의류 쇼핑몰 창업에도 빅트렌드가 있다. 2000년대 초중반, 1세대 온라인 쇼핑몰의 성공 방정식은 ‘강력한 브랜드 정체성’이었다. 포털 사이트 검색과 입소문으로 신규 소비자를 유입한 후 이들을 단골로 만들 수 있도록 웬만한 패션 브랜드 못지않은 존재감이 필요했다.

지금은 온라인 쇼핑의 판도가 달라지면서 새로운 생존 방식이 요구되고 있다. 쿠팡 같은 이커머스 플랫폼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는 것이다. 쇼핑몰 운영자로선 이미 활성 이용자가 많은 플랫폼에 뛰어드는 게 가장 빠른 성공의 길이다.  창업 1년 만에 매출 1억6000만원을 기록한 브랜드두(Brand doo)의 정두진(30) 대표를 만나 2세대 온라인몰 창업자의 생존기를 들었다.

◇Step1. 유튜브 독학으로 쇼핑몰 창업

2014년 한국조리사관학교에 입학해 4년간 제과제빵과 외식경영을 공부했다. /정두진 대표 제공

정 대표는 호텔 파티시에(제과제빵사)로 일했다. 한국조리사관학교 재학 중 콘래드 호텔에서 케이크를 만들었고, 졸업 후 파라다이스 시티 호텔에서 야간 근무를 하며 조식에 내놓을 빵을 만들고, 한식·양식 퓨전 레스토랑에서 디저트를 만드는 일도 했다.

연봉이 높지는 않았지만 좋아하는 일이었기에 만족하며 일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 로 외국인 손님이 뚝 끊기자 회사로부터 명예퇴직을 권고받았다. 새로운 생계유지 수단을 찾아 나서야 했다.

파라다이스 시티 호텔에서 디저트를 만드는 모습. /정두진 대표 제공

-온라인 의류 쇼핑몰을 열기로 결심한 이유는요.

“우연히 유튜브에서 ‘신사임당’이란 채널을 발견했습니다. 올라온 모든 영상을 인터넷 강의마냥 정주행하면서 스마트 스토어와 온라인 쇼핑몰에 관해 공부했어요. 찾아볼수록 매력이 느껴졌습니다.

다른 사업에 비해 초기 자본금이 덜 들고 컴퓨터만 있으면 당장 시작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동대문 의류상가에서 도소매업으로 10년간 일한 지인에게 좋은 물건 보는 법, 제품 사진 촬영하는 법 등 조언을 받아 온라인 의류 쇼핑몰을 열기로 결심했습니다. 작년 1월 비상금 300만원으로 시작했죠.”

-처음 시도한 일인데 어렵진 않았나요.

“차근차근 접근하니 못할 일은 아니었어요. 각종 유튜브 채널에서 얻은 지식을 바탕으로 접근했습니다. 우선 ‘가까이서 힌트를 찾으라’는 조언에 따라 자주 입는 오버핏(체형에 비해 큰 사이즈의 옷 태) 트레이닝복으로 판매 제품군부터 정했습니다.

이후 하루 1~2시간씩 자며 밤낮없이 의류 도매 시장에서 발품을 팔았어요. 저도 사고 싶을 만한 옷을 골라 대량 주문하고, 원가의 적게는 1.6배 많게는 2배 정도로 가격을 책정했습니다.”

◇Step2. 야심 차게 시작한 쇼핑몰, 발 동동 굴린 뜻밖의 이유

사업자등록증을 내는 것부터 제품 등록, 포토샵 사진 편집 등을 하나하나 공부했다. /더비비드

준비 태세를 갖추고 한 커머스 플랫폼에서 판매를 시작했다. 기대가 컸지만 첫술에 배부를 순 없었다. 포털 사이트에 브랜드두라는 한글 명칭 대신 영어 이름(brand doo)으로 쇼핑몰 이름을 등록한 탓에, 영어로 검색해야 쇼핑몰이 제일 상단에 노출되는 불상사를 낳은 것. 빠른 대책 마련이 시급했다.

판매할 옷을 직접 입고 모델컷을 찍는다. 제품 하나당 약 200~300장의 사진을 찍고 그중 10장 정도를 골라 상세페이지를 만든다. /더비비드

-어떻게 극복했나요.

“일단 몰로 유입된 소비자는 무조건 잡겠다는 ‘집토끼 잡기’ 전략을 썼습니다. 제품의 첫인상인 상세 페이지 짜는 데 심혈을 기울였죠. 사진도 직접 촬영했고요. 제품 하나당 약 200~300장의 사진을 찍고 그중 10장 정도를 골랐어요. 고급 스튜디오에서 비싼 조명 장비로 예쁘게 찍어도 제품 본래의 색깔을 담아내지 못하면 말짱 도루묵입니다. 옷을 있는 그대로 담아내는 것이 중요해요.

키워드도 영리하게 활용했습니다. 온라인 쇼핑을 많이 하는 여성 소비자의 눈에 띄기 위해 ‘커플’이란 키워드를 잡은 거죠. 여성도 입을 수 있는 남성 의류라는 이미지를 심기 위해 여성 착용 컷도 추가했습니다.”

브랜드두는 '커플' 키워드를 활용하면서부터 판매량이 크게 뛰었다. /정두진 대표 제공

-변경한 전략은 통했나요.

