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과류 온라인 판매 1세대 기업 ‘산과들에’ 오픈마켓 진출기
오픈마켓 전성시대입니다. 컴퓨터 한 대만 있으면 누구나 창업할 수 있고, 직장 다니면서 투잡도 할 수 있습니다. 많은 분이 오픈마켓 셀러를 꿈꾸는데요. 하지만 막상 실행하려면 난관이 한두가지가 아닙니다. 성공한 오픈마켓 셀러들을 만나 노하우를 들어 보는 ‘나도 될 수 있다, 성공 셀러’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한 번 먹을 분량으로 소분한 한 줌 견과류는 대표적인 국민 간식이 됐다. 그만큼 경쟁이 치열한 시장이다. 견과류 온라인 판매 1세대 기업 ‘산과들에’는 이 시장에서 연 매출 400억원을 돌파했다. 산과들에의 안상욱(41) 총괄본부장을 만나 온라인 식품 시장에서 생존하는 법에 대해 들었다.
◇견과류 온라인 판매 1세대 기업
산과들에는 2009년 잡곡 등 농산물 판매 업체로 출발했다. 창업주인 장동민 대표가 단돈 300만원으로 시작했다. 현재는 온라인 식품 시장이 활성화됐지만 당시는 온라인으로 식품을 구매하는 것이 생소했다. 건강식품 수요가 증가하는 추세를 보고 곡류와 호두, 아몬드 등의 견과류를 온라인 몰에 판매했다. 온라인 몰에서 건강식품을 판매하는 브랜드가 흔하지 않아서 승산이 있다고 판단했다.
호기롭게 도전했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온라인 매출이 거의 발생하지 않았던 것이다. 신선함이 생명인 식품의 특성상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주요 구매처는 당시만 해도 오프라인이었다.
기회는 예상치 못한 순간 찾아왔다. “2010년공중파 한 교양 프로그램에서 호두의 효능을 다룬 방송이 방영됐어요. 불포화지방산이 풍부해 두뇌 건강과 노화 방지 등에 좋다는 내용이었죠. 그때 시청자들이 인터넷으로 호두를 검색하면서 갑자기 저희 제품이 불티나게 팔리기 시작했어요. 당시 온라인 몰에서 호두를 판매하던 사업자가 몇 되지 않았거든요. 이후 회사가 급격히 커지면서 함께 할 직원을 새로 뽑았고 그 과정에서 저(안상욱 본부장)도 2014년 영업 관리자로 합류했습니다.”
기회는 준비된 자에게 온다는 점을 체감한 후 온라인 요새를 구축하는 데 주력했다. “온라인 시장의 성장 속도가 무서웠습니다. 창업 초기만 해도 거의 나오지 않던 매출이 2012년에는 연 100억원 수준으로 성장할 정도였으니까요. 이후 온라인 판매처를 늘려가며 사업을 확장해왔습니다.”
◇통에 팔던 견과류를 소분 판매하기로 한 이유
이전까지는 500g, 1kg 용량의 큰 통에 든 견과류가 주력 상품이었다. 늘어나는 1인 가구, 달라진 소비 패턴 등에 맞춰 판매 전략에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1회 먹을 양을 소분한 한 줌 견과 제품 개발에 들어갔다.
소비자들의 의견을 수렴한 결과였다. “건강을 챙기기 위해서 견과류를 먹는데, 종류별로 챙겨 먹는 게 번거롭다는 의견이 많았죠. 다양한 종류의 견과류를 봉지 하나에 담아 식사 대용품이나 간식으로 마케팅하면 반응이 좋을 것 같았어요. 큰 통에 든 견과류를 여러 개 사서 매일 꺼내 먹는 것보다 훨씬 편리하잖아요. 호두, 아몬드만 아는 사람들에게 캐슈넛, 렌틸콩, 브라질너트 같은 다양한 견과도 소개할 수 있고요.”
제품군을 다양화하기로 했다. “대표 상품은 호두, 아몬드 등 견과류에 건포도와 요거트 코팅을 한 크랜베리 등을 첨가한 제품입니다. 고소함과 달콤함을 동시에 즐길 수 있어 인기가 많죠. 다이어트하는 분들에게 적합한 고급 버전도 기획했습니다. 요거트 코팅한 것을 제외한 대신 마카다미아, 캐슈넛, 잣 등의 견과류를 추가했어요. 달콤한 커피 땅콩을 더해 맥주와 함께 즐길 수 있는 안주용 상품도 출시했습니다.”
