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이들의순간

"1년에 11달은 비우는 별장, 딱 내가 쓸만큼만 소유하는 법"

별장 소유권을 1/12로 나눈 스테이빌리티

궁금한 점이 생기면 참지 못하고 해결해야 하는 영지 기자가 직접 물어봤습니다. 여러분의 궁금증을 해소하는 ‘꼬집기’를 게재합니다. 이번 꼬집기(記) 에선 신개념 세컨드하우스 ‘공유별장’이란 개념을 도입한 ‘스테이빌리티’의 정민혁 대표를 만났습니다. 영상을 통해 확인하시고 ‘구독’과 ‘좋아요’ 부탁드려요!

휴가 숙소를 고를 때 '사진이 잘 나오는 곳이어야 한다'는 의견에 공감할 수 없었다. /꼬집기 '스테이빌리티편' 캡처

친구들과 떠나는 휴가를 앞두고 계획할 것이 참 많습니다. 언제, 어디로 떠날지, 옷을 어떻게 맞춰 입을지도 정해야 하죠. 그중에서도 가장 심혈을 기울인 것은 숙소입니다. 오랜만에 다 같이 모였으니 수영장을 배경으로 예쁜 사진을 꼭 남겨야 한다는 의견이 대세였죠.

숙소를 고를 때 ‘사진’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유가 궁금해졌습니다. 사람들이 왜 사진이 잘 나오는 곳을 매력적이라고 여기며 비싸거나 거리가 멀어도 찾아가는지 알아보기로 했는데요. 이러한 궁금증을 풀기 위해 국내 처음 공유 별장 개념을 도입한 스테이빌리티 정민혁 대표를 만나봤습니다.

◇집값을 밥값처럼 ‘N 분의 1’할 수 있다면

정 대표는 광고·콘텐츠 업계에 종사하며 매일 새로움을 찾아야 한다는 부담감에 시달렸다. /꼬집기 '스테이빌리티편' 캡처

스테이빌리티의 공유 별장은 별장 소유권을 여럿이 나눠 매입비, 관리비 등을 분담하는 구조입니다.

작년 강원도 홍천에서 ‘밀리언 그라운드 홍천’ 공동 소유자 12명을 모았는데 한 달여 만에 완판이 됐습니다. 구매 명단에는 대기업·외국계 기업 임원과 국내외 유명 스타트업 창업자들이 올랐죠. 지금은 경기도 양평에서 대지면적 1531m²(463평) 규모 ‘밀리언 그라운드 양평’의 공동 소유자를 모집하고 있다는데요.

정 대표는 순찰 관리 서비스, 대학생 익명 커뮤니티 앱, 광고 대행사 등을 창업한 연쇄 창업가입니다. 2021년부터 빈집과 빈 땅에 공유별장을 건축해 공간을 재창출하는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Q.광고·콘텐츠 분야에서 ‘건축’으로 전향한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인가요?

“광고대행사를 운영하며 콘텐츠 분야의 한계를 많이 느꼈습니다. 사람들이 어떤 단어에 움직일지 항상 촉각을 곤두세워야 했고, 순간의 창의성이 성과를 좌우했죠. 건축은 누적되는 분야라는 점에서 매력적이었습니다. 한 채 한 채를 완성해갈수록 노하우가 쌓이고 다음 프로젝트를 성공할 가능성이 점점 더 커지니까요.”

공사를 앞둔 건물을 향해 '멋지게 만들어 주겠다'고 다짐했던 일화를 들었다. /꼬집기 '스테이빌리티편' 캡처

Q.어떤 일부터 시작했나요?

“더 이상 사람이 살지 않는 집을 살아있는 공간으로 리모델링하기로 했습니다. 빈집이나 폐공간을 카페로 바꾸는 일을 주로 맡았는데요. 아무리 핫한 카페라도 그 인기가 6개월을 채 넘기지 못하고 쿨해졌죠. 꾸준히 수익을 내는 방법을 고민하다 ‘숙소’의 희소성과 부가가치에 주목했습니다. 풀빌라 같은 숙소는 하루에 50~100만원의 큰 금액을 내고 한정된 인원만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죠.”