“손품은 배신하지 않았어요. 쇼핑몰 오픈 6개월 만에 월 매출 4000만원이라는 기록을 세웠습니다. 여름 시즌을 겨냥한 아노락(모자가 달린 가볍고 짧은 재킷) 세트 상품이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한 덕이죠. ‘남자 셔츠’보다 ‘커플 셔츠’란 키워드가 경쟁률이 낮아 쉽게 상위에 노출된 점도 도움이 됐어요.”

◇Step3. 온라인 쇼핑몰 사장님들의 통과의례

브랜드두는 2022년 2월 자연광이 잘 들어오는 사무실로 이전했다. /더비비드

언제까지 집토끼만 바라볼 수는 없었다. 쇼핑몰 운영 노하우를 쌓은 후 바깥 토끼잡기에 나섰다. 그 첫 단계가 유통 채널 확장이다. 지난해 12월 쿠팡 마켓플레이스에 진출했다. 이를 위해 쿠팡 마켓플레이스 채널에서 제공하는 가이드와 매뉴얼, 판매자 아카데미를 빠짐없이 챙겨봤다.

-오픈마켓으로 확장을 택한 이유는요.

“소비자 유입량이 절대적으로 많은 공간입니다. 소비자가 물티슈나 라면 등 생필품을 구매하러 접속했다가 옷까지 구매할 수 있는 몇 안되는 플랫폼이기도 하죠. 패션은 성수기와 비수기로 나뉘는데, 이용자가 워낙 많아서 시즌 영향을 크게 받지 않는 플랫폼이라는 이야기도 들었고요.

온라인 쇼핑몰 운영자들 사이에서 오픈마켓은 꼭 거쳐야 할 관문이자 숙명으로 통해요. 실제로 주변에서 쿠팡 마켓플레이스에 입점해 억대 매출을 낸 사례를 보기도 했죠.”

브랜드두는 트레이닝복, 청바지, 가방 등 의류와 잡화를 판매하고 있다. /더비비드

-오픈마켓 입점의 특장점은 뭔가요.

“포털의 상거래 플랫폼은 오래 운영한 셀러가 유리한 구조예요. 구매 건수가 높고 리뷰가 많이 쌓인 제품이 상위에 노출되거든요. 오픈마켓은 그렇지 않습니다. 셀러 경력보다 상품을 등록한 방식이 더 중요해요. 예를 들어 상품을 등록할 때 키워드를 등록하는 20개의 칸을 모두 채워 넣기만 해도 노출 순위가 달라집니다. 니트 제품을 올릴 때 남성니트, 겨울니트, 가을니트, 커플니트 등 소비자가 검색할 만한 단어와 해당 제품을 미리 연결하면 되는 거죠.”

-뛰어든 결과는 어땠나요.

“지난 시즌 신상품 매출 비중을 보면 쿠팡이 가장 커요. 저 같은 신규 창업자도 ‘할 수 있다’는 용기를 준 고마운 존재입니다 . 창업 첫해 약 1억6000만원의 매출 성과를 냈는데요, 쿠팡 마켓플레이스 입점 후 판매 추이가 뛰는 것을 보고 올해 목표를 10억원으로 설정했습니다. 목표 달성을 위해 오픈마켓에 전념할 계획입니다. "

◇패션업계 종사자 대동단결한 뜻밖의 플랫폼

여성복 브랜드 '커밍투유'의 유명수 대표(왼쪽)와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 '릴레이블'의 김동익 대표. /더비비드

브랜드두 같은 신규 진입자만 오픈마켓 문을 두드리는 게 아니다. 패션업계에서 잔뼈 굵은 사장들도 플랫폼의 파급력을 높이 사고 있다. 유명 스포츠 패션기업의 VMD(브랜드, 매장 전시 디자이너) 출신 대표가 세운 여성복 브랜드 ‘커밍투유’는 쿠팡 입점 후 연 매출 4억원 규모의 쇼핑몰로 성장했다. 월 순수익은 1500만원에 이른다.

커밍투유의 유명수 대표는 “쿠팡 마켓플레이스에 입점해 일정 수준의 성과가 나면, 개인 셀러도 제트배송이나 로켓배송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며 “이 제트 배송이 매출 상승에 크게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 ‘릴레이블’도 지난해 오픈마켓 판매를 시작했다. 무신사, 지그재그, 29CM 등 유명 온라인 패션 플랫폼에 이미 입점한 상태였지만, 보다 공격적인 유통 채널 확장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릴레이블의 김동익 대표는 “쿠팡 내에서는 상품이 경쟁력 있으면 상위에 잘 노출되는 것 같다”며 “덕분에 디자인이나 브랜드 기획 등 브랜드 본연의 업무에 시간을 더 할애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언젠가 직접 옷을 만들어 자체 제작 상품을 판매하고 싶다는 꿈을 가지고 있다. /더비비드

온라인 쇼핑몰 창업자들의 오픈마켓 러시는 계속될 전망이다. 통계청의 ‘온라인 쇼핑 동향’ 자료를 보면 온라인 쇼핑 거래액은 2010년 25조2030억원에서 2021년 192조8946억원으로 7배 넘게 뛰었다.

나날이 성장하는 시장에서 큰 축을 차지하고 있는 대형 플랫폼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분위기다. 한 쇼핑몰 관계자는 “셀러라면 가장 많은 소비자와 자본이 몰리는 플랫폼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영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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