한 줌 견과 제품을 출시하면서 연매출이 50억원 급증했다. 늘어난 주문량을 소화하기 위해 2018년 경기도 포천으로 공장을 확장 이전했다. “이곳에서 입고, 가공 등 전 공정을 진행합니다. 우선 미국, 페루 등에서 수입해온견과류 원물을 기계로 소분합니다. 이후 먼지 및 이물질과 깨진 견과류를 거르는 작업을 거치죠. 그렇게 선별된 견과류를 살균한 후 로스팅합니다. 가공한 견과류와 잡곡 4~5가지를 봉지에 소분해 포장하죠. 한 봉지당 20g 수준인데요. 1인이 1회 즐길 수 있는 적당량입니다.”
늘어나는 경쟁자들 사이에서 돋보이기 위해 집중한 것은 단연 ‘맛’이다. “견과류 종류에 따라 온도를 달리해서 볶습니다. 수십번의 연구와 실험을 거듭해서 아몬드, 캐슈넛 등 각 견과의 맛과 식감을 살릴 수 있는 맞춤형 온도를 찾아냈죠.”
온라인상에서의 식품 구매를 꺼리는 소비자를 위해 신뢰를 높이는 데도 신경 썼다. “이물질을 꼼꼼하게 선별하기 위해 견과 업체 최초로 견과 살균기를 도입했습니다. 2.45GHz 파장의 마이크로웨이브(파장이 짧은 전자기파)를 견과류에 쏴서 살균 처리하는 방식이죠.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해썹(HACCP. 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 인증도 받았어요.”
◇이곳에서는 ‘선택과 집중’할 필요가 없어요
2019년 연 매출 300억원 수준으로 회사가 성장했다. 1세대 온라인 견과류 판매 업체로서 입지를 다진 것이다. 하지만 경쟁업체가 눈처럼 불어나고 있어서 마냥 안심할 수 없었다. 신규 소비자 유입이 절실했다.
잠재 소비자와의 접점을 넓히기 위해 2019년 11월 쿠팡 마켓플레이스에 입점했다. “견과류 카테고리는 경쟁업체가 굉장히 많기 때문에 판매 플랫폼에서 검색했을 때 상위에 노출되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쿠팡은 오픈마켓 중에서도 이용자가 많아서 상대적으로 용이하게 별점과 후기를 쌓을 수 있어요. 제품 등록을 할 때 키워드만 잘 설정해도 제품 노출이 잘 되는 구조죠. 게다가 3040대 주부나 식품 소비자가 가장 많이 찾는 채널입니다. 산과들에의 주요 타깃이 모인 플랫폼이니 입점은 필연적이었죠.”
오픈마켓은 보통 판매량이 높은 제품에 집중하는 ‘선택과 집중’ 전략을 쓰는 게 정설이다. 산과들에는 정반대로 접근했다. “판매량이 낮은 제품의 홍보도 소홀히 하지 않았어요. ‘무료 노출 프로모션’ 기능을 적극 활용했습니다. 광고 구좌에 제품을 무료로 등록할 수 있는 기능인데요. 제품 검색창 혹은 특정 제품의 상세 페이지를 볼 때 뜨는 ‘함께 비교하면 좋은 상품’, ‘오늘의 할인 상품’ 등의 방식으로 노출됩니다. 이후 오픈마켓 매출이 4배 수준으로 뛰었어요.”
◇40개 이상 온라인 몰 입점, 연 매출 415억원 달성
지난해 연 매출 415억원을 달성했다. 베스트셀러는 잡곡을 빼고 견과류의 비중을 높인 ‘원데이 프리미엄 시리즈’다. 선물 수요가 몰리는 명절에는 매출이 평소보다 두 배 정도 뛴다.
기하급수적인 성장의 일등 공신으로 ‘오픈마켓의 선순환 구조’를 꼽았다. “식품 시장은 레드 오션이에요. 워낙 경쟁이 치열해서 주요 소비자층인 3040대 주부를 공략해도 겨우 본전을 찾는 시장이죠. 건강과 직결된 만큼 소비자들이 구매 시 깐깐한 잣대를 들이미는 시장이기도 해요. 오픈마켓은 이런 문턱을 극복하는데 유리한 플랫폼입니다. 여기에 무료 노출 프로모션, 즉시할인쿠폰 등의 마케팅 수단도 많습니다. 구매가 늘고, 좋은 후기가 쌓이면서 매출도 상승하는 선순환 구조를 창출할 수 있습니다.”
제품군을 확대해 보다 다양한 연령층의 소비자를 공략할 구상이다. “견과류를 활용한 간편하고 건강한 먹거리를 계속 만들어 갈 예정입니다. 현재는 한 줌 견과를 중심으로 주부나 직장인을 겨냥하고 있는데요. 앞으로는 아이들도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초콜릿 입힌 견과류 등 다양한 견과류 가공식품도 개발할 계획입니다.”
/박지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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