Q.사람들은 왜 숙소를 찾을 때 사진이 잘 나올만한 공간인지를 따질까요?

“여행을 떠나는 이들은 평소에 하지 않는 경험을 기대하기 마련입니다. 보통 가정집 창문은 통창보다는 새시를 놓죠. 수영장이나 해먹을 설치한 집도 흔치 않을 겁니다. 여행지 숙소에서 새로운 경험을 하는 순간 기록으로 남기고 싶어지죠. 경험을 기록하는 수단으로서 ‘사진’에 높은 가치를 부여한다고 생각합니다.”

밀리언그라운드 홍천의 모습 /스테이빌리티 제공

Q.수영장·통창 같은 인테리어 요소들은 유행을 타지 않나요?

“건축을 배울 때 제일 처음 배운 단어가 ‘차경’입니다. 경치를 빌린다는 뜻인데요. 집 한 채를 그저 건물 하나로 볼 것이 아니라 주변 경관과 함께 어우러지는 것으로 봐야 하는 이유죠. 차경은 옛 선조들이 건축물을 지을 때부터 중요시했던 개념입니다. 현대식으로는 통창으로 구현되고 있어요. 통창이 큰 숙소는 봄·여름·가을·겨울 달라지는 풍경에 따라 액자가 달라지죠.”

경치를 빌린다는 뜻의 '차경'은 예나 지금이나 건축에서 중요한 개념이다. /꼬집기 '스테이빌리티편' 캡처

Q. 공유 별장을 소개해 주세요

“여행지에서 만난 숙소가 ‘내 집이 됐으면’ 했던 생각을 현실화해보기로 하고 시작한 일이에요. 각각의 공유별장마다 유한책임회사 형태로 운영되고 12명의 공동 소유자들은 1년에 30박씩 묵을 수 있는 권한을 동일하게 가집니다. 일종의 주주같은 개념이죠.”

스테이빌리티가 지은 공유 별장 제주 달리야드 /스테이빌리티

Q. 공유 별장 개념이 어떻게 유효한가요.

“별장을 보유한 지인들에게 물어보니, 별장을 이용하는 기간이 1년에 한 달 정도에 불과하더군요. 11개월은 텅 비어 있는 겁니다. 비싸게 주고 샀는데 이용일수가 너무 적으니 결국 별장을 없애게 됩니다. 여럿이 공유하게 하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스테이빌리티에서 공동 소유자를 모집 중인 ‘밀리언 그라운드 양평’ 외관 투시도. /스테이빌리티 제공

Q. 별장을 공유하는 과정이 궁금합니다.

“별장이 지어질 장소와 예상 디자인을 구현한 3D 조감도를 공유해 선착순 신청을 받습니다. 12명이 모집되면 출자금을 모으죠. 이후 공사를 시작합니다. 완공 후 소유자들은 맘껏 이용하다가, 소유권을 다른 부동산처럼 자유롭게 팔 수 있어요.”

현재 모집 중인 ‘밀리언 그라운드 양평’은 스파 욕조, 바비큐장, 다도실 등의 시설을 갖출 예정입니다. 정 대표는 “다른 데서 경험하기 어려운 감성적인 인테리어가 특징”이라며 “동급 호텔의 경우 1박에 최소 200만~300만원 하는 고급 숙박시설”이라고 했죠.

스테이빌리티는 2022년 4월 은행권청년창업재단(디캠프)가 주최한 창업경진대회 ‘디데이’ 본선 진출에 성공해 아이디어를 인정받았습니다. 대구경북벤처기업인상도 받았죠. 수이제네리스파트너스, 인포뱅크 등이 투자했습니다. 우아한 형제들 창업자 김봉진 의장이 스테이빌리티에 개인적으로 연락해 투자했다고 하는군요.

/이영지 에디터

 

728